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73)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_1세대 항공사 ①

2023-08-16 06:40:03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K-LCC 설립의 첫 단추는 2004년 초 충청항공에서 시작되어 한성항공으로 이어지는 역사에서 비롯되었다. K-LCC 1세대 항공사 두 곳 중 하나인 한성항공은 운항중단에 따른 법정관리 이후 주인이 바뀌었고 이후 운항재개와 함께 티웨이항공으로 사명이 변경된 후 다시 주인이 한번 더 바뀌는 과정을 거쳤다. 이로 인해 K-LCC 역사에서 티웨이항공은 ‘전(前) 티웨이항공’과 ‘지금의 티웨이항공’으로 나뉘어진다. 다시 말해, ‘전(前) 티웨이항공’은 토마토저축은행이 대주주였던 시절이고, ‘지금의 티웨이항공’은 예림당이 대주주로 바뀐 현재의 회사를 말한다.

이처럼 굳이 구분해야 하는 이유는 한성항공과 티웨이항공이 사명이 변경된 전신이나 후신으로 통용되는 동일회사로 보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업계의 일반적인 인식은 물론 지금의 티웨이항공조차 한성항공이나 충청항공을 전신으로 취급하는 것을 꺼린다. 티웨이항공이 발표하는 각종 통계는 한성항공부터 시작하지 않고 티웨이항공으로 운항재개 된 이후부터 계산하고 있다. 또한 홈페이지에서도 회사 설립일을 충청항공이나 한성항공 설립일이 아닌 티웨이항공 설립일인 2010년 8월16일로 공지해두고 있으며, 회사연혁은 2010년 8월부터 시작된다. 충청항공이나 한성항공의 역사는 찾아볼 수 없다. 실제로 2010년 하반기 이후 언론뉴스에서도 티웨이항공을 말할 때 ‘옛 한성항공’이라는 수식어도 일부 존재하지만 대부분 K-LCC 업계의 ‘막내’로 취급했다.

한성항공에서 ‘전(前) 티웨이항공’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되짚어보면, 2005년 8월31일 취항한 한성항공은 곧바로 경영권 분쟁과 자금난이 겹쳐 운항 3개월여 후인 같은해 12월19일 1차 운항중단에 들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내부정리를 마치고 2006년 2월 운항을 재개, ATR-72 항공기를 4대까지 늘리며 김포~제주, 청주~제주 노선을 활발히 운항하면서 근거리 국제선 취항에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재기의 모습을 보였지만 당시 정부의 보수적인 국제선 진출규정에 막혀 결국 자금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2008년 10월18일 치명적인 2차 운항중단에 들어가고 말았다. 2009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투자자 확보의 길을 트는 등 운항재개를 노렸지만 결국 실패하면서 파산했다.

한성항공은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서울중앙지법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2010년 3월5일 신보종합투자가 150억원의 자금을 투입, 주식 95%를 인수하면서 4월9일부로 회생절차를 종결했다. 법정관리 상태였던 한성항공을 살려낸 신보종합투자는 150억원을 들여 지분인수 방식으로 인수합병(M&A)한 것이었다. 당시 토마토저축은행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신보종합투자가 토마토저축은행의 출자회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제 주인은 토마토저축은행인 것으로 확인됐다. 저축은행은 일반회사를 자회사로 소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신보종합투자를 대신 내세운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서류상으로는 신보종합투자가 1대주주, 토마토저축은행이 2대주주로 올랐지만, 실제 소유한 곳은 토마토저축은행이었다.

한성항공이 토마토저축은행을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충북 청주에 있던 본사는 토마토저축은행과 인접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으로 이전했다. 청주공항 활성화의 상징이었던 한성항공이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자 당시 충북도는 비상이 걸렸다. 한성항공 창립과 취항에 큰 역할을 했던 충북도는 정무부지사가 나서 설득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오히려 한성항공 측은 “우리가 어려울 때 충북도가 지원해 준 게 없다. 청주공항에서도 쫓겨나듯 나왔다”며 서운함을 내비칠 뿐이었다.

그리고 회사명을 티웨이항공(T'way Air)으로 바꿨다. 티웨이항공의 T는 Together(함께), Today(오늘), Tomorrow(내일)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항공업계에서는 토마토저축은행의 Tomato에서 따온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항공사 이름이나 로고, 컬러 등이 토마토저축은행의 CI와 동일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토마토저축은행 영업점을 방문하면 티웨이항공이 사용하는 CI가 그대로 구현되어 있었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