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자승 스님은 본인 선택으로 소신공양' 판단

종단장 봉행…내달 3일 조계사서 영결식
김성원 기자 2023-11-30 13:58:13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29일 경기도 안성 칠장사 화재로 입적한 자승 스님(전 조계종 총무원장)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조계종 기획실장 우봉 스님은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통해 "어제 오후 6시50분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자승 스님이 법랍 51년 세수 69세로 원적에 드셨다"며 "스님은 종단 안정과 정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밝혔다.

소신공양(燒身供養)은 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자승스님.                                 /사진=연합뉴스

조계종은 자승 스님이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열반송을 남겼다고 전했다. 이 글은 유서 형식으로 남겨진 게 아니라 고인이 평소 적어 둔 것으로 종단 측은 “최근 스님이 직접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을 장의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꾸려 조계사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다음 달 3일까지 종단장으로 자승 스님의 장례를 모시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자승 스님은 전날 칠장사 내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 화재 현장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자승 스님의 차량에서는 칠장사 주지 스님에게 남긴 것으로 보이는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았소",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것이고,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법 전합시다" 등의 메모가 발견됐다.

1954년 춘천에서 태어난 자승 스님은 조계종 내 대표적인 행정승으로 꼽혔다.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1986년 총무원 교무국장을 시작으로 규정국장, 10대 중앙종회의원 등을 역임하며 종단의 주요 교역직을 대부분 거쳤다. 2009년 10월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역대 최고 지지율로 당선됐고, 2013년 재선에 성공해 2017년 두 번째 임기를 마쳤다.

경찰 등 수사당국은 방화 및 타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자승 스님의 사망 원인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김성원 기자 ksw@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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