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시장 '땅따먹기' 시작됐다…금융권 'STO 협의체' 봇물

STO 협의체 총 8개 윤곽…협의체 구성 추세 이어질 전망
구성원 주력 업무 따라 성격차…제도화 전 기반 마련 집중
신수정 기자 2023-09-15 18:18:08
[스마트에프엔=신수정 기자] 최근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토큰증권(STO) 시장 선점에 대한 금융권 니즈가 커진 가운데,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은행‧통신업체 등이 모여 ‘STO 협의체’를 구성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STO 협의체 구성 추세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발족을 앞두거나 구성을 마친 STO 협의체는 총 8개에 이른다.

올초부터 이달까지 구성을 마친 협의체는 ▲한국투자증권‧카카오뱅크‧인터넷뱅크가 모인 ‘한국투자 ST프렌즈’ ▲미래에셋증권‧하나금융그룹‧SK텔레콤의 협의체인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 ▲SK증권‧삼성증권‧우리은행이 모인 ‘파이낸스 3.0 파트너스(F3P)’ ▲NH투자증권‧케이뱅크 등의 ‘STO 비전그룹’ ▲KB증권 주도의 ‘ST 오너스’ ▲신한투자증권 중심의 ‘STO 얼라이언스’ ▲신한·우리·기업·농협‧수협‧전북은행과 조각투자기업 6곳이 모인 ‘은행권 STO 컨소시엄’ 등이다.

이어 이달 말 발족을 앞둔 협의체로는 ▲신한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 등 증권사들로 구성된 ‘토큰증권 컨소시엄’이 있다. 

협의체마다 금융사 라인업이 상이한 만큼 방향성에도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은행은 신탁 관련 업무를, 증권사는 플랫폼 등을 중심으로 강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형 증권사로만 구성된 ‘토큰증권 컨소시엄’의 경우, 토큰증권 사업 공동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반면, 은행을 포함하는 협의체들의 경우, 은행이 유통 체계나 주력 고객층과의 접점 관리, 킬러콘텐츠 등을 주관하고 증권사가 플랫폼과 토큰증권 발행‧유통 시스템, 디지털 자산 콘텐츠 발굴 등을 담당하는 분업식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협의체를 구성했어도 그 안에서 증권사와 은행의 역할은 제각각”이라며 “주력 업무에 따라 협의체의 성격도 조금씩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초로 그룹사가 협의체에 포함된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에 이목이 쏠린다. 여기에 포함된 하나금융그룹은 산하에 하나은행‧하나증권 등 계열사를 두고 있는 만큼 계열사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더해진다. 

또 협의체 중 유일하게 통신사업자 SK텔레콤이 포함돼있어 토큰증권 관련망 구축에도 선제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웹3.0 지갑, 대체불가능토큰(NFT) 마켓플레이스 운영 노하우 등 정보기술(IT) 인프라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 막 시작하는 토큰증권 시장은 사실 초기 땅따먹기 사업”이라며 “개별 은행, 증권사가 모인 것이 아닌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움직이고 여기에 미래에셋증권, SK텔레콤까지 붙으니 창고를 두둑히 확보하고 시작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토큰증권 사업은 부동산, 예술품 등 다양한 자산의 증권화를 지원하고 분산원장기술을 기반으로 토큰증권을 발행 및 유통하는 사업이다. 유가 증권과 동일하게 증권형 토큰(ST, Security Token)을 보유하고 있으면 배당금, 분배금, 이자 수취 등이 가능해 미래 금융권 투자 사업으로 주목받는 분야다.

그간 개별 증권사가 은행·조각투자업체·블록체인업체 등과 파트너십을 경쟁적으로 체결해오다 토큰증권 법제화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주력 판매사인 증권사끼리도 손을 잡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토큰증권(STO)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국회가 ‘STO 정책방향 및 개정안’ 입법 공청회를 개최하고, 금융감독원이 ‘투자계약증권 개정서식 및 향후 심사방안’ 설명회를 여는 등 관련 제도 구체화 작업이 한창이다. 

업계 관계자는 "STO 법제화가 내년 하반기쯤 마무리될 전망"이라며 "협의체들은 관련 규제가 생겨나기까지 남은 1년간 토큰증권 사업 개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추세로 연말까지는 금융권 STO 협의체가 더 등장할 수 있는 분위기"라며 "중소형사 등 증권사들도 협의체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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