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만족 못한다?'...개정된 전기차 보조금, 중저가 모델 지원금 축소 우려

배터리환경성계수 도입으로 LFP배터리 지원금 축소 우려
국내 배터리사 LFP배터리 양산 시기와 맞지 않아…올해 출시 예고한 중저가 모델도 부메랑
대림대 김필수 교수, "장기적으로 배터리말고 가격 낮출 수 있는 방안 고려해야"
박재훈 기자 2024-02-07 11:24:04
환경부가 올해 새로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본 취지와 달리 업계의 현황과는 거리가 있어 의견 수렴후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환경부는 개정안을 통해 국내 배터리업계와 완성차 업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내 배터리업계의 개발속도와 차이가 난다는 점이 우선적인 문제로 거론된다.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의 보조금은 축소될 전망이나 올해 출시를 예고한 다수의 전기차들이 중국기업의 배터리를 탑재할 가능성이 높아 패널티로 작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가 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 환경부에서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개정안에 따르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 대한 보조금이 축소될 예정이다.

이는 이번에 내놓은 개정안에 포함된 배터리환경성계수와 연관되는 것으로, 배터리에 사용된 유가금속에 따라 보조금 지원이 반영되는 것이다. 배터리환경성계수는 배터리가 폐배터리가 됐을 경우 배터리 1㎏당 유가금속 재활용 가치가 높을 수록 보조금을 더 지원한다는 것으로 골자로 한다. 

가령, 1㎏당 유가금속 가격을 폐배터리 처리비용인 2800원으로 나눴을 때의 값이 0.9를 넘으면 성능 보조금이 감액되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0.9이하일 경우에는 최대 40%까지 지원금이 차등적으로 축소된다. 이번 개정된 전기차 보조금은 성능보조금인 인센티브(230만원)과 선응보조금(중대형 최대 400만원, 중소형 최대 300만원), 배터리안전 보조금(20만원)을 더해 650만원으로 책정된다.

이는 국내 배터리 산업에 그림자가 커지고 있는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영향력을 축소하고 국내 배터리업계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올해 국내 출시가 예고된 중저가 전기차들의 경우 모두 중국업체의 LFP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전망돼 보조금 지원 범위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환경부는 650만원의 보조금을 100% 지원받는 차량의 가격을 5500만원 미만으로 설정했다. 지금까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던 전기차들의 가격을 낮추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접근성을 늘린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 사진=LG에너지솔루션


다만,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LFP배터리를 양산하고 있지 않고 있어 법안이 시기상조라는 것이 문제다. 또한 현재 전기차 둔화세로 인해 점유율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완성차업계들은 LFP배터리를 탑재한 중저가 전기차 출시를 예고해놓은 상태로 지원 대상에 대한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내놓은 중저가 전기차들도 중국기업들의 LFP 배터리를 탑재해 출시돼 영향을 받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는 BYD의 배터리를 탑재한 KG모빌리티의 토레스EVX와 CATL의 배터리를 탑재한 기아의 레이EV가 꼽힌다.

전체적인 개정안의 토대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게끔 구상됐지만, 올해 구상에서 중국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한 업체들은 되려 부메랑을 맞는 양상이 됐다. 법안의 취지와 달리 업계의 상황과 간극이 큰 것이다. 당장 올해부터 전기차보조금이 저촉될 차량들의 제원을 감안하면 올해 출시할 중저가 전기차들은 100%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없게 된다.

지역에 따라 추가 지원금을 더해 구매하면서 축소되는 지원금의 일부를 충당할 수 있으나 지역에 따라 지원금의 규모가 상이해 지역에 따른 구매 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볼보코리아 EX30. /사진=볼보코리아


앞서 완성차업계가 출시한 차량들 말고도 올해는 기아의 EV5, 볼보의 EX30 등의 중저가 전기차들이 상반기에 출시가 예정돼 있다. 해당 차량들도 LFP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으로 보조금 지원에 대한 패널티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전기차 보조금 개정에 따라 LFP배터리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상했거나 차량을 내놓은 업체들의 입지가 축소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업체는 15일 확정되는 보조금 세부사항에서도 불리하게 작용될 경우 자체적인 지원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환경부의 보조금 개정안에 대해 자동차 업계관계자는 "이번 환경부 발표에 따라 15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는 부분에서 세부사항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면서 "LFP배터리가 탑재된 중저가 차량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한 부분인데 되려 NCM(니켈·코발트·망간)배터리를 탑재한 고가의 차량 가격을 낮추게 된 것은 고민해봐야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김필수 교수는 "사실상 LFP배터리를 배제시키는 것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에너지 밀도와 환경성계수를 꺼내든 이유도 장기적으로 폐배터리가 됐을 때 처리비용에 대한 부분이 세금으로 작용되기 때문에 이는 필수적인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선 판매적인 부분에서도 불이익이 따르겠으나, 제조사는 장기적으로 배터리 종류에 따라 차량 가격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닌 테슬라처럼 제조상의 공정, 혁신적인 방법 등을 동원해 차량 가격을 낮추는 것을 고려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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