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십 돋보기] '소방수'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계열사 통합 시동

경영 복귀 후 계열사 통합 통해 셀트리온홀딩스 상장 추진…약 100조원 규모 펀드 조성
통합 셀트리온 출범 후 장남 서진석 의장 등 오너 일가 전면 배치…지배구조 강화
'짐펜트라' 내달 미국 출시 후 본격 판매 돌입…ADC 경쟁력도 확보
황성완 기자 2024-02-01 09:37:32
셀트리온 그룹의 창업주의자 명예회장인 서정진 회장이 지난해 '소방수' 역할로 경영에 복귀했다. 이후 회사는 통합 셀트리온이라는 목표에 한발 다가갔다.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셀트리온 제약과도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매출 12조원을 달성했다는 목표를 가지고 항체약물접합체(ADC)·이중항체·마이크로바이옴 등 바이오 신사업에 매진할 예정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그는 누구?

셀트리온의 창업주이자 명예회장인 그는 1957년 청주에서 출생했다. 건국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삼성전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한국생산성본부로 자리를 옮겨 대우자동차를 컨설팅하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눈에 들어 대우자동차 기획재무 고문으로 일했다.

그는 1999년 외환위기 때 직장을 잃고 대우자동차 출신 동료 10명과 함께 셀트리온의 전신인 '넥솔' 회사를 창업했다. 이후 2002년 셀트리온을 창업하게 된다. 이 시기에 서 회장은 현재 국제도시로 불리고 있는 송도에 제1공장을 올리는데 성공한다.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을 불과 20년 남짓한 시간에 바이오시밀러 분야 대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업적을 달성한다. 그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자 코로나19 치료제와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그는 지난 2020년 65세가 될 때 은퇴한다는 공략에 따라 회장직에서 사임하고 퇴사를 결정한다. 서정진 회장은 앞서, 지난 2019년 1월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0년 말에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나중에 지분은 아들에게 물려주겠지만 2021년부터 셀트리온그룹의 경영은 전문가의 손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 사임과 동시에 셀트리온을 개발과 생산, 유통, 판매를 모두 할 수 있는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며 셀트리온이 나아가야 할 5단계 로드맵을 공개했다. 로드맵에는 ▲1단계 자체 기술력 확보 ▲2단계 의약품 개발역량 확보와 제품 라인업 확대 ▲3단계 상업화와 글로벌 임상 진행 ▲4단계 생산기지 다원화 ▲5단계 글로벌 세일즈 마케팅 네트워크 구축 등이 담겼다.

그는 경영에서 물러난 뒤 혈액검사와 관련한 헬스케어사업에 도전했다.

이후 약 2년 만에 경영 복귀를 결정한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이 지난해 10월 2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와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진행된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셀트리온그룹

서정진 명예회장, 경영 복귀 후 그룹사 합병 실시…"셀트리온홀딩스 상장도 추진"

서 회장은 셀트리온 그룹 내 상장 3사인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 후보자로 추천되며, 경영에 복귀한다.

현재 경영진들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만큼, 위기 극복과 미래 전략 재정비를 추진 중에 따라 서정진 회장을 소방수 역할로 경영에 복귀할 것을 간곡히 요청했기 때문이다. 앞서, 서 회장은 그룹에 문제가 생길 경우 다시 현직으로 돌아온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에 복귀한 이후 돌연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흡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빅파마로 본격 도약하겠다는 공략을 발표하게 된다. 회사는 이번 합병의 장점으로 '원가경쟁력 강화를 통한 시장 지배력 확대'와 '거래구조 단순화로 인한 투명성 강화'를 꼽았다.

합병으로 인해 셀트리온의 제품을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구입해 판매하는 중간 거래 절차를 없애고, 제품생산에 들어가는 매출원가를 낮출 수 있다. 현재 70%에 달하는 매출원가율은 합병하면 40% 수준까지 줄어들며, 원가경쟁력을 키워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인 가격 책정을 통해 신시장 진출이나 시장 공략에 속도도 낼 수 있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셀트리온 그룹은 지난해 12월 28일 헬스케어와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후 계열사 셀트리온 제약과의 2단계 작업을 합치는 방향을 추진 중이다. 회사는 앞으로 6개월 안에 통합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을 합병하면서 3사 합병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마친 후 이르면 올해, 늦으면 내년에는 셀트리온홀딩스의 상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약 100조원 규모의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도 조성할 예정이다.

