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판매가 보다 높은 납품가로 공급받아”…매출 8조 대기업 횡포에 맞선 것

‘대형 제조기업의 신유통 업체 길들이기로 소비자 피해 커질 것’ 우려
이철규 기자 2021-08-19 15:23:22
지난 11일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열고 쿠팡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32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열고 쿠팡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32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스마트에프엔=이철규 기자] 매출 8조원의 LG생활건강이 1억7000만원 가량 반품한 것을 문제삼아 “쿠팡이 갑질했다“고 공정위에 고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열고 쿠팡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32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19년 쿠팡이 자사 생활용품·코카콜라 제품 판매와 관련해 불공정 행위를 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당시 LG생활건강은 쿠팡이 일방적으로 반품하거나 계약을 종결했고, 손해보전을 거론하며 부당하게 공급단가 인하를 요구했다는 등 공정거래법과 대규모 유통업법 7개 항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LG가 무더기로 제기한 7개 항목 중 이번 전원회의에 상정되는 것은 두 개 항목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LG생건이 당시 강하게 주장한 부당반품 금지와 거래거절과 관련한 문제 제기는 쿠팡측의 소명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안다“며 “11일 전원회의를 통해서는 쿠팡이 손해보전을 거론하며 공급단가 인하를 요구한 부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매출 8조원 가까운 기업이 1억7000만원 반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 자체가 대기업의 횡포 아니냐는 시각이 일고 있다. 매년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한 LG생건이 당시 업계 3위에 불과한 쿠팡에 ’갑질을 당했다“는 주장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9년 LG생건의 매출은 7조8000억원에 영업이익도 1조1000억원을 넘어선 반면 쿠팡은 2018년 1조원 넘는 영업손실에 이어 2019년에도 7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이어갔다.

특히 당시 LG생건 매출액 대비 쿠팡에서 발생한 매출액은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LG생건이 실제 불공정 행위로 손해를 봤다기보다는 기존 기득권 시장을 지키기 위해 성장하는 이커머스에 제동을 걸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실제 대기업 제조사가 신유통을 길들이기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4년 대형마트 중심의 신흥 유통기업이 급부상할 때 대기업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기득권 유통인 대리점, 백화점들이 반발했다.

당시 한 식품회사는 대형마트에 제품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판매가는 우리가 결정한다“고 통보했으며 대형마트에서 가격을 할인해 판매하자 제품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대형 가전업체 역시 판매 가격 결정권에 대해 장기간 다투다 자사 전 제품의 공급을 못하도록 지시한 적도 있다.



이철규 기자 smartfn11@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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