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추문‧재정비리’ 의혹 천준협 목사…재심 통해 사실상 ‘면죄부’

지난 3월 예장합동 평남노회 판결문 단독 입수
재판부, 교단 헌법에 없는 ‘공소권 없음’ 판결
천 목사, 면직 대신 출교에 그쳐…목회 재개 가능성 열려
‘정직 7년’ 솜방망이 처분 이어 재심서 사실상 해벌(解罰)
직전 권순웅 총회장 차원 ‘천 목사 비호’ 의혹
권순웅, ‘중재’ 제안한 컨설팅업자 ‘하야방송’
하야방송 “피해 공론화되면 이미지 타격”…‘사건 은폐’ 가담?
고진현 기자 2024-05-17 17:40:33
[스마프에프엔=고진현 선임기자] 신도를 상대로 한 성추문과 재정비리 의혹으로 ‘정직 7년’의 징계를 받았던 천준협(57) 목사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평남노회로부터 사실상 ‘면죄부’ 취지의 재심 판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천 목사가 면직 대신 해벌(解罰)될 수 있었던 데는 직전 교단 총회장인 권순웅 목사 차원의 비호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면죄부의 실마리는 재판에 앞선 천 목사의 교단 탈퇴가 계기가 됐다. 노회 재판부는 탈퇴에 앞서 재심을 청구한 천 목사 안건을 재판에 올렸고, ‘공소권 없음’이라는 이례적인 결정을 통해 목사로서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기반까지 마련해줬다.

이 같은 조치는 사실상 꼼수에 가깝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천 목사가 다른 교단으로 이적해 목회 활동을 이어갈 경우 제재할 방법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단 헌법에는 “계속 재판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재판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진=유튜브 하야방송 캡쳐

17일 스마트에프엔이 단독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3월 18일 평남노회 재판국은 피고인 천 목사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판결의 이유에 대해선 “천씨는 근신하는 중에 탈퇴를 하였고, 기소 의견은 ‘공소권 없음’으로 기각함이 마땅하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교단 헌법의 권징조례 ‘제6장 제41조’, ‘제13장 제121조(2)’ 등의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평남노회 재판국은 천 목사에 대해 ‘정직 7년’의 징계를 내린 바 있다. 당시엔 재정 비리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고, 성추문과 관련해서만 유죄를 인정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으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었다. 당시 판결을 놓고서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천 목사에 대해 “출교를 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한데다가, 명백한 성비위에 대해 정신과적인 문제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를 포함한 교인들은 총회를 향해 재조사를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천 목사의 복직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기자 회견을 준비 중이다.

한 차례 비판이 있은 뒤 진행된 지난 3월 재심 결과를 놓고도 “상식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된다. 일단 ‘공소권 없음’이라는 규정 자체가 교단 헌법에 존재하지 않는다.

합동 총회 재판국의 한 임원은 스마트에프엔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탈퇴한 자이니까 해벌은 아니지만, 사실상 해벌과 같은 취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면직 조치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면직 처분을 내리면 ‘면직된 자’라는 꼬리표가 달리겠지만, 타 교단으로 숨어든다면 이와 같이 솜방망이 식으로 처벌한 노회의 위상은 손상된다”는 것이 공통된 비판이다.

게다가 교단 헌법은 탈퇴에 대해 ‘면직’ 대신 ‘명부 삭제’로 처분하는 방식은 ‘뚜렷한 범과 없는 목사’로 한정하고 있다. ‘권징조례 제7장 제54조’에 따르면 “뚜렷한 범과 없는 목사가 본 장로회의 관할을 배척하고 그 직을 포기하거나 자유로 교회를 설립하거나 이명서 없이 다른 교파에 가입하면 노회는 그 성명을 노회 명부에서 삭제만 하고 그 사유를 회록에 기재하되 그 사람에 대하여 착수한 송사 안건이 있으면 계속 재판할 수 있고”라고 돼 있다.

천 목사의 경우는 뚜렷한 범과 혐의에 대한 다툼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노회 명부 삭제만으로 처분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재판국 임원 역시 “탈퇴한 자의 시벌은 본 교단에서만 적용된다는 생각으로 천씨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직전 총회 차원에서 천 목사에 대해 면죄부를 주려고 한다는 지적은 진작부터 있어왔다. 지난해 11월 평남노회 한 임원 목사는 통화에서 “재판국 구성을 임시노회 때 했다”며 “재판국이 재심을 진행 중이며, 오는 봄 노회 정기회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천 목사의 구제 방침이 착착 진행된 배경에는 직전 총회장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사건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23년 당시 예장 합동 총회장이었던 권순웅 목사의 ‘부적절한 중재’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천 목사가 비위 혐의를 벌인 경기도 성남시 월드행복비전교회(현 새기쁨교회) 비상대책위원회(현 운영위원회) 구성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권 목사는 “내가 속한 평서노회로 교회의 소속을 옮기자. 교회(주다산교회) 성도인 변호인을 소개하겠다. 지금 겪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컨설팅이 필요하다” 등의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결국 권 목사가 소개한 유튜브 방송 매체인 ‘하야방송’ 유성헌(대표 겸 국장) 목사에게 컨설팅 비용 1000만원 중 500만원을 먼저 지급했다. 그러나 하야방송은 언론으로서 역할과 교회를 위한 도움을 주지 않았다.

하야방송 측은 지난 10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언론으로서 역할 대신 금전적 대가를 받고 컨설팅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 “천 목사에 대한 취재 요청을 받은 것이 아니라 교회가 어려움이 있으니 해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권순웅 목사의 요청’ 사실을 인정하며 “(천 목사 건은) 교단에서 다룰 수 있는 사안 아니었다. 교회의 문제는 심각해지고 피해자도 속출하는 상황에서 교회의 빠른 회복을 위한 논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컨설팅 사업’으로 등록된 사업자 등록을 제시했다.

사진=유튜브 하야방송 캡쳐

즉 하야방송이란 유튜브 매체 자체가 진실을 보도하는 업무를 주로 하는 언론 매체가 아니라 ‘컨설팅업’을 위주로 하는 사업자라는 점을 인정하는 한편, 처음부터 신도들이 겪은 피해사실을 공론화하는 것보다 ‘비공개 회복’에 초점을 뒀음을 시인하는 대목이다.

교단과 노회가 피고인 천 목사와 모종의 협의를 통해 ‘공소권 없음’이란 꼼수 안(案)을 마련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교단 핵심 관계자는 “천 목사가 재심을 청구했고, 재심을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 도저히 밀고 당기기가 안 되니까 ‘이제 노회를 떠나라’고 재판국에서 누군가가 제안한 모양”이라며 “(천 목사가) 아주 노회를 탈퇴하니까 ‘공소권 없음’이라고 때렸다(판결했다)고 한다”고 털어놨다.

천 목사에 대한 재심에 참여했던 평남노회 제판국 관계자는 ‘꼼수 면죄부’ 지적에 대해 “재판이 계속 진행되면 면직이라고 하는 얘기를 들어도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할 수 있는데, 탈퇴를 해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우리 노회 회원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이건 더 이상 재판할 수 있는 거리가 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노회와 천 목사가 “재심 판단에 앞서 교단 탈퇴를 모의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그건(천 목사의 교단 탈퇴는) 100% 다 자신의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고진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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