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판매 증권사들, 2조원대 규모 회사채 집중 발행 왜

신수정 기자 2024-02-15 18:06:22
각사 CI. 

오는 16일부터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한 주요 증권사 6곳(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투자·신한투자)을 대상으로 금융감독원 2차 현장점검이 예정된 가운데, 이들 중 신한투자증권을 제외한 5곳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에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홍콩 ELS 손실을 비롯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해외 상업용부동산 부실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자금 조달 전략이란 게 업계 주된 시각이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홍콩 ELS를 판매한 주요 증권사 6곳 중 5곳이 지난달부터 줄줄이 회사채를 발행했다. 발행액은 대략 2조27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증권사 중 첫 공모채를 발행한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9일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600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았다. 각각 2년물 500억원 모집에 1600억원, 3년물 2200억원 모집에 3400억원, 5년물 300억원 모집에 1000억원 등이다. 그 결과, 4200억원으로 채권 발행액을 늘렸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17일 2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그 결과 2년물 700억원 모집에 6400억원, 3년물 1300억원모집에 9600억원 등 총 1조600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았다. 이에 회사채 발행액을 4000억원으로 증액했다. 

같은 달 29일과 31일엔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각각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NH투자증권은 2년물 500억원, 3년물 1500억원 등 총 20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을 진행해 1조 41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2년물 500억원 모집에 4700억원, 3년물 1500억원 모집에 94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이에 NH투자증권은 2500억원 증액 발행했다. 이와 관련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회사채 발행 목적은 기존 채무 상환자금"이라며, "ELS 상품 이슈 등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KB증권은 4000억원 규모 채권 발행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그 결과, 1년6개월물 500억원 모집에 2000억원, 2년물 1000억원 모집에 3700억원, 3년물 2500억원 모집에 8500억원이 모여 총 1조4200억원의 기관 자금이 들어와 8000억원으로 최대 규모로 발행액을 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최종 발행액은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증권사는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증권채에 호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현재, 만기가 1년 미만인 기업어음(CP) 등에 치우친 차입구조를 상대적으로 만기 기간이 긴 회사채로 대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차입금 만기 구조 안정성을 높여 유동성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투자·신한투자증권 등 홍콩 ELS 판매 증권사는 관련 손실이 확대되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거나 조달금리가 급격히 인상돼 손실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에 연초부터 빠르게 회사채 발행에 주력하는 것이란 시각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1~3개월 단위로 만기가 반복되는 CP와 단기사채 등은 경제적 위기 시에 심각한 유동성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며 “여기에 당국의 홍콩 ELS 현장점검에 따라 개선‧징계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면 더욱 자금을 사전에 확보해 둘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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