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게 없어서 못 내려요"...소주 출고가 내려도 식당은 '동결'

홍선혜 기자 2024-01-08 11:47:20
“물가도 오르고 수도권은 임대료까지 비싼데 고작 출고가 몇 백원 내렸다고 소주 판매 가격을 내리라는 건 말이 안돼요.”

광화문 인근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A씨는 소주 출고 값이 인하 했는데 술값을 내릴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지난달 정부가 주류 세금 부과 기준을 완화하면서 공장출고가가 10% 이상 낮아졌다. 이로 인해 하이트진로를 시작으로 지역소주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기준 소줏값이 200~300원 저렴해졌다. 하이트진로 참이슬 병 360㎖는 2100원에서 1900원으로 페트병 640㎖는 3600원에서 3300원으로 가격이 낮아지며, 진로이즈백 병 360㎖은 2000원에서 1800원으로 내려간다.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병 360㎖도 1950원에서 1900원으로 가격을 인하했다. 

대형마트 주류판매 매대. / 사진=연합뉴스


대선주조의 대선과 C1소주, 무학의 좋은데이, 보해의 잎새주, 충북소주의 시원소주, 한라산의 한라산 소주 등 지역소주도도 평균 360㎖ 기준 9.5%씩 가격이 내려갔다.

그러나 통상 5000원에서 최대 10000원 까지 판매되고 있는 식당 혹은 주점에서의 소주 가격은 인하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공장출고가가 낮아지더라도 소줏값은 식당 주인이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현재 주류를 판매하고 있는 다수의 자영업자들은 인권비, 높아진 물가, 임대료, 가스비 등에 따라 소줏값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울의 한 식당에서 소주를 1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 사진=홍선혜 기자


홍대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B씨는 “술값을 내리려면 고깃값을 올려야 마진이 남는다”며 “다른 가게는 올해 물가가 오르면서 고깃값을 1000원 2000원씩 올렸는데 우리는 적게 남아도 가격을 동결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출고가가 내려봤자 우리 같은 자영업자한테는 티도 안난다. 여기서 술값을 내리라고 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 동안 제품 출고가가 100원 단위로 인상했을 당시 자영업자들의 식당 판매가는 1000원 단위로 올라 인상폭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출고가를 인하한 현재 다수의 자영업자들은 소주 가격을 내리려고 하지 않는다.

실제 지난 2012년 하이트진로는 961.7원에서1166.6원으로 약 11년간 205원 인상에 그쳤으며,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공장 출고가 역시 2013년 946원에서 2022년 1162.7원으로 약 217원 올랐다.

그러나 현재 수도권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소주를 5000원대 이상으로 판매하고 있고, 강남 지역에는 7000원에서 1만원대까지 대폭 인상해 판매하는 업주들도 있다. 2012년까지만 하더라도 식당 기준 소줏값은 3000원이었다. 이는 10년 사이 약 3배 이상 가격이 널뛰기 한 셈이다. 

현재 1300원대에 판매하고 있는 대형마트와 1900원대에 판매하고 있는 편의점의 소주 가격과 비교해도 상당한 차이가 벌어진다.

서울대입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C씨는 “그 동안 제조사에서 100원단위로 올렸을 때 식당에서는 1000원 2000원 단위로 소줏값을 올렸는데 출고가가 낮아졌을 때는 가격을 내리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잠실에서 거주하는 직장인 D씨는 "강남권은 식당에서 소주 한 병당 1만원에 판매하는 곳도 있다"며 "요즘은 검색해서 소줏값이 저렴한 곳만 찾아다닌다. 1000원이라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소주값을 인하해도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인하율을 체감하려면 식당에서 가격을 내려야한다”며, “기업들의 노력만으로는 물가안정이 이뤄질 수 없다. 현재 주류 값의 경우 자영업자들이 주변 상권들의 반응을 보고 조율하는 경우가 많아서 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셜명했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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