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막의 신기루일까

‘네옴시티 프로젝트’ 총 공사비 사우디 30% 부담…해외투자 70%
우리 기업·사우디 투자부 간, 총 26건 MOU 체결
재계, 빈 살만 왕세자 방한 이후 ‘제2 중동붐’ 기대
신종모 기자 2022-12-28 11:35:25
[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달 17일 방한한 이후 정부와 재계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허상일 뿐, 오히려 한국 기업과 정부가 역으로 사우디에 투자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방한 당시 반 살만 왕세자가 가지고 온 '선물 보따리'인 네옴시티는 사우디의 발전 계획인 사우디 비전 2030 플랜의 하나로 서북부 사막지역에 서울의 44배가 넘는 면적에 스마트 도시를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연합뉴스

네옴시티에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안에 직선 도시 ‘더 라인’, 해상 산업단지 ‘옥사곤’,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이 건설된다. 그중에서도 폭 200미터, 높이 500미터, 길이는 무려 170km에 달하는 유리벽의 선형도시로 디자인된 더 라인이 압권이다. 만약 이번 계획이 실현된다면 인류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첨단기술 건설 프로젝트로 기록될 도시 더 라인. 500미터 높이의 건물이 서울에서부터 강릉까지의 길이로 일직선으로 세워진다. 

더욱이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사우디임에도 ‘네옴 프로젝트’로 건설될 도시는 100%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는 자급자족의 스마트 생태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4월 사우디 국영방송에 출연해 ‘사우디 비전 2030’ 플랜과 관련해 “우리는 석유국이지 부국이 아니”라며 “우리는 70년대 80년대 아주 부유했는데 이는 인구가 적고 석유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사우디의 인구가 2000만명이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만약 지금까지의 저축액을 보존하고 수단을 배분하지 않으면 매일 더 가난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주목표는 국부펀드 성장이고 지난 4년간 300% 성장했다”며 “다음 5년간은 200% 혹은 그 이상 성장할 예정이며 오는 2030년이 되면 100조 규모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국토위성 1호가 촬영한 네옴시티 건설현장. /사진=연합뉴스


빈 살만, 정치적 생명 유지 vs 그린워싱

지난 24일 밤 11시 15분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노아의 방주인가, 바벨탑인가? - 빈 살만과 네옴시티’ 편이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빈 살만 왕세자와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낱낱이 파헤쳤다.

일부 전문가는 빈 살만의 초대형 프로젝트와 관련해 “석유 시대의 종말을 대비한 미래 도시 건설은 그저 금수저 왕세자의 허세 어린 판타지가 아닌 빈 살만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절체절명의 프로젝트”라고 분석했다. 

몇몇 학자는 빈 살만 왕세자의 초대형 프로젝트에 우려를 표했다. 파브리치오 치가 뉴질랜드 빅토리아대 도시설계공학 박사는 네옴시티와 관련해 방송에서 “빈 살만의 네옴시티는 아주 좋은 마케팅 수단”이라며 “‘그린워싱’의 경향이 아주 강하게 보이고 이 건물이 지속가능하지 않고 최선의 방식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린워싱은 환경친화적인 특성들을 제시해 놓고서는 실제로는 거의 변화 없는 행위를 통해 사업적인 이득을 취하고 환경친화적인 의도로 이용할 때를 말한다.

파브리치오 박사는 이어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매우 피상적으로 소개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치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해외 여러 나라 환경 전문가들도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그린워싱이라고 평가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가 지난 11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내 기업 총수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수주 경쟁 치열 리스크 불가피 

빈 살만 왕세자의 이번 방한은 ‘꿈의 도시’라고 불리는 670조원 초대형 프로젝트인 ‘네옴시티’와 관련해 철도·주택 프로젝트를 비롯해 화학, 수소, 건설 분야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투자처를 발굴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것이다. 

이에 재계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은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차담회를 갖고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비롯한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방한을 기념해 우리 기업들과 사우디 투자부 간 총 26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투자 규모는 약 40조원에 달한다. 

현재까지 삼성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네옴시티 ‘더라인’ 터널 공사를 수주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더 라인 지하 고속철 터널 공사는 170km에 달하며 이 중 12km 구간을, 터널을 다니는 고속철은 현대로템이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미글로벌은 지난해 6월 네옴시티 특별총괄프로그램관리(e-PMO) 용역을 수주했으며 지난 8월에는 네옴시티 건설 사업 추진을 위한 글로벌 자문 용역을 따냈다.

한미글로벌은 지난달에도 네옴시티 건설 기술자 숙소 단지 조성을 위한 프로젝트 모니터링 서비스 용역 낙찰통보서(LOI)를 받아 업무에 착수해 현재 본계약을 준비 중이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70년대 중동붐이 일어날 때 당시 가장 유리했던 부분이 한국의 근로자들의 임금 자체가 다른 국가 근로자들의 임금의 1/10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굉장히 낮은 가격에 입찰을 할 수가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보다 앞서 사우디와 프로젝트를 협력한 일본은 과거 수십년 동안 프로젝트를 온전히 마무리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중국을 포함해서 국제적 인프라 수주 경쟁이 심해지면 당연히 과거처럼 큰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 총 공사비는 최소 5000억달러 규모다. 사우디는 국보를 모두 투자하지 않고 총 공사비의 30% 부담하고 나머지 70%는 해외 투자를 받을 계획이다. 그중 일부는 건설 사업을 수주할 기업이 공장, 연구소 등의 이전을 통해 부담해야 한다. 

현재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해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기업에 거액을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정부가 보증을 서주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투자자(기업)들의 리스크가 준다”며 “문제는 정부의 리스크가 커지는데 리스크 총량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수출입은행이 보증하거나 대출하는데 수익을 얻는다면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지만 만약 손실을 입는다면 결국 부담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중국 최대 ‘복병’

평소 네옴시티에 관심이 보였던 중국도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7일(현지시간) 사우디를 방문했다. 시진핑 주석의 사우디 방문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시 주석은 3박 4일 일정을 사우디에 머물며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했으며 제1회 중국·아랍 정상회의와 중국·걸프협력회의(GCC) 콘퍼런스에도 참석했다. 

시 주석의 방문 계기로 사우디와 중국이 체결한 통상 협정의 총규모 292억 6000만달러(약 38조 1000억원) 규모의 통상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는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이 ‘제2 중동붐’이 될 것으로 보고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다”며 “하지만 정통적으로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은 중국과의 교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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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철
    박철 2023-02-14 09:50:54
    개인적으로 네옴시티 프로젝트안의 더라인프로젝트는 두고두고 문제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