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동양생명, CEO 배임혐의 문턱서 골머리

신수정 기자 2023-11-23 18:53:35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왼쪽)와 저우궈단 동양생명 대표. 사진=각 사.

삼성생명과 동양생명이 최고경영자(CEO)의 배임 혐의 문턱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는 아난티와 부동산 부정거래에 관여한 의혹을, 저우궈단 동양생명 대표는 장중동 테니스장 운영권 취득 과정의 고가 인수계약, 각종 사업비의 집행 규정 위반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생명은 최근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 CEO 부재 상황에 대한 세부 규정을 마련한 반면, 동양생명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최근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CEO의 유고(有故) 및 부재시 회사가 취할 절차를 골자로 한 34조5항을 새로 추가했다. 구체적으론 “경영승계 절차가 불가피한 사유로 지연되는 경우, 사유와 선임 시까지 최고경영자 대행자, 회사운영 및 향후 최고경영자 선임 일자 등을 즉시 공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보강됐다. 

보험업권 일각에선 삼성생명의 이번 개정이 삼성생명-아난티간 부정거래 관여 의혹을 받는 전 대표가 구속기소돼 경영을 수행할 수 없는 최악의 경우까지 고려한 조치란 시각이 나온다. 

삼성생명은 과거 2009년 6월 서울 송파구 신천동 소재 부동산을 970억원에 매입했다. 이 부동산은 2개월 전에 리조트기업 아난티가 500억원에 매입했다가 지상 17층·지하 7층 규모의 개발 준공을 조건부로 삼성생명에 되판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난티가 약 두 배의 차익을 거두게 됐는데, 검찰은 삼성생명 임직원들이 아난티와의 짜고 매각가를 부풀린 후 아난티로부터 뒷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전 대표는 당시 투자사업부장 및 투자심의위원회 일원으로 아난티 부동산 매입에 관여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올해 5월 초 전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 조사 결과, 전 대표가 부정거래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배임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사법리스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2020년부터 삼성생명을 이끌어 왔던 전 대표는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이 확정됐다. 따라서 전 대표의 임기 만료는 오는 2026년 3월로 2년여나 남았다. 

한편, ‘테니스장 고가 인수’로 배임 의혹을 받는 저우궈단 동양생명 대표는 지난달 노조와 독대한 자리에서 “한국에 오래 머무를 생각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도 내년 2월까지 임기를 채우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저우궈단 대표와 독대에 응했던 최선미 사무금융노조 동양생명보험지부장은 “한국 동양생명에 더 이상 있고 싶은 마음이 일(1)도 없을 만큼 지쳤다. 오래 있을 생각이 없다”며 “(저우궈단 대표가) 2024년 2월 말, 임기 2년차에 그만둘 생각이라고 직접 밝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동양생명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췄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저우궈단 대표 임기 발언과 관련해 “(노조 측과) 독대 중 나온 발언으로 확인이 어렵지만, 대표의 임기와 관련된 내용들은 내부 임직원들이 동요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저우궈단 대표의 배임 혐의는 지난 9월 금융감독원의 현장점검을 통해 불거졌다. 금감원은 실사를 통해 동양생명이 스포츠시설 운영업체 필드홀딩스를 앞세워 서울 중구의 장충테니스장 운영권을 부적절하게 취득한 문제점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장중테니스장 운영권 낙찰가는 3억7000만원(1년)에 불과했지만 필드홀딩스는 26억6000만원(3년)에 낙찰받았다. 이후 동양생명은 기본 광고비 등 명목으로 3년간 27억원(연간 9억원)을, 광고대행수수료 명목으로 인건비 및 관리비 1억6000만원을 지급했다. 이 밖에도 사택지원비, 출장비 등 부당한 업무추진비(사업비) 집행 혐의도 받는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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