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 英 반도체 기업 ‘ARM’ 인수전 점화

삼성전자·인텔 vs SK하이닉스·퀄컴 양강구도 형성
ARM 공동 인수 기업, 세계 반도체 시장 주도
신종모 기자 2022-06-14 10:14:08
[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K-반도체의 두 거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설계 시장의 80~90%를 점유하는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ARM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ARM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시사하며 전략적투자자(SI)와 함께 컨소시엄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및 모바일 통신칩 기업인 인텔과 퀄컴이 각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ARM 인수전 러닝메이트로 참여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방한 중인 팻 겔싱어(Patrick Gelsinger) 인텔 CEO를 만나 삼성전자와 인텔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는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PC 및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업계 전문가들은 “양사는 반도체 부문에서 오랜 동반자이자 경쟁자”라면서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의 만남은 반도체 산업을 더욱 고도화하기 위한 것으로 조만간 ARM 인수를 공식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ARM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맞지만 인수와 관련한 계획은 아직 전무한 상태”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퀄컴과 협력해 ARM 인수전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ARM의 기업 공개(IPO) 때 다른 경쟁사와의 공동 투자에 관심이 있다”며 “규모가 충분하다면 ARM을 인수하기 위한 컨소시엄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양사가 ARM 인수전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은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코로나19 도시 봉쇄 등 불확실한 대외 환경이 투자에는 오히려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ARM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고 컨소시엄 인수 방안 검토 이후 현재까지 진전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ARM은 어떤 회사

1990년에 설립한 ARM은 x86·MIPS·PowerPC 등과 같은 고성능을 지향했던 경쟁 업체들과 달리 저전력·고효율을 목표로 한 기술 시장에 뛰어들었다.

1990년 당시 ARM은 개발과 생산·판매를 동시에 하는 종합반도체회사(IDM) 업체의 틀을 벗어나 중앙처리장치(CPU) 설계를 파는 사업 모델을 채택했다. 이후 IT 산업의 대세가 단일 칩에 시스템의 기능을 집적하는 SoC(System on a Chip)로 방향을 잡으면서 각 SoC 제작 업체들은 그에 적합한 CPU 설계를 찾게 됐다. 2010년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SoC 업계에서의 주도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었던 ARM의 CPU 제품이 결정적인 주도권을 쥐게 됐다.

현재 ARM은 회사와 규모의 상관없이 반도체 설계와 명령어셋 등을 공급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서버용 프로세서와 카메라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 기업들이 ARM의 설계자산(IP)을 활용하고 있다.

ARM의 대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SB)는 지난 2020년 9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ARM을 최대 400억달러(약 50조원)에 매각을 시도했으나 각국 규제 당국의 반대로 최종 무산됐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6년 ARM 인수 당시 투자한 320억달러(약 32조원)를 회수하기 위해 오는 2023년 3월까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ARM을 상장할 계획을 구체화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AMR 공동 인수 기업이 곧 글로벌 반도체 주류

ARM을 인수한 기업은 세계 반도체 시장 주도는 물론 트렌드를 완전히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나 퀄컴은 이미 ARM 설계를 바탕으로 칩을 생산하고 있는데 ARM을 인수할 경우 설계자산을 확보하게 되면서 반도체 주도권을 가지게 될 전망이다.

최근 노트북 칩과 모바일 칩은 시장이 크로스오버 형태로 바뀌는 가운데 휴대성과 동시에 발열과 전력소모가 낮은 모바일 칩 적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앞서 인텔은 ARM의 모바일 칩 기술력에 밀려 관련 신규 개발을 백지화했다. 하지만 이번 ARM 인수를 통해 모바일 칩 기술력을 확보하게 되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디램(DRAM)과 낸드(NAND) 등을 중심으로 하는 대표적인 메모리반도체 기업이다. 이외에도 주력 생산시설이 아닌 일부 Fab(M8·M10)을 활용해 시스템 반도체인 CIS(CMOS Image Sensor)생산과 파운드리(Foundry)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ARM을 공동 인수할 경우 파운드리와 함께 비메모리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인텔, SK하이닉스와 퀄컴 등이 ARM 인수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며 “800억달러(약 100조원)를 웃도는 ARM을 누가 먼저 인수하냐에 따라 세계 반도체 시장의 판세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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