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SG경영과 KB증권

라임사태, 박정림 KB증권 대표 ‘문책경고’ 중징계… ‘연임’ 놓고 저울질
KB증권, 진짜 책임 보여야 ESG경영 빛날 것
정우성 기자 2020-11-17 08:00:00
[스마트에프엔=정우성 기자] 지난 주말 KB금융그룹은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에 편입됐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지수는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는 착하고 좋은 기업들을 구별하는 글로벌 기준이다.

KB는 5년 연속 이 지수에 포함됐다. 은행 산업 내에서 세계 2위, 국내 1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KB는 국내 ESG경영을 선도하는 그룹이다. ESG경영은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하지 않고 돈만 벌어서는 안 된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투자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불과 며칠 전 KB증권 박정림 대표는 라임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받았다.

라임자산운용 사태는 단순히 증권사가 부실펀드를 소비자에게 판 문제가 아니다. 직원이 라임 세력에 가담해 이들의 범죄를 돕고 대가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아직 정확히 몇명이 어느 수준까지 가담했는지 검찰이 조사 중이지만, 결코 가담 정도가 낮다고 볼 수 없다. 직원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KB증권이 체계적이고 촘촘한 리스크심사 업무절차를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

KB증권 리스크관리부서와 상품판매부서는 서로 정보를 주고받지 않았다. 라임펀드 사태가 경영진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이유다. 금융은 신뢰가 생명이다. KB증권의 신뢰를 믿고 투자한 고객들에게 회사는 책임을 져야한다.

대국민 사기사건에서 KB증권은 어떤 ‘사회적 책임’을 졌는가. 우선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와 박 대표가 중징계를 받게 됐다. 관련 임직원들이 검찰 수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KB증권을 믿고 라임 펀드에 투자한 소비자들에게는 어떤 책임을 졌는가. 손실의 40%를 우선 보상하겠다고 한 것이 전부다. 그마저도 추가적인 손실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신영증권, 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부산은행이 50~51%를 선보상하겠다고 밝힌 것에 비교해도 부족한 금액이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입버릇처럼 말해온 “ESG 선도 기업 역할을 다하겠다”는 발언이 무색해진다. 정말 국내 1위, 세계 2위 지속가능경영을 하는 금융사라면 달라야 하지 않을까.

책임을 지는 기업이라면 펀드 투자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게 가입 원금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 KB증권의 라임펀드 판매액은 580억원 규모다. 지난해 순이익만 2901억원에 달하는 KB증권이 책임이란 무엇인지 보여주길 바란다. 판매사에 손실의 몇 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해외 사례에 비하면 그래도 감당할만하지 않는가.

국내 굴지의 KB금융그룹을 믿고 쌈짓돈을 맡긴 투자자들은 지금도 가슴을 졸이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대표 이사의 징계나 연임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정우성 기자 wsj@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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