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MZ세대 몰려드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이국적 디자인과 컨셉에 수많은 MZ세대 몰리며 인증샷과 구매...침대회사 넘어 마케팅·디자인 회사로의 진화 관심
김영진 기자 2022-03-13 15:50:20
서울 청담동에 오픈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사진=스마트에프엔
서울 청담동에 오픈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사진=스마트에프엔

[스마트에프엔=김영진 기자] 지난 6일 서울 청담동 분더샵 인근 언덕에 오픈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에는 수많은 젊은 세대들이 입장을 하려고 긴 줄을 서고 있었다.

희귀한 수입차들과 발렛맨들을 주로 볼 수 있는, 도보로 걷는 행인을 만나기 어려운 이 청담동 언덕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렸던 적이 있었던가.

도대체 침대기업 시몬스는 이 공간에 무엇을 담았기에 코로나 시국에도 수많은 MZ세대들이 몰려드는 것일까.

시몬스는 2020년부터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셜라이징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2020년 서울 성수동에서 선보인 '하드웨어 스토어'가 큰 인기를 끈 이후 지난해 부산 해리단길에 '해운대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오픈했고 이번에 청담동에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오픈한 것이다.

시몬스가 선보이는 소셜라이징 프로젝트는 다분히 미국적이다. 2020년 선보인 하드웨어 스토어는 미국의 홈디포 컨셉을 따라했으며, 이번 그로서리 스토어도 미국과 유럽 등의 재래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식료품점 컨셉이다. 메인 컬러도 미국적인 강렬한 레드를 적용했다.

이는 시몬스가 미국 브랜드여서 그럴 수 있으며 미국에서 유학한 안정호 시몬스 대표이사의 취향일 수 있다. 안 대표는 미국 SIU(서던 일리노이 대학) 경제학과 출신이다. 시몬스가 추구하는 디자인 스타일은 '르라보'같은 미국적인 빈티지와 인앤아웃 같은 팝아트를 지향한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에서 판매하는 버거 모양의 포스트잇./사진=스마트에프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에서 판매하는 버거 모양의 포스트잇./사진=스마트에프엔

청담동에서 운영하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역시 미국적인 디자인이 주목을 받으면서 인스타그램 등 SNS에 익숙한 MZ세대들이 몰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시몬스 측은 파워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해 사전 행사를 진행한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에는 침대회사에서 기대할 수 있는 '침대'는 전혀 없다. 버거, 피자, 고기, 우유팩 등 식료품점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렇다고 식료품을 판매하는 것도 아니다. 우유팩 안에는 쌀이 들어 있으며 피자 포장 안에는 정육점 직원이 착용할 법한 앞치마가 있다. 고기는 수세미이다.

이 공간에서 판매하는 상품만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특히 주목되는 건 이 모든 상품 디자인을 시몬스가 직접 했다는 점이다.

시몬스를 침대회사를 넘어 디자인 회사, 마케팅 회사로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형제기업인 에이스침대가 오랜 기간 1인 모델을 고수하며 침대 하나에만 집중해 마케팅을 하는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예쁜 쓰레기' 앞에서 수많은 MZ세대들은 인증샷을 찍기 바쁘며, 예쁘다는 이유로 다이소에서 저렴하게 사도 될 법한 아이템들을 더 비싼 가격에 흔쾌히 구매한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2층으로 올라가면 부산 유명 수제버거 브랜드 ‘버거샵’을 만날 수 있다. 또 같은 층에는 농구 코트가 있다. 농구 코트가 있다고 농구를 실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농구 코트 컨셉'인 셈이다. 이 공간에서는 인증샷만 찍을 수 있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에서 판매하는 우유팩 디자인의 쌀./사진=스마트에프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에서 판매하는 우유팩 디자인의 쌀./사진=스마트에프엔

3층에는 시몬스의 2022 브랜드 캠페인 ‘Oddly Satisfying Video: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 디지털 아트가 전시되고 있다. '멍 때리기'를 주제로 한 영상이기는 하지만, 이 공간에서 실제 멍 때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를 일이다. 실제 봤을 때 인증샷 찍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였다.

시몬스가 시도하고 있는 소셜라이징 프로젝트는 일단 성공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공간을 꾸며도 사람들이 몰지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은 흥행 면에서는 일단 성공했다.

시몬스가 이런 공간을 구현하며 얻고자 하는 지향점은 무엇일까? 침대를 구매하려는 MZ세대들에게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려고 그러는지, 디자인 회사를 표방하는지, 마케팅 회사를 표방하는지 모를 일이다.



김영진 기자 yjkim@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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