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공개 첫날, '주주환원의 名家' 메리츠금융 홀로 날았다

4대 금융지주, 지방금융 3사 등 최대 약 6% 하락세
신수정 기자 2024-02-26 17:08:49
메리츠금융 사옥. 사진=메리츠금융

정부가 26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개한 가운데, 금융지주 종목 중 수년 전부터 선제적으로 주주환원책을 펴온 메리츠금융지주만 주가 급락을 피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사 스스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이행‧공시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세액공제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 증시부양정책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장 초반부터 코스피 하락세가 뚜렷한 가운데, 대표적인 ‘밸류업’ 수혜주로 주목받았던 금융주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상승세를 그렸다. 

코스피는 이날 오전 9시 전 거래일보다 0.39% 내린 2667.35에 개장했다. 오전 한때 2629.78까지 후퇴했으나, 2647.08로 장을 마감했다. 대다수 금융주도 전 거래일보다 크게 하락된 가격으로 거래를 종료했다. 주식별로 KB금융(-5.02%), 신한지주(-4.50%), 하나금융지주(-5.94%), 우리금융지주(-1.94%), BNK금융지주(-2.89%), DGB금융지주(-2.25%), JB금융지주(-0.22%) 등이다. 하지만 메리츠금융지주는 되레 전 거래일보다 3.15% 오른 8만5200원에 거래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강제성 없이 기업의 자발적 참여만을 강조한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의지를 가지고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섰던 메리츠금융그룹에 시장 기대감이 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금융주들이 밸류업 이슈를 따라갔다면 메리츠금융은 오히려 몇 수 앞서나가 이미 실행해오던 단계였다”며 “이러한 차별점 때문에 시장에서 밸류업 기대감이 제대로 먹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메리츠금융은) 지난해부터 금융투자업계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통해 기업가치를 상승시킨 성공 사례로 호평이 자자했다”고 했다. 

실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지난해 9월 자사의 투자 전략 세미나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주주 친화적인 정책이 요구되고 있고, 그 결과가 여러 가지 주주친화정책을 통해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된 사례 중 하나가 메리츠금융”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23일 ‘밸류업의 표상’이란 리포트를 내며 메리츠금융지주에 대해 “2024년 배당가능이익이 2조1500억원 증가했고, 사측의 주주가치 제고 의지는 변함없으며 자사주 매입 규모는 주가 수준에 따라 현금배당보다 자사주 매입 비중을 상승시키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경쟁사들의 소극적 스탠스와 대조적”이라고 평가했다. 

메리츠금융은 “기업 승계 생각이 없다”던 대주주 조정호 회장의 의사에 따라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지주사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주주환원책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지난해부터 연결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는 약속대로 자사주 매입·소각(6400억원) 및 배당(4483억원) 등 총 1조833억원 규모를 주주환원에 썼다. 

그 결과, 메리츠금융의 주가는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2022년 11월21일 종가 2만6750원 대비 약 220%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17조1239억원으로, 4대 금융지주 중 우리금융지주(10조9634억원), 하나금융지주(16조1381억원)을 넘어섰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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