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경고등'...아시아나항공 이사회 화물매각 여부 향방은?

이사회 승인 나도 넘어야할 산 많아...화물 사업 인수자 물색도 급급
유럽 집행위 결정 이후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 승인 남아...미국, 더 까다로운 기준 제시할 수도
박재훈 기자 2023-10-31 10:30:14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분수령이 될 예정이었던 화물매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안갯길 속을 걷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30일 화물사업 매각을 결정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는 매각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한채로 추후 일정을 잡아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시정조치서를 내야하는 데드라인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항공업계는 31일까지는 이사회가 결정을 내려야한다고 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 계류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 사진=연합뉴스


지난 30일 아시아나항공은 오후 2시 이사회를 열고 화물 사업 매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오후 2시부터 이어졌던 이사회는 늦은 밤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정회 됐다. 당초 아시아나항공의 사내이사 1명이 돌연 사임해 가결요건이 완화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배임가능성 등의 이유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화물사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매출의 21.7%를 차지하는 만큼 매각할 경우 배임 이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떄문에 화물사업을 포기할 경우 기업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항공은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를 다시 열고 매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사회는 추후 다시 열릴 예정이며 일시와 장소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이사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조급한 상황이다. EC에 제출해야하는 시정조치안 제출 데드라인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당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마찬가지로 30일 오전 8시 이사회를 열고 기업결합 관련 사항 등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기업결합이 성사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매각하고 인수하는 측이 고용 유지와 처우 개선할 수 있게 지원한다는 방침이 논의됐다. 대한항공측은 시정조치안의 준비를 마치고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보잉 737-8. /사진=대한항공


앞서 EC는 유럽 화물 노선(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경쟁 제한이 우려된다며 화물 매각을 포함한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합병을 위해 화물사업이 매각되더라도 합병에 넘어야할 산이 많다고 보고 있다. 유럽의 승인이 떨어져도 일본과 미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하며 미국은 반독점 규제가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미국의 인터넷 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법무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회의적인 입장이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소송의 취지로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여객·화물 운송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결정이 내려져 EC에 시정조치안이 제출되고 승인이 난다 하더라도 미국은 더욱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사회의 결정이 내려져 화물 사업이 매각된다고 해도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보이는 국내 항공사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을 위해 삼정KPMG를 매각 자문사로 선정하고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인천 등 4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4곳 중 가장 규모가 큰 티웨이항공조차 인수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매각할 항공사를 물색하는 일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점쳐진다. 화물 사업을 인수할 경우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의 부채 1조원 가량을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EC에 기업결합 승인을 위해 최종 시정조치안 제출 기한 연장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의 결정을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내달 2일 매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0월 30일에 열린 이사회는 일부 이사들간 이해충돌 이슈 등에 대한 의견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안건 의결에 들어가지 못하고 잠시 정회된 것으로, 이사들의 일정을 조율해 11월 초에 정회된 이사회를 다시 열고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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