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멈춤의 날' 전국서 추모·집회···이주호 부총리 "추모제 참석 교사 징계 없을 것"

38개교 재량휴업···곳곳 단축·합반 수업
윤 대통령 "현장교사 목소리 깊이 새겨 교육 정상화"
김성원 기자 2023-09-04 12:38:21
[스마트에프엔=김성원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숨진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전국 각 지역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교권회복을 촉구하는 행사가 이어졌다.

교사들은 이날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해 전국 각지에서 추모 활동을 진행했다. 전국 시도교육청과 교원노조 등에 따르면 상당수 교사들이 연가나 병가를 내는 등의 방식으로 지난 7월 숨진 서이초 교사를 추모했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가 추모 집회 참가자들로 가득하다.    /사진=연합뉴스


임시휴업을 한 서울 서이초에는 오전부터 교사들과 학생·학부모, 일반 시민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오후 3시 서이초 강당에서는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49재 추모제'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과 고인의 학교 선후배, 일반 시민 등 140여명이 참석했다.

이 부총리는 추모사를 통해 "학교와 교실이 얼마나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며 "매주 토요일마다 선생님들이 외친 간절한 호소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생님들이 홀로 어려움과 마주하지 않도록 함께 할 것"이라며 "교육 전반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주최 '49재 추모제'에 참석해 추모사를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후 4시30분부터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5만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과 아동학대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는 추모집회가 열렸다.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교사들이 평일에 집회를 연 것은 처음이다.

참석자들은 '이제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우리가 바꾸겠습니다' 등의 구호를 내걸고 ▲교사 사망 진상규명 ▲교원보호 합의안 의결 ▲안전하고 존중받는 교육환경 조성을 요구했다.

주최 측은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도 7만여명이 모여 전국에서 모두 12만명이 추모집회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오후 7시부터는 서울교대·경인교대·춘천교대·한국교원대 등 교육대학교에서 잇따라 추모 집회가 열렸다. 예비 교사인 학생들은 "최근 잇따른 교사들의 죽음이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며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이 부총리는 연가·병가 등을 내고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교사들의 처벌 여부에 대해 "징계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날 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의 관련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이 부총리는 이전 질의에서 '최대한 선처하겠다'고 답변한 것에 대해서는 "(징계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둘러서 말씀드린 것"이라며 "법적으로 따져봐야 할 사항은 있겠지만, 크게 봐서는 추모하는 한 마음이고 교권 회복을 하자는 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날 오전 출입 기자단 정례 브리핑에서 교육부가 밝힌 "집단 연가·병가를 낸 교원들에 대한 징계 원칙이 바뀌지 않았다"는 입장과는 상반된 것으로, 정부가 징계 강행에 따른 파장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해 집단 연가나 병가를 사용하는 교원이나 이를 승인하는 교장에 대해 최대 파면·해임이 가능하고, 형사 고발까지 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시민추모공간에서 한 가족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초등학교 6000여 곳 가운데 38개교가 재량휴업으로 학교문을 닫았고, 출근하는 교사가 부족해 단축수업이나 합반수업을 한 곳도 많았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현장의 수업·생활지도 공백을 막기 위해 장학사와 교육 행정직원 등 900명 가량을 일선 학교에 파견해 학사 운영을 지원했다. 시교육청은 정상적인 학급 운영이 어려운 학교의 수요를 파악해 본청과 직속 기관 인력 300여명, 11개 교육지원청 550여명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난 주말 현장 교사들이 외친 목소리를 깊이 새겨 교권 확립과 교육 현장 정상화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지난 2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전국교사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0여만명의 교사가 집결했다. 서이초 교사에 이어 최근 나흘 새 경기·전북 등에서 3명의 교사가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교사들의 위기감과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성원 기자 ksw@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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