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4년5개월 만에 북러 정상회담

김정은, "제국주의에 맞서 함께 싸울 것"
푸틴, 위성기술 대북 이전 시사
北, 정상회담 전 탄도미사일 2발 발사
김성원 기자 2023-09-13 18:56:32
[스마트에프엔=김성원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전략적 협력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북러 양국간 협력이 군사와 경제, 외교 등 전방위로 확대·강화될 경우 한반도 안보 위협이 한층 증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25분쯤 대표단이 동석한 가운데 90분가량 확대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어 오후 3시55분부터는 일대일 회담을 시작해 4시35분쯤 마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갖기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2시간여에 걸친 정상회담이 끝난 뒤 만찬장으로 이동해 "러시아군과 국민이 악에 맞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 한반도 및 유럽의 정치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며 "양국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의 우호 강화와 북러 주민의 안녕을 위해",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건강을 기원한다"며 각각 건배 제의를 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날 정상회담과 관련해 공동선언문을 포함한 어떤 형태의 문서에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모두 발언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와의 관계는 북한의 최우선 과제"라며 "북한은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데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문은 매우 중요한 시기에 이뤄졌다"며 "북한은 푸틴 대통령의 모든 결정을 지지한다. 러시아와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오늘 회담에서는 경제협력과 한반도 정세, 인도적 사안에 대해 회담하기를 바란다"며 "초대에 응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쯤 회담을 위해 보스토니치 우주기지에 도착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보다 이른 낮 12시30분쯤 도착해 김 위원장을 기다렸다.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첫 정상회담 이후 4년5개월 만에 만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악수하며 간략한 대화를 나눴다.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아무르 지역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만나서 정말 반갑다"고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 이어 "이곳이 우리의 새로운 우주기지다. 당신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바쁜 일정에도 초대해 줘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인지를 묻는 매체 질문에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그들의 우수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군사·기술 협력 논의 여부에 대해서는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모든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우려했던 위성 기술의 대북 이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시찰하기 전 방명록에 "첫 우주정복자들을 낳은 로씨야(러시아)의 영광은 불멸할 것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두 정상은 러시아가 개발한 최신 로켓 '안가라' 조립·시험동과 소유스2 우주로켓 발사 시설, 현재 건설 중인 안가라 발사 단지 등을 살펴봤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 로켓 기술에 관심을 보였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의 이번 방러에는 북측에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 강순남 국방상 등이 동행했다. 수행단에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포함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2019년 첫 북러 정상회담 당시에는 수행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러시아 매체 RBK는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16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별도로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회담을 마친 뒤 하바롭스크주 수호이 전투기 생산 공장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은 이날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도발을 단행한 것이다. 최고지도자가 국외에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처음이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북한이 오전 11시43분과 53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2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은 각각 650여km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30일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쏜 이후 14일 만이다. 지난 2일에는 순항미사일 수발을 발사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김정은 부재 중에도 철저한 군사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과시하는 한편 러시아와의 밀착관계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성원 기자 ksw@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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