34세 롯데택배 배송기사 사망…과로사 추정

경찰, 부검 후 사망원인 밝힐 예정
정우성 기자 2020-12-23 14:33:20
(사진=롯데택배)
(사진=롯데택배)
택배 업계가 노동자 업무 부담을 줄이고 과로사 등 산업 재해 차단에 나섰지만 여전히 비극은 반복되고 있다.

롯데택배 수원권선 세종대리점 소속 기사인 박아무개(34)씨는 23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고인이 출근하지 않자 대리점 소장의 아들이 고인의 집을 방문해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최초 발견자는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가 과로사로 숨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찰은 박씨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힐 예정이다.

박씨는 올해 8월 경에 롯데택배에 입사했다. 입사하자마자 추석 명절 특수기가 겹치면서 과도한 물량에 매우 힘들어했다고 동료는 증언했다.

주변에 따르면 사망하기 전까지 박씨는 하루 평균 물량을 350~380개 정도 배달했다. 박씨 동료는 "롯데택배에서 350개 수준의 물량을 배달한다는 것은 배송구역의 면적이나 구역 당 물량을 감안할 때 CJ대한통운의 700개를 넘는 수준으로 거의 살인적인 물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택배는 이와 관련해 "박씨가 하루 198~252개 수준의 물량을 배달했고 담당 구역도 주택가가 아닌 아파트 단지로 타 택배사의 몇 배 물량으로 볼 수 없다"면서 "통상적인 업무량"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과도한 물량으로 자신 구역의 일부물량을 1월부터 다른 기사에게 넘기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회사 측에서 실제로 물량을 다른 기사에게 넘길 예정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박씨가 일했던 화성소재 롯데터미널의 경우 분류인력은 단 한 명도 투입되지 않은 상황이다. 배송을 맡은 기사들이 분류 작업까지 하는 것이다.

박씨는 지난주에는 분류작업을 오후 2시까지 진행하고 이후 350개가 넘는 물량을 배달했다. 배달 업무는 오후 9~10시까지 이어졌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고인의 사망사실을 처음으로 인지한 후 롯데대리점은 오늘 고인이 배달할 물량에 대해 용차지원을 할 수 없으니 대리점 기사들이 알아서 하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박씨 사망 소식은 대책위 SNS로 전파됐고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정우성 기자 wsj@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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