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스파탐 대체당 논란, 정부가 명확한 기준세워 해결해야

홍선혜 기자 2023-08-30 15:18:38
[스마트에프엔=홍선혜 기자] 정부가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됐다고 하면서도 일정 용량 섭취 시 안전하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소비자와 식품업계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의 모호한 태도가 기름을 부은 것이다. 식품업계는 천연감미료인 알룰로스로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움직임이지만 이 역시 과용 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어 또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아스파탐이 아니더라도 대체당과 관련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올해 상반기 제로 소주인 세로나 진로 등에 첨가된 대체 당 에리스리톨은 장에 부작용 및 혈액 응고 위험과 연관이 있다는 이유에서 문제가 된 바 있다.



그렇다면 알룰로스는 아스파탐의 완벽한 대체제 역할을 할수 있을까. 알룰로스는 아스파탐 대비 3배 정도 비싸면서 보다 많은 양을 첨가해야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단 맛을 낼 수 있다. 게다가 몸 안에서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없어 과잉 섭취 시 소화불량을 유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소비자들이 아스파탐에 더욱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커져가고 있는 ‘제로슈거’ 시장 때문이다. 제로 제품은 주로 설탕을 빼고 대체당을 사용해 칼로리를 대폭 낮춘 게 특징이다. 특히 음료시장에서 강자를 이뤘던 대체당은 다이어터들이나 건강관리에 신경 쓰는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했다.

제로슈거 시장이 커지면서 대체당인 아스파탐에 대한 발암물질 논란은 급물살을 탔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두 전문기구인 국제암연구소(IARC)와 국제식량농업기구, 세계보건기구 합동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지난달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IARC는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 분류인 2B군으로 분류했고 JECFA는 기존 아스파탐 1일 섭취 허용량인 40㎎/㎏/1일을 유지하면서 현재 섭취 수준에서 안전하다고 밝혔다.

WHO의 연구결과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달 14일 현행 아스파탐 사용 기준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결론지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식품업계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일정 용량만 섭취할 경우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식약처의 발표에도 소비자들은 “섭취량이 얼마가 됐든 아스파탐이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일정량 섭취는 가능하다는 말이 신뢰가 가지 않는다"라며 관련 제품 구입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제로슈거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부랴부랴 아스파탐을 천연감미료인 알룰로스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발암물질과 늘 함께하고 있다. 반찬으로 섭취하는 김치, 피클 등의 절임채소류 역시 아스파탐과 마찬가지로 발암물질 2B군에 해당되며, 심지어 야근은 아스파탐 보다 더 해로운 2A군(발암추정물질)으로 분류된다.

몸에 좋은 음식도 과용하면 부작용을 유발하듯 아스파탐도 과하게 섭취할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이다. 결국 발암가능물질이라는 WHO의 애매모호한 기준과 이들의 발표에 무작정 따라가는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이 오히려 아스파탐에 대한 기피현상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WHO 발표와는 별도로 명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세워 식품업계와 소비자들의 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안전한 먹거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비효율적인 논란으로 국민과 기업들이 피해를 입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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