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과 가치관 중시...성차별 없는 '젠더리스룩' 열풍

엑세서리부터 이너웨어까지 남녀 경계 없는 젠더리스 제품 인기
홍선혜 기자 2022-09-13 09:15:21
[스마트에프엔=홍선혜 기자]
남녀 구분 없는 중성적인 디자인이 특징인 스튜디오 톰보이/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남녀 구분 없는 중성적인 디자인이 특징인 스튜디오 톰보이/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여성스럽다', '남자답다'라는 말은 이제 구식이 된 지 오래다. 지금까지는 일반적으로 남자와 여자를 구분 짓는 간극이 명확했지만 최근 그 경계가 무너지면서 젠더리스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이에 따라 개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중시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는 성별을 구분하지 않은 의상인 젠더리스룩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을 SNS에서 언급한 수는 2014년 34만 4055건에서 2018년에는 14만 4521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이에 반해 젠더리스 언급량은 2014년 700건에서 2018년 7만 7113건으로 100배 넘게 대폭 증가했다. 또한 지난 2017년부터 영국의 런던교통공사에서는 "신사 숙녀 여러분"이라는 안내 말 대신 "안녕하세요"라는 표현으로 지하철 안내방송을 실시했으며, 미국의 인터넷 판매사이트 아마존에서도 여아용 남아용으로 성별을 구분 지어 판매했던 장남감 용품을 키즈라는 용어로 통일해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남녀의 경계선이 점차 허물어지면서 패션 업계 역시 성별을 구분 짓지 않고 있다. 과거에도 남성과 여성이 함께 입는 패션은 존재 했지만 이는 성평등을 지향성 보다는 남녀 공용 패션으로 유니섹스룩이라고 불리며 젠더리스룩과는 다른 개념이다. 젠더리스 패션은 여성만의 전유물로 취급했던 패션 아이템 (진주, 레이스, 벨벳 등) 이나 남성복으로 인식되고 있는 넥타이, 드로즈 등을 남녀 경계 없이 모두 착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명품 플랫폼 트렌비에서는 남성고객의 주얼리 카테고리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사진=트렌비
명품 플랫폼 트렌비에서는 남성고객의 주얼리 카테고리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사진=트렌비
명품 플랫폼 트렌비에서는 젠더리스룩 인기에 힘입어 남성 주얼리의 매출이 계속해서 성장 중이다. 올해 상반기 트렌비의 남성 주얼리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33% 이상 증가했으며 기타 액세서리는 약 83% 이상 상승했다.

대표적으로 여성의 클래식 쥬얼리인 진주 목걸이가 가수 지드래곤을 중심으로 남성 셀럽들이 착용하게 되면서 남성들 사이에서 진주 목걸이가 주목 받고 있다.

트렌비 관계자는 “성별 구분 없이 남녀모두가 착용하는 아이템의 열풍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며 “트렌비는 향후 사회적으로 필수 흐름인 젠더리스 트렌드에 따라 다양한 품목의 젠더리스 패션 아이템을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온라인 패션몰 무신사 역시 지난 2021년 여성용이라고 불려진 부츠가 남성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부츠 매출은 1년 사이 29%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이후 외출 감소로 신발 수요가 감소하기 전인 2019년 11월의 매출과 비교해도 295% 성장했다. 무신사에 입점한 부츠 브랜드 닥터마틴과 레드윙 등에서도 남성용 부츠 매출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같은 기간 첼시부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늘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가 인수한 슈콤마보니가 지난 2020년 남녀 구분없는 신발인 리브레 슈즈를 출시했다./사진=슈콤마보니
코오롱인더스트리 Fnc가 인수한 슈콤마보니가 지난 2020년 남녀 구분없는 신발인 리브레 슈즈를 출시했다./사진=슈콤마보니
코오롱인더스트리 Fnc에서 인수한 신발 브랜드 슈콤마보니에서는 젠더리스 트렌드에 발맞춰 성별 관계없이 사이즈만 맞춰 신을 수 있는 리브레 슈즈를 선보인 바 있다.

중성적인 컨셉의 여성복 브랜드 스튜디오 톰보이는 남성복 매장으로까지 입지를 넓히고 있다.

신세계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톰보이를 남성복 단독 매장으로 확대해 전국 주요 도시에 순차적으로 입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튜디오 톰보이 특유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중성적인 디자인이 남녀 관계없이 인기를 끈 것이다. 여성복 매장에서 남성복을 판매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 톰보이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비 85% 증가했다.

젠더리스는 속옷 시장에도 투영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자주에서는 지난해부터 기존 남성용 이너웨어로 판매됐던 드로즈를 여성도 입을 수 있게끔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젠더리스 패션은 점차 트렌드가 아닌 생활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며 "소비자의 인식 변화에 따라 패션, 뷰티업계가 성 구분을 없앤 제품들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남성편집숍에는 서류가방·넥타이를 구매하는 여성고객층 증가하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프리미엄 남성편집숍인 스말트의 소비자를 조사한 결과, 구매자의 50% 이상이 2030세대이며 이 중 여성고객이 70%를 차지했다. 그중 40%는 구매 목적이 선물이 아닌 본인이 사용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의 스말트에서는 젠더리스 트렌드가 반영된 상품을 확충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하나의 동일한 아이템을 남성·여성 브랜드에서 동시에 선보이는 등 패션의 젠더리스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액세서리의 스타일링도 이에 맞춰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젠더리스룩에 대해 박소현 경희대 의류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젠더리스는 기존 패션 법칙을 깨고 본인의 취향과 개성에 따라 선택한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독특하고 과감한 방식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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