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농원’ 이점태 "발품팔면 스마트팜 정보도 많이 얻을수 있어"

‘하늘농원’_이점태(54 경북영천)
자연인처럼 사는 것이 평소 꿈
윤종옥 기자 2020-01-15 11:05:00
사진=이점태 ‘하늘농원’ 대표
사진=이점태 ‘하늘농원’ 대표


이점태(54) 씨는 자연인처럼 사는 것이 평소 꿈이었다. 깊은 산골에서 자연을 벗 삼아 혼자 사색하고, 나물과 약초를 캐 식사 대용으로 먹으며 자연인처럼 사는 것이 소원이었다. 30대 때부터 자연에서 살겠노라고 주위에 선언하고, 틈만 나면 혼자 살 만한 곳을 찾아다녔다. 나이가 들어도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귀농을 통해 자연인처럼 살기로 하고, 10년 전부터 전국의 귀농 적지를 찾아다니며 준비했다. 경북영천에 둥지를 틀고 ‘자연인+귀농인’처럼 살게 됐다.

30대부터 귀농 꿈꿔

그는 1988년 옛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해 경남 창원에서 근무를 시작해 인사, 교육 분야를 주로 맡았다. 2003년 회사에 명퇴신청을 하고 컨설팅 및 강의로 새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수도권에서 기업 리더십 교육과 인사조직, 커뮤니케이션,인간관계, 조직 활성화 등을 강의한 컨설팅 전문가로 변모했다.

나이 50이 가까워지면서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귀농할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도시에서 살 것인가’를 결심해야 했다. 평소 생각했던 자연인처럼 살기 위해 귀농을 결심하고, 귀농 3년 전부터 경북 구미, 상주 지역을 방문해 틈틈이 귀농 정보를 수집했다. 귀농·귀촌 교육도 받으며 농사 정보를 알았다.

점태 씨는 어렸을 때 경남 진주 농촌에서 자랐다. 농사가 너무 힘들어 커서는 죽어도 농부는 되지 않기로 늘 다짐하고 살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역시 고향의 향수는 잊을 수 없었을까. 다시 농촌으로 향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점태 씨는 여행을 좋아해 30대 중반부터 귀농할 지역도 찾을 겸 전국으로 땅을 보러 다녔고, 50대가 되면 산에 들어가 살겠다고 생각했다.

아내와 여행 겸 귀농 장소를 물색하다, 경북 영천을 지나칠 일이 있었다. 회사에서 후배로 근무했던 여직원이 이곳으로 시집을 가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있다는 것이 생각나 소식도 궁금했던 차에 전화를 걸어 보았다. 여직원 가족들과 이야기하면서 귀농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 여직원의 시아버지가 마침 사과 과수원이 나왔다며 대뜸 권하지 않는가? 이것저것 따져보지 않고 사과를 재배하기로결정했다.

직장 후배 직원 시아버지의 주선으로 귀농지를 선택한 것이 당시 매물로 나와있던 현재의 과수원이다. 당초 포도 재배를 염두에 두었으나 사과가 포도보다 가격 변동 폭이 작고, 저장 기간도 길며, 특히 집과 과수원이 상주보다 더 가까운 것이 조건에 맞아 사과재배로 품목을 바꾸었다. 다음날 계약을 하고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사진=지난 11월 하늘농원 사과 수확작업 모습.
사진=지난 11월 하늘농원 사과 수확작업 모습.


텐트 치고 맨땅에서 사과농장 가꿔

점태 씨는 야영 생활을 수없이 많이 해봤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사과밭에다 텐트를 치고 혼자서 과수원 주변의 우거진 잡초들을 제거하면서 귀농생활을 시작했다.

어렸을 때 농사일을 거들었던 경험이 있었지만, 혼자서 농사를 지어 보지 않아 영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 주관한 신입 귀농·귀촌 교육 과정을 받으며 농업기술을익혔다. 적화작업과 열매솎기, 가지치기, 사과 색깔을 내기 위한 잎따기 작업을 제때 해줘야 사과가 잘 자란다는 것도 배웠다. 그러나 실제 활용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귀농 첫해는 전지작업 등을 외부에 다 맡기고, 작목반에 가입해 사과기술 정보를 추가로 얻는 데 주력했다.

점태 씨는 귀농을 할 때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 사과농장 전 주인도 귀농을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는지 시행착오가 많았다는 것을 느꼈다. 사과는 물 빠짐이 좋아야 한다. 이 때문에 나무 밑에 배수시설인 유공관(有孔管, 배수구 내에 매설하는 구멍이 있는 배수용 관)이 묻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곳 농장에는 유공관 시설이 없었다. 이 때문에 사과 열매는 많이 안 열리고 나무만 커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일일이 사과나무 밑에 유공관을 다 묻는 작업을 하고 난 뒤에야 물이 쉽게 빠져나가 수확이 좋아졌다.

또 접붙인 사과나무 뿌리는 얇게 심어야 한다. 이것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뿌리가 흙에 모두 다 덮어져 있어 사과 열매로 가야 할 양분이 나무로 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영양분을 나무와 잎이 다 빨아들이고 정작 열매인 사과는 크지 않았다.

