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37) 한성항공 취항사 3

김효정 기자 2023-03-02 10:23:04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어려운 과정의 우여곡절 끝에 재신청한 부정기항공운송사업 면허가 조만간 허가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성항공은 일약 충청권을 벗어나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한성항공은 취항예정일을 2005년 6월27일에서 다시 2005년 8월1일로 미뤘다. 그리고 운임을 기존항공사 대비 40~60%의 가격으로 시장을 파고든다는 전략을 세웠다. 당시 대한항공의 청주~제주, 김포~제주 노선의 편도항공권 운임이 6만4400~8만1900원, 7만3400~9만2900원이었으며, 한성항공은 최소 3만~4만원으로 책정한다고 했다. 청주공항 외에 김포공항에서도 취항한다는 소식이 추가로 전해지자 기존항공사들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경계의 눈초리는 사뭇 날카로웠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한성항공 출범에 대해 "이미 국내선 시장은 심각한 적자상태여서 국내 항공시장에서 저운임의 항공사는 경쟁력이 없다"며 "결국 국내선 항공시장이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였다.

대한항공은 2005년 3월 인천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새 유니폼 발표회를 가졌는데 이어 열린 조양호 회장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한성항공 취항에 대한 입장을 묻자 “국내선은 저가항공사가 필요 없다"고 단언한 뒤 "국제선의 경우 대한항공이 저가항공사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저가항공사가 필요하다면 별도의 항공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어 "한일노선 등 단거리 국제노선에서 저가항공사가 나와 저가경쟁이 벌어질 경우 대한항공도 필요하다면 별도의 저가항공사를 세울 수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준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성항공의 부정기항공운송사업 등록 신청은 2005년 3월31일 허가됐다. 당시에도 부정기항공사는 여럿 있었지만 한성항공처럼 마치 기존항공사와 엇비슷한 형태는 아니었다. 때문에 청주에서 국내 최초로 제3의 민간항공사가 출범했다고 떠들썩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제3민항인 한성항공이 항공운송 면허를 취득해 국내선 항공시장의 트로이카 시대가 개막됐다는 것이었다. 부정기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한 한성항공을 당시 언론에서 '제3민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호들갑을 떤 데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기존항공사들 사이에서 아연해했고, 이를 반영하는 비판이 일었다. 특히 일부 언론에서 한성항공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등 '국내선 항공시장의 트로이카 시대가 개막됐다'는 보도에 대해 기존항공사 및 면허를 내준 건설교통부조차 당혹해 했다.

발단은 청주시가 2005년 4월1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성항공을 '제3민항'이라고 표현하면서 시작됐다. 이를 일부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면서 마치 한성항공이 기존항공사에 이어 제3의 민간항공사인 것처럼 확산된 것이다. 이와 관련, 건교부는 "부정기항공운송사업 면허는 일정요건을 갖추고 건교부에 등록신청을 하면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 국내에 이를 취득한 업체가 10개사가 넘는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한성항공을 '제3민항'이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 앞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성항공에서는 "기존항공사가 공략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항공사인데 이제 막 시작하는 항공사를 기존항공사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취항준비에 들어간 한성항공은 2005년 6월 중하순경 항공기 도입이 가시화되자 취항시기에 대한 결정을 앞뒀다. 그동안 취항예정일은 2004년 10월 → 2004년 12월 → 2005년 6월27일 → 2005년 8월로 3차례나 연기되었다. 이는 부정기항공운송사업 면허 취득 지연이 요인이었다면 이제는 항공기 도입일정에 따라 결정될 터였다.

한성항공은 2005년 6월말 도입예정인 ATR72-200 항공기에 회사 로고나 사명을 표기하지 않고 들여올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 항공기 외부를 별다른 장식없이 백색으로 페인팅해 도입할 예정이며, 그 대신 항공기 기체 외부에 광고를 유치해 싣겠다고 했다. 날개 부분을 제외한 기체 전체를 광고공간으로 삼겠다는 전략이었다. 한성항공은 “비행기 전체를 한 회사 광고로 덮을 수도 있고 기체 각 부분을 조각조각 나눠서 분양(?)할 수도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광고를 스티커형으로 제작해 광고기간과 부착위치 등을 광고주의 요구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처하겠다고 했다. 한성항공은 나아가 조종사, 객실승무원, 정비사 등 임직원의 유니폼에도 광고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한성항공은 "국내에서 가장 낮은 항공료를 받는 항공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비용은 최대한 줄이고 부가수입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며 "광고수입을 늘리기 위해 항공기 외부에 광고를 유치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성항공의 이 같은 동체광고 계획은 참신하고 의욕적이었지만 관련법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는 물론 현재도 옥외광고물 관련 법령으로는 항공기 동체광고가 허가되지 않고 있다. 다른 교통수단과 달리 항공기 동체에는 상호 등 자사 식별을 위한 것만 부착이 가능하다. 다만, 항공기에도 상업광고를 허용하는 관련법 시행령이 논의중이어서 향후 항공기에도 상업광고가 가능해지는 시대가 열릴 수도 있어 보인다.

 한성항공의 첫 항공기는 2005년 7월2일 청주공항에 도착했다. 이탈리아에서 출발해 인도, 홍콩 등을 거쳐 30시간을 비행해 청주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프랑스 ATR사가 1995년 제작한 항공기를 임대(리스)로 들여온 한성항공 1호기는 ATR72-200 기종으로 제트엔진과 프로펠러가 동시에 장착된 터보프롭형이며, 66인승으로 개조되었다.

한성항공의 1호기가 2005년 7월2일 오후 청주공항에 도착했다. / 사진=한성항공

2005년 7월, 본격 취항을 앞둔 한성항공은 “기내에서는 객실승무원이 마술쇼도 하고, 기장이 승객과 농담을 주고받는 비행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객실승무원은 체크인 카운터에서 티켓을 발부하고, 승객과 함께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 역시 항공기 동체광고 계획과 마찬가지로 기발한 발상이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계획이었다. 객실승무원은 승객 탑승 전에 기내점검을 위해 탑승해 있어야 한다. 객실승무원 업무절차 규범에 따르면 ‘정해진 시간에 항공기에 탑승해 규정에 따라 승객 탑승 전 비상/보안정비점검을 실시해야 하며, 이 절차가 마무리된 후 승객 탑승이 진행된다’고 되어 있다. 항공 비전문가였던 당시 사업가들의 유쾌한 발상이 무궁무진하게 준비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5년 당시의 한성항공은 해외 LCC 비즈니스 모델 가운데 상당수를 도입한 상태였다고 보아진다. Mono class, 기종 단일화, 선착순 탑승, 단거리 운항, 항공권 직접판매, 기내식 및 음료 등의 유상판매 등은 이미 확정했고, 여기에 직원들의 멀티태스킹(Multitasking)과 펀(Fun) 서비스까지 실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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