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고령 농업인은 왜 농기계 안장에 올랐나

김철호 기자 2019-10-11 16:16:24

고령 농업인의 운전사고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농촌지역의 빈약한 교통 설비 탓에 자가운전 비중이 높은 데다, 열악한 도로환경으로 사망자 발생 건수가 도시 지역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에 정부는 올해 1월부터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적성검사 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기로 결정했다. 지속적인 안전운전 교육과 운행능력 검사로 고령 운전자 사고를 조기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와 같은 방식은 농촌계의 고령 운전자 사고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촌 지역은 자가용 차량보단 트랙터, 경운기, 지게차 등 농기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원인을 명확히 짚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농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안전운전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명확한 해법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농업인들이 70세가 넘어서까지 농기계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원인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부족한 농업 일손 메꾼 농기계

고령의 농업인들이 트랙터 등 농기계 안장에 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인구 고령화, 청년 인구 감소로 농촌의 일손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강원 산간지, 아산 등 일부 지역은 추수 작업에 필요한 인력조차 쉽게 구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반면 트랙터를 농장주가 직접 운영할 경우 생산에 드는 비용은 줄이면서 안정적인 수확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기존 추수 작업에 3~4명의 인력이 동원됐다고 하면 첨단 트랙터기 한대가 이를 메꿀 정도다.

그러나 농기계는 수동식 기어로 작동하면서 높은 수준의 운전 기술을 동시에 요구하기 때문에 고령의 농업인들이 사용하기에는 위험 요소가 크다. 실제 올 상반기 농기계의 운전 사고 발생 건수는 보도된 내용만 280여 건에 이른다.

농기계 업체 관계자는 "경력이 많은 전문 농업인이어도 고령일수록 농기계 운전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A/S 현장을 방문하면 대개 고령 농업인들이 기기를 몰다 사고가 난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LS엠트론이 선보인 직진 자율주행 트랙터 모델 이미지.
LS엠트론이 선보인 직진 자율주행 트랙터 모델 이미지.


ICT와 농기계의 '접목'...안전 책임지는 스마트 장비

그렇다면 농촌계의 운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우리는 어떤 대안을 모색해야 할까.

업계 관계자들은 농기계의 자율화(스마트화)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율주행형 농기계로 고령 농장주의 운전 사고를 예방하고 인력 부족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ICT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형 농기계는 농업의 애로사항을 적극 반영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부족한 농업 인력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연구개발을 거듭하고 있어 각종 농업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스마트폰 연동 시스템으로 농기계를 안전한 장소에서 원격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불거진 고령 농업인의 운전사고 등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농가들에 보급돼 있는 농기계를 IoT(사물인터넷)화 시켜 이들의 고충을 돕는 방향으로 금전적 지원, 정책적 방향을 설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철호 기자 fire@thek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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