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해외 직구' 대책 혼선 공식 사과…사흘만에 철회

홍선혜 기자 2024-05-20 16:20:18
정부가 유모차, 완구 등 80개 품목에 대해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이 없는 해외 제품은 직접구매(직구) 금지 대책을 내세웠다가 사흘만에 사실상 철회했다.

20일 대통령실은 정부의 해외직구 규제 대책 발표로 혼선이 빚어진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어린이용품과 전기·생활용품 등 80개 품목의 경우 KC 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 직구를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해외직구 안전 대책을 발표했으나,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제라는 비난이 불거졌다.

윤석열 대통령도 향후 이 같은 혼선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 의견 수렴과 대언론 설명 강화 등 재발 방지책 마련을 지시했다.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은 2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최근 해외직구와 관련한 정부의 대책발표로 국민들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해외 직구 논란에 관해 직접 사과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보고받지 않았고, 논란을 접한 후 참모들에게 국민 불편에 사과하라는 지시만 내렸다는 설명이다.

해외직구에 대한 소비자 불만 상담이 늘고 있는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는 소비자 불만이 세배로 급증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C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제품에서 국내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돼 논란이 일었다. 특히 어린이 완구나 어린이 슬리퍼·운동화 등을 꾸밀 때 사용하는 신발 장식품(지비츠) 16개 중 7개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DEHP, DBP)가 기준치 대비 최대 348배 초과 검출됐다. 또 일부 제품에서는 납 함유량이 기준치 대비 최대 33배 높게 검출됐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정부의 해당 조치 발표 이후 '소비자 개인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규제한다'며 분개했다. 이번 사건으로 일각에서는 정부의 설익은 조치에 대해 오히려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정책실장 "정부의 대응 대책에 크게 두 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KC(국가인증통합마크) 인증을 받아야 해외직구가 가능토록 하는 방침이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저렴한 제품구매에 애쓰는 국민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 못 한 부분에 대해 송구하다"고 말했다.

해외 직구 관련 브리핑하는 성태윤 정책실장  / 사진=연합뉴스 


또 "정책 발표 설명과정에서 실제 계획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했다"며 "법 개정을 위한 여론 수렴 등 관련 절차가 필요하고, 법 개정 전에는 유해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차단한다는 방침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6월부터 80개 품목의 해외 직구가 금지된다고 알려져 혼선을 초래한 점 역시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성 실장은 "대통령실은 여론을 경청하고 먼저 총리실로 하여금 정확한 내용설명을 추가토록 했으며, 국민 불편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관계부처는 KC 인증 도입 방침을 전면 재검토하고, KC 인증과 같은 방법으로 제한하지 않고 소비자의 선택권과 안정성을 보다 균형 있게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마련해 나가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책의 사전 검토 강화, 당정 협의를 포함한 국민 의견 수렴 강화, 브리핑 등 정책 설명 강화 그리고 정부의 정책 리스크 관리 재점검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정부의 정책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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