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혼명절족·여행...설 연휴 '양극화' 뚜렷

홍선혜 기자 2024-02-12 06:01:02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올해도 명절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고향에 내려가는 귀성문화가 줄어들고 해외 여행객들이 늘어나는 한편 집에서 조촐하게 명절을 보내는 혼명족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 동안 명절날이 되면 고향에 내려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귀성문화가 보편적 이었다. 그러나 최근 가족모임을 축소하고 여행을 떠나 추억을 쌓거나 차례를 지낼 필요성을 못 느끼는 가정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 설 연휴 기간 동안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찾는 이들이 97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다른 지역 공항과 선박 수요 등까지 고려하면 이번 명절에 100만명 이상이 고향 대신 해외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설 연휴 특별교통대책 기간인 8일부터 12일 까지 닷새간 총 97만6922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설 앞둔 전통시장. / 사진=연합뉴스 


일평균 이용객은 19만5384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 일평균 여객(12만7537명) 대비 53.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명절 이후 사상 최고치다. 

특히 겨울방학과 휴가 등으로 항공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8일과 9일, 12일 모두 일일 여객이 20만명을 넘길 것으로 점쳐진다.

물가가 오르면서 차례상도 간소화 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식품지수는 130.66으로 직전월 대비 5.7%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파프리카가 43.4% 비싸졌고 호박은 40.6%, 가지는 36.1%, 오이는 30.0%, 풋고추는 24.4%, 귤은 23.4%, 파는 14.0% 상승했다.

주부A씨는 “차례상 차리는 비용이 너무 비싸서 올해는 간편식을 주문해서 지내기로 했다”며 “요리할 시간도 줄어들고고 간편해서 좋다”고 전했다.

실제 SSG닷컴은 설을 3주 앞둔 지난 달 20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간 냉동 가정간편식(HMR) 매출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신장했다. 냉동 간편식 중에서도 ‘전류(163%)’가 가장 높은 매출 신장세를 보였으며 ‘만두, 전병류’ 매출은 93% 증가했다.

명절을 집에서 혼자 보내는 혼명족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물가가 오르면서 귀경길 대신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이 성인남녀 3441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3%가 ‘아르바이트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설 (54.0%)대비 8.3%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들이 귀경길 대신 알바를 택한 이유는 취업난과 고물가 등 경제적 난항으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다.

대학생 김모(26) 씨는 “월세도 내야하고 아직 취업도 못해서 올해는 부모님께 내려가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명절날 마다 취업 했냐는 친척들 말 듣기도 힘들고 차표도 비싸서 단기 알바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명절에 알바를 택하는 이들의 연령대는 20대 직장인이 69.7%로 제일 높은 응답률을 보였으며 30대가 64.6%를 기록했다. 대체적으로 젊은 세대들이 혼자 알바를 하면서 명절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한파와 더불어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앞으로도 혼명족들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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