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이후…기업들 대응 방안은

법조계, 대법원 취지 인지…유효성 개별적으로 검토
정년연장형·정년유지형 따져봐야…10대 체크리스트 제시
신종모 기자 2022-06-13 11:33:45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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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대법원이 지난달 26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렸다. 이로 인해 현재 다수 기업은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와 제2의 통상임금 격렬한 노사갈등으로 번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이에 법조계는 “대법원의 취지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현재 운영하는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현행 임금피크제 점검 및 개선 소송 발생시 대응방안, 노조와의 단체교섭전략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9일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 설명회를 마련했다.

김동욱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설명회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금피크제 자체의 효력을 부정한 것이 아닌 만큼 과도한 불안과 공포는 금물”이라고 당부했다.

김 변호사는 “만약 임금피크제 소송사태가 전개되면 승패와 상관없이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워 고용 확대나 향후 고용연장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번 판결 이후 노동계에서 임금피크제 무효소송과 폐지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한국노총은 현장지침을 내려 임금피크제 무효화 및 폐지를 독려하고 있다. 은행권 노동조합도 소송제기를 위한 법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피크제는 임금 삭감 대신 정년을 늘리는 정년연장형과 정년을 그대로 두고 임금만 삭감하는 정년유지형으로 구분되는데 지난달 대법원의 무효 판단이 나온 임금피크제는 정년유지형이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지난 2013년 60세로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도입됐다.

김종수 변호사는 “임금삭감과 인력퇴출 목적이 아닌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유효성 높다”며 “대법원은 해당 사건을 검토하면서 정년 60세 법개정전 도입, 정년연장 없이 임금만 삭감, 경영효율화 목적, 근로시간, 업무조정 등의 무(無)조치 등을 근거로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기업들이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른 정년연장 대응조치로 일반적으로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면서 “다만 정년연장을 위해 도입한 임금피크제의 경우라도 도입 목적의 타당성, 근로자 불이익 정도 등 대법원이 제시한 임금피크제 유효성 판단기준에 맞지 않다면 무효화할 우려가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만44세부터, 최대 50%까지 임금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와 같다”며 “그 목적이 임금 삭감내지 인력퇴출로 보여지는 경우 대법원 기준에 따라 무효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실시한 유효성 요건인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조치의 여부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세리 변호사는 임금피크제 대응과 관련하여 기업들에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정년제 형태, 임금피크제 목적, 대상근로자 조치 여부 등의 각 사항을 개별적으로 점검해 현재 운영 중인 임금피크제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업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임금피크제 유효성을 점검하는 10대 체크리스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임금피크제 유효성 점검을 위한 10대 체크리스트는 임금피크제 유형, 사내규정(규칙)과 개별규정(연봉계약) 유무, 적용기간·임금삭감 폭 수준, 과반수 조직 노조 또는 과반수 근로자 동의 유무, 도입 목적의 주된 목적, 확보한 재원 활용, 직원들에 대해 업무강도, 직무전환, 근로시간 조정 등의 조치, 시작 연령 기준, 신규채용 확대 또는 고용연장 현실화 등”이라고 덧붙였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임금피크제는 연공급체제 하에서 정년연장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일자리 감소 등 고용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되었다”며 “이번 임금피크제 판결 혼란과 정년연장이 일자리에 미치는 부작용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직무급 체제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임금피크제 도입은 연공급제하 불가피한 조치이며 이를 무효화할 경우 청년일자리, 중장년 고용불안 등이 우려된다”며 “더욱이 인력경직성 심화로 기업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경쟁력이 떨어질 것은 물론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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