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대북전단의 인도·평화적 기능 중시해야”

정우성 기자 2020-12-30 22:08:34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무효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무효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주재 주요 외신기자를 상대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한 영상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에는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마이니치, 요미우리 VOA, NTV 등 12개 주요 외신 기자들이 참석했다.

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 북한을 정상 국가로 만드는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 △ 북한 주민들이 외부정보를 얻는 방법과 수단 △ 남북관계에서 대북 전단이 가지는 장기적인 기능과 역할 △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의 위헌 요소와 법리적 허점에 대해 중점적으로 발언했다.

먼저 태 의원은 북한 변화에서 소프트 파워가 가지는 위력에 대해 본인의 유년 시절 경험을 언급했다. 태 의원은 본인이 졸업한 북한 엘리트 양성 학교인 평양 외국어 학원에서 영어교육을 위해 사용했던 미국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 자신에게 준 영향을 회상하며 당시 나이가 14살 이었는데 미국 영화 주제가를 혼자 부르면서 ‘미국은 우리의 철천지 원수인데 내가 이래도 될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한다. 태 의원은 이 영화를 통해 어린 나이지만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서서히 사라졌다고 했다.

북한 주민들이 외부에서 정보를 얻는 수단으로 태 의원은 네 가지 루트를 설명했다. 하나는 일반 북한 내 교육과 공식 매체를 통해서, 다른 하나는 해외 여행이나 근무, 해외 노동을 통해서, 세 번째는 북 중 밀수를 통해 들어와 북한 장마당에서 유통되는 한국 문화 콘텐츠와 한국 상품들을 구매, 네 번째 방법이 바로 대북전단이라고 언급했다.

태 의원은 일부 사람들은 대북 전단이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과 북한 주민의 의식변화에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를 가지고 논쟁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북한으로 어떤 루트를 통해 우리 정보와 문화가 들어가는지 잘 모르는 이해 부족에서 오는 문제"라고 평했다.

태 의원은 지금 북한에 들어가고 있는 대부분의 정보나 문화, 생필품의 유입경로는 북중 국경에서 밀수를 통해서라고 밝히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대북전단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나오는 이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북 전단이 누구를 타겟으로 하는가 하는 문제인데 대부분의 대북 전단은 북한 중심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휴전선 일대에 떨어진다"면서 "이를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은 수십만의 북한 군인과 휴전선 일대 주민들로 제한된다. 남북간의 대화가 열릴 때마다 대북전단을 중지하라고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대북 전단이 휴전선 근처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북 전단의 특징은 무료로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과 북한 군인들과 휴전선 일대 주민들의 생계 해결에 영향을 미쳐 북한 당국과 주민들간 거리감을 넓히고 북한 군인들의 기강 해이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태 의원은 "지난 시기 대북 전단이 떨어지면 당국이 주민들과 군인들을 강제로 동원 시켜 수거 작업을 진행했다. 강제적으로 하다 보니 자연히 형식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몇 년전부터 대한민국에서는 대북 전단에 1달러 지폐를 함께 동봉해 북한으로 날리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당국의 지시가 없어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남북접경 지역 북한 주민들과 군인들이 스스로 산에 올라가 전단을 수거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즉, 전단 속에 들어 있는 미국 달러를 손에 넣어 그 돈으로 장마당에서 생필품을 구매해 생계에 보태기 위해서이다"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북전단이 떨어지면 북한 군인들과 장교들 사이에 은근히 이것을 주어 생계에 보태기 위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고 장교들이 병사들을 시켜 전단을 수거해서 소각하라고 명령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사병들이 수거한 전단 숫자가 사실인지’, ‘병사들이 달러를 숨기기 위해 전단 수 자체를 속이지 않는지’ 불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태 의원은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언급하며 "드라마에서 나온 것처럼 현재 휴전선 일대 북한 군인들을 10년 전 전방을 지키는 군인들과는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군인들"이라며 "그들이 어릴 때부터 한국 문화를 접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태 의원의 설명에 의하면 군인들이 대북전단으로 얻을 수 있는 달러와 정보로 인해 적에 대한 적대감이 사라지는 것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가장 큰 타격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북중국경을 통한 정보유입보다 대북전단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정보 유입이 작지만 영향은 크다고 태 의원은 평했다.

이어 태 의원은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의 법리적 측면의 부당성을 설명했다. 태 의원은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순전히 김 위원장 비위를 맞추기 위해 급조된 법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이번 개정안의 근본 취지가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것인데 이를 위해 정부가 헌법적 가치인 의사 표현의 자유권을 왜 제약해야 하는지 직접적 인과관계로 명백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태 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형법의 ‘죄형법정주의원칙’과 ‘구성요건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법에서 밝히고 있는 미수범 처벌 규정은 너무나도 모호해 법리적 문제를 일으킬 소지도 상당히 크다고 설명했다.

태 의원은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며 "내년 초 미 하원에서 계획되어 있는 렌토스 인권위원회 청문회에 초청을 받으면 직접 나가 이번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문제를 설명하겠다"며 "향후 인권과 민주주의 자유의 가치를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더 적극적으로 국제 인권단체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사업에 힘쓰고 북한군에 의한 우리 국민 피살사건, 이번 대북전단살포금지법문제 등을 공론화 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우성 기자 wsj@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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