한 나무에 보통 사과가 80~120개가 열려야 하는데 30~40개에 불과했다. 나무뿌리를 도끼로 일일이 다 잘랐다. 주위에서는 사과나무 다 죽인다고 염려했다.

“그렇게 하면 사과나무 다 죽어, 이 사람아!” 하지만 이판사판이었다. 끊어버리자. 지금에야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당시 정말 심각했다고 한다. 뿌리를 다 잘라 다듬는 덕분에 지금의 사과나무를 만들 수 있었다. 농촌에 대한 사전 경험이 없다 보니 겪었던 귀농생활 어려움이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 가족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귀농을 단순하게 땅 사고 작목 정해서 농사짓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라며 “지역 특성에 따라 작목도 선정하고 판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수익이 날때까지 경비는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자녀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한 후에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사진=하늘농원 과수원 전경.
사진=하늘농원 과수원 전경.


큰돈 투자 없이 하나씩 천천히 장만하라

점태 씨는 귀농하려는 사람은 처음부터 큰돈을 투자할 생각을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제일 좋다. 장비는 중고가 좋다고 한다. 귀농한 사람이 부딪히는 첫 번째 고민은 경제적 문제다. 농사는 처음에 돈이 안 되는 직업이다. 이 때문에 기존 일과 농사를 반반씩, 적어도 3년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도 처음에는 강의 50%, 농사 50%를 병행했다.

특히 사과는 5년 차부터 수확한다. 사과재배 농가는 4년을 수익 없이 기다려야하고 이 기간 동안 계속 투자해야 한다. 충분한 자금이 확보되지 않은 사과재배 희망 귀농자들은 사과보다는 초기 수익을 낼 작목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고 무작정 귀농해 나중에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귀농에 앞서 과수원 특징, 운영비, 토양, 가격대 등을 많이 알아보고 최종 선택해야 한다. 점태 씨는 다행히 5년생 사과나무가 자라고 있는 농장을 샀다.

점태 씨는 귀농 전까지는 자연인처럼 살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귀농 당시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경제적 부분이 중요했다. 또 농사일이 어렵지만, 과일 종류는 상대적으로 일하기가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들어도 뭔가 할일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도시에서는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많이 있는데, 일자리가 없어 일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는 일터를 고르다 보니 귀농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농업용수로, 마을회관 수돗물을 식수로 각각 끌어다 사용했다. 컨테이너 숙소와 창고를 설치했고, 사과 저온창고도 마련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갖추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필요한 농사 장비나 시설 등을 마련했다.

비싼 농사 기계, 중고로 구입해 비용 절감

작목 재배방법을 잘못 알고 농사를 지으면 1년만 문제가 아니라 다음 해까지 손실이 발생한다. 점태 씨는 농업기술센터에서 단기적으로 공부를 했지만, 따로 책을사서 공부를 많이 해야 했다.

특히 농기계 구입이나 시설을 설치할 때 비용을 아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작목에 따라 농기계를 구입해야 하는데 굳이 새 기계를 살 것이 아니라, 중고 기계 구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면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점태 씨는 첫해 텐트를 치고 1년 동안 생활을 했다. 이후 집이 필요했다. 막상 집을 지으려 하니까 1억 3,000만 원 정도 견적이 나왔다. 농촌에 그 정도 투자해 집을 짓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마침 지인의 남편이 건축을 하는 사람이 있어 일당 20만 원을 주면서 같이 일했고, 자재는 직접 조달했다.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하고 원룸형 컨테이너 주문제작을 해 많은 돈을 들여 집을 짓는 대신 저렴한 비용으로 살 곳을 마련한 것이다.

5,000만~6,000만 원에 집을 완성할 수 있었다. 집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고 저렴하게 주택을 지은 것이다. 작년 가을 3개월에 거쳐 완성했다. 이어 바닥공사를 한 뒤 저장고도 지었다. 저장고 부품도 중고를 샀다. 새 부품은 1,500만 원 드는데 중고를 800만 원에 구입해 절반의 비용을 절약했다.

“귀농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떻게 농사를 지을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기존 농사 선배로부터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농업기술센터에 가면 귀농·귀촌과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발품을 팔면 많은 정보가 나올 수 있습니다.”

점태 씨는 마을 주민들과 소통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민들과 소통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귀농하고 싶으면 주민들과 잘 지내야 한다. 그는 항상 마을에 들어오면서 마을회관 등을 들려 어르신들에게 꼭 인사를 했다. 모임에도 자주 나갔다. 경로당 간식거리를 사서 드리기도 하고, 일하면 먹을 것을 사다 드렸다.

이러한 노력이 쌓이자 주민들은 원래 살았던 동네 사람처럼 대해주기 시작했다. 사과 판매전략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100% 택배로 개인판매를 한다. 지역별로 중요한 인물 1명씩 포섭해 거점화한다. 예를 들어 대구에는 아내 지인, 창원에는 친척, 인천에는 옛 회사 동료들 위주로 거점을 마련해 판매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위 사람들의 구매가 늘어났다. ‘시중보다는 싸게 농협 수매가보다는 비싸게’ 판매한다는 것이 모토였다. 가격도 싸면서 맛도 좋아 수확을 하면 곧바로 완판됐다.



윤종옥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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