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케이뱅크, 대출사기 발생 불구...건보료 연납 소득증빙 허용 여전

지난해 2~10월, 11억원대 대출사기 적발…건보료 연납 납부 방식 악용
저소득 청년‧노년‧주부 등 취약차주 피해..."중‧저신용자 포용금융 역행"
시중은행들 “연속 건보료 납부만 소득 인정...CSS, 피해 방지 기능해야"
신수정 기자 2023-09-26 13:34:43
케이뱅크가 수개월치 건강보험료(건보료)를 한번에 납부하는 방식의 소득 증빙을 걸러내지 못하는 '신용평가모형(CSS)'를 통해 대출사기 등 금융사고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수개월째 해당 건보료 납부 방식을 정상적인 소득 증빙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뱅크에서 발생한 관련 금융사고에선 저소득 청년‧노년 등 취약차주 피해가 나왔다는 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인 ‘중‧저신용자 포용금융’을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간 허위 소득자료 제출로 인한 11억1930만원 규모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됐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발생한 첫 대형 금융사고다. 

해당 금융사고의 전말은 사기꾼 일당이 페이퍼컴퍼니를 인수해 대출이 어려운 청년‧고령층 차주를 유인, 소득 증빙서류 등 공문서를 위조해 불법적으로 10건의 대출을 실행한 범행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케이뱅크 대출에서 건보료 연납이 소득으로 인정되는 점을 악용해 대출인을 서류상 직원으로 두고 재직기간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일으켰다.

케이뱅크가 지난해 2월 도입한 '씬파일러(금융 이력정보 부족자) 고객 특화 CSS'가 중‧저신용자에 대출 기회를 확장하려는 본래 취지와 달리 취약차주의 대출사기 피해 노출을 높이는 요인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케이뱅크 측은 지난 5월 해당 금융사고를 공시하며 "정확한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재발방지책을 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정작 수개월치 건보료를 한번에 납부하는 방식의 소득 증빙은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건보료 연납을 통한 소득 인정이 개선됐는지 묻는 본보 질문에 "그 부분은 저희 문제가 아니라 건보(건강보험)의 문제"라고 답했다. 해당 소득 증빙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를 갖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 관계자는 CSS와 금융사고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다른 시중은행은 어떨까? 복수의 은행은 연속된 건보료 납부만 소득으로 인정하고, 수개월 연체된 건보료를 연납하는 경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연속 소득을 인정하는 방식은 작업대출 등에 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CSS는 대출자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대출사기 의심 사례를 발견하고, 사전에 피해를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 복수의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은행업권 관계자는 “대출 심사나 실행 과정에서 한 회사가 여러 차주의 명의로 수개월의 건보료를 한번에 납부해 소득을 증빙한다면 충분히 대출사기를 의심할 수 있고, CSS에서 잡아내야 한다”면서 "이 같은 문제점를 파악하지 못한 채 대출을 실행하는 것 자체가 곧 리스크며 금융사고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취약차주 중심으로 대출사기 피해 사례가 양산된 CSS라면, 중‧저신용자에게 대출 기회를 늘려 도움을 주겠다는 좋은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중‧저신용자를 포용하기 위한 CSS가 오히려 이들을 대출사기 사각지대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뱅크는 201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최근 5년여간 인터넷은행 중 유일하게 금감원 정기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감시 아래서 대출사기 금융사고가 발생한 만큼, 금융사고 예방에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과 한국은행은 작년 6월 케이뱅크 종합검사 직후 “인터넷은행 특성을 반영한 금융사고 예방제도가 마련돼있지 않다”며 직무위험도평가를 실시해 고위험업무에 대한 사고 예방제도 신설과 산재된 사고 예방 제도를 통합한 금융사고 예방지침 마련을 주문했다. 

그러나 케이뱅크 대출사기는 같은 해 12월까지 지속됐다. 일각에서는 "케이뱅크가 금융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동일한 수법의 금융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케이뱅크 사옥. /사진=케이뱅크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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