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거나 저렴하거나"…경기침체 속 소비 양극화 

홍선혜 기자 2023-12-05 10:07:30
경기 침체에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고자 하는 합리적 소비패턴과 플렉스, 보복심리 등 값비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로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 불황으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중되면서 소비 양극화 현상이 대두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계층 간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중산층도 생활에 어려움을 느껴 구매력이 저하되고 있다.

실제 상위 20% 가구가 한 달에 1084만원의 소득을 벌 때 하위 20%는 소득이 줄어 112만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유통업계에 더욱 극명하게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 10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 상승했고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5.1% 상승하며 IMF이후 2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의류·신발 등 소비자물가지수가 오르자 국내 대표적인 패션업계 삼성물산·LF·한섬·코오롱FnC·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은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비교적 저렴한 SPA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탑텐·유니클로·에잇세컨즈 등은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며 견고한 성적을 이어갔다. 

이와 대비되게 비싼 가격의 명품이 많이 팔리기도 했다. 지난 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명품을 많이 소비하는 국가로 꼽혔다. 작년 국내 소비자가 명품 옷과 가방 등 사치품을 구매한 금액은 전년 비 24%증가한 168억 달러로 한화로 환산하면 22조 6884억 원에 달한다. 

영등포 신세계 백화점 1층 뷰티 매장. / 사진=홍선혜 기자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주류소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스키 판매수량은 ▲짐빔(3만2000원) ▲산토리위스키가쿠빈(3만9800원) ▲글렌스택스카치위스키(1만900원) ▲제임슨스탠다드(3만7900원) ▲랭스(1만900원) 등 3만원을 넘지 않는 가성비 위스키가 매출 순위 1위부터 5위까지 전부 차지했지만 여전히 고가의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편의점 CU가 최근 진행한 ‘렛주고’ 행사에서 3500병의 고가의 위스키를 판매한 결과 행사 전주 대비 매출이 330% 증가했으며 올해(1~9월) 포켓CU 내 20만원 이상 고급 와인과 위스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3.3%, 356.3% 늘어났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다 보니 일각에서는 비싸진 않지만 저렴하지도 않은 중간선의 제품 소비는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상류층들은 고금리 고물가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중산층만 하더라도 타격을 입게 된다”며 “현재 계층 양극화로 인한 소비 격차는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은 개개인의 소비패턴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으며 경기가 침체현상이 지속된다면 계층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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