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KT 차기 대표 후보 사의 표명...'경영 공백' 현실화

정치권 사퇴 압박 및 현대차그룹 반대…윤 사장 사의 표명에 영향
KT 주총 예정대로 31일 진행...이사회 수용 여부 주목
황성완 기자 2023-03-24 10:16:31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KT 주주총회가 일주일 남짓 남은 가운데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돌연 차기 대표 후보 사임의사를 표했다. 이와 관련해 아직 KT이사회는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만약 윤 후보의 사임이 수용된다면 '최고경영자(CEO) 경영 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이사회를 통해 차기 대표 후보로 선출된 윤 후보자는 지난 22일 열린 KT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사의를 표했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자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다. 내가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잇따른 사퇴 압박이 윤 사장의 사의 표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간사인 박성중 의원을 포함한 권성동·김영식·윤두현·하영제·허은아·홍석준 의원 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KT 이사회가 내부 인사로만 구성된 대표후보군 쇼트 리스트를 발표하자 지난 2일 윤 후보를 언급하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전형적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구현모 대표의 뒤를 잇는 아바타 역할로 윤경림을 세웠다"고 꼬집었다.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

이미 주총에서 반대 표를 던질 것으로 시사한 KT 대주주 국민연금에 이어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도 "차기 대표 선임 시 최대주주의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며 국민연금 측 입장으로 기운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 업계 안팎에서는 윤 사장이 차기 대표로 선임되더라도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 왔다. 윤 사장은 지난 22일 이사회 간담회를 통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버티면 KT가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KT이사회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KT 관계자도 "공식적으로 사퇴 이야기를 전달받은 것이 없다"며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24일 이사회를 통해 윤경림 차기 대표이사 후보의 사퇴 의사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향후 이사회의 결정을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KT 측은 "금일 예정된 이사회는 없다"면서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만일 윤 후보의 사의가 수용이 된다면 국내 대표 통신업계의 CEO 자리가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 하게 된다. KT는 민영화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표가 교체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는 주인 없는 기업, 이른바 소유분산기업으로 총수가 있는 대기업과 달리 특정 대주주나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KT는 과거 남중수·이석채·황창규 전 대표들이 정권교체 시기마다 검찰 수사나 정치적 외풍에 시달렸다. 이 중 연임까지 완주한 인물은 황창규 전 대표가 유일하다. 남중수 전 대표는 2008년 연임에 성공했으나, 같은 해 11월 배임 혐의로 구속되며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석채 전 대표 또한 취임 3년 후 연임을 이어갔으나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배임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어지자 사의를 표명했다.

사상 처음으로 16조원 매출 시장을 일궈낸 구현모 대표 역시 연임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앞서 구현모 대표는 부임한 후 KT를 디지코(DIGICO, 디지털플랫폼 기업) 전환을 통해 통신사업의 한계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극적인 변화를 꾀한 바 있다. 

KT는 오는 31일 개최하는 정기 주총은 예정대로 열 계획이다. 다만, 윤 후보의 사임이 수용될 경우 대표이사 선임의 건은 안건에서 빠지며 이 경우 정관에 따라 윤 사장이 추천한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경영안정화태스크포스(TF)장의 사내이사 후보 자격도 무효가 될 전망이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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