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NH농협캐피탈, 임직원 개인·가족정보 수천여건 불법수집 의혹

인사팀 A씨, 3년간 임직원 개인정보 수천건 수집·보관
인사위, '주의촉구' 경징계 처분···A씨 보직 유지 논란
사건인지·인사위 올린 감사팀 직원 '좌천성 인사' 의혹
신수정 기자 2024-01-12 18:29:53
NH농협캐피탈 사옥. 사진=NH농협캐피탈

NH농협캐피탈의 인사부서 직원이 임직원과 그 가족의 개인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한 정황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러나 해당 직원은 주의를 받는 수준의 경징계를 받고, 현재 보직을 유지하고 있어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모인다. 반면, 사건을 인지하고 회사에 알린 감사팀 직원은 보직이 바뀌면서 좌천성 인사 의혹이 나온다. 이와 관련 NH농협캐피탈은 사건 관련 인사위원회가 열린 것은 인정하면서도 임직원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12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NH농협캐피탈의 인사팀 소속 A씨는 최근 수년간 임직원과 가족들의 개인정보 수천건을 수집해 자신의 메일로 백업(backup)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해 하반기 내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NH농협캐피탈 감사팀은 지난해 9~10월 정보기술(IT) 보안감사를 진행, 회사 서버로 개인 메일을 열람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과정에서 A씨가 일부 정보를 무단 소지한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A씨가 인사팀으로 발령난 2021년부터 약 3년간 이러한 개인정보 누출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익명의 NH농협캐피탈 관계자는 “엑셀 자료로 빼돌리면 보안 탐지에서 걸리니까 PDF 파일로 변경하는 꼼수를 써서 감시망을 피했다”며 “주로 직원들의 연봉‧성과급, 인사평가 기록, 고액을 투자한 회사의 컨설팅 자료 등을 개인적으로 보관했고, 수집된 자료만 수천여건에 달한다”고 증언했다. 

A씨가 수집한 정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또 A씨가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외부로 새나간 정황도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감사팀은 이를 문제 삼아 인사위원회 징계 안건으로 회부, 지난해 11월 말 인사위원회가 열렸다. 그 결과 A씨에 대한 징계수위는 ‘주의 촉구’에 그쳤으며, 현재까지 보직을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회사마다 다르지만 중징계, 면직까지도 가능한 사건에 대해 단순히 경고를 주는 데 그친 것"이라고 봤다. 

NH농협캐피탈 내부에서는 이와 관련 직원들의 동요가 심화되는 분위기다. 한 NH농협캐피탈 임직원은 “회사 내부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며 “개인적으로 모은 직원들의 정보를 악용할 가능성이 다분하지 않느냐고 걱정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다른 NH농협캐피탈 직원은 “연봉‧평가 등은 인사팀에 비밀 유지 의무가 부여되는 사생활 영역의 정보”라며 “내부의 일이라도 엄연히 기밀정보가 누출된 사고인데도 당사자에 계속 직무를 맡기는 회사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보직을 유지하고 있는 A씨와 달리, 회사에 처음 문제를 제기한 감사팀 직원에 대한 좌천성 인사도 논란이다. 전 감사팀 직원 B씨는 올초 전보 발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급을 낮추거나 지점으로 쫓겨난 게 아닌 본사 내 수평 이동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좌천성 보복인사로 보고 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NH농협캐피탈 관계자는 “주변에서 사실상 좌천된 게 아니냔 뒷말들이 무성하다”며 “처음 문제를 잡아낸 감사팀직원을 갑자기 아예 다른 직무로 보내버린 것은 더 이상 이 문제를 깊이 파고들 수 없게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NH농협캐피탈은 이와 관련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NH농협캐피탈 관계자는 “내부조사를 통해 업무 절차상의 보완할 점을 발견해 (A씨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진행한 사실이 있다”면서도 “임직원 개인정보 유출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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