서 회장은 구체적으로 셀트리온은 개발부터 판매까지 사업구조를 일원화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제품군을 빠르게 늘려 2030년까지 매출 1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제품군을 2025년 11개에서 2030년 22개로 확대하고, 2030년 매출의 40%를 신약으로 채우겠다고도 발표했다.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가 JP모건 메인트랙에서 회사의 사업 현황과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글로벌 무대서 장남 서진석 회장과 메인트랙 공동 발표…통합 셀트리온 출범 후 오너 일가도 전면 배치

서정진 회장은 통합 셀트리온을 추진하면서 지난해 장남 서진석 의장을 전면에 배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 동생 서정수 전 셀트리온제약 대표를 셀트리온에 복귀 시키는 등 지배구조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정진 회장의 동생인 서정수 전 셀트리온제약 대표는 셀트리온그룹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통합 셀트리온 비서실장 역할을 맡게 됐다. 서정수 신임 부회장은 2012년 셀트리온 기술부문장 겸 생산부문장 수석부사장 셀트리온그룹에 합류, 2016년부터 셀트리온제약 대표이사 사장으로 근무하다 8년 만에 셀트리온으로 복귀하게 됐다.

서정수 부회장이 맡게 될 비서실장직은 향후 1단계 통합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간의 합병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서 회장은 1단계 합병 기업에서 본인이 글로벌 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장남 서진석 의장과 기우성 부회장은 의약품과 사이언스 연구를 담당, 김형기 부회장이 기업 전략과 마케팅 영업을 총괄하는 등 직무를 재편해 각자 대표체재를 구축했다.

특히, 지난해 이달 진행된 JP모건 컨퍼런스 행사에서 서진석 의장과 메인트랙 공동 발표를 맡으면서 글로벌 리더 지위를 넘겨주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받았다.

이처럼 서 회장이 오너 일가 경영 강화를 급진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통합된 리더 아래 목표를 수행하는 동시에 더욱 성장할 회사의 체계를 견고히 구축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짐펜트라' 약품 이미지. /사진=셀트리온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짐펜트라 미국 출시 등 통합 셀트리온 실적 성장 높일 것"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올해 첫 번째 행보로 자가면역질환치료제 짐펜트라(성분명 인플릭시맙) 미국 출시를 꼽았다. 짐펜트라는 다음 달 말 미국 시장에서 본격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통합 셀트리온의 실적 성장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짐펜트라는 2024년 출시한 이후 첫 해 매출 6000억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이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투자 행사로 불리는 '2024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올해 짐펜트라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셀트리온은 짐펜트라를 통합 셀트리온의 주력 제품으로 내세울 예정이며, 낮아진 원가율을 바탕으로 주요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매출과 시장점유율도 빠르게 높여 나갈 계획이다.

셀트리온, ADC 경쟁력 확보에도 적극적…ADC 업체와 협력 강화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ADC 경쟁력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에 ADC 등 신규 모달리티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로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셀트리온은 6개의 ADC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했고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 국내 피노바이오 등 ADC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ADC 분야가 고부가 가치 창출이 가능하면서 기존 항체 치료제 제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ADC를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선정하고 투자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와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 전이성 직결장암 치료제 '베그젤마' 등 항암 항체 치료제를 이미 확보하고 있어 향후 ADC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항암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셀트리온은 앞서, 지난 24일 셀트리온은 중국의 ADC 업체인 '우시 XDC'와 ADC 신약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 강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시는 링커-페이로드 합성공정 개발부터 1상 임상용 강화된 의약품제조관리기준(cGMP)에 부합하는 ADC 물질 생산하고, 셀트리온은 ADC 신약개발을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