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동양생명 노조 "저우궈단 대표, 내년 2월 퇴진 의사…즉각 사퇴해야"

노조 “성과급 챙기려는 의도 의심돼”
사측 "지속적으로 노조와 대화할 것"
신수정 기자 2023-11-13 15:51:58
최근 ‘테니스장 고가 인수’로 배임 의혹을 받는 저우궈단 동양생명 대표가 "한국에 오래 머무를 생각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도 ‘책임론’에 따른 사퇴는 거부를 하고, 내년 2월까지 임기를 채우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저우궈단 대표가 즉각 퇴진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동양생명보험지부(동양생명 노조)는 1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소재 동양생명 본사 앞에서 저우궈단 대표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는 지난 4월 시작한 첫 퇴진 시위가 한 달 만에 사측의 경영개선 요구안을 받아들이며 잠정 중단한 지 6개월 만의 재개된 단체행동이다.

최선미 사무금융노조 동양생명보험지부장(앞열 왼쪽에서 세 번째)이 1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소재 동양생명 본사 앞에서 열린 시위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수정 기자

퇴진 시위 재개에 앞서 지난달 27일 저우궈단 대표의 독대 요청에 응했던 최선미 사무금융노조 동양생명보험지부장은 당시 독대 상황을 전했다. 저우궈단 대표는 최 지부장과 독대 자리에서 “한국 동양생명에 더이상 있고 싶은 마음이 일(1)도 없을 만큼 지쳤다. 오래 있을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드러냈다고 한다. 

최 지부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저우궈단 대표가) 2024년 2월 말, 임기 2년차에 그만둘 생각이라고 직접 밝혀왔다”면서 “그 이전이라도 대표이사 임명권을 가진 이사회 또는 실질적 주주인 중국 다자그룹 회장으로부터 사퇴 승인을 받아오면 대표이사 본인은 노조 위원장인 제게 고마울 것 같다고까지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스스로 대표이사직을 사퇴할 수 없는 이유를 물었더니 동양생명에 올 때 회사를 잘 경영하겠다고 그룹과 약속했고, 명예를 매우 중요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란 답변이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최 지부장은 “본인으로 인해 동양생명 명예가 크게 실추된 것은 보이지 않느냐. 정작 회사의 명예는 중요하지 않고 본인의 명예만을 지키기 위해 사퇴할 수 없다는 게 무슨 망발(妄發)이냐. 이미 동양생명에 있을 마음이 없는데 2024년 2월까지 시간을 달라는 것은 무슨 의미냐”고 일갈했다. 또 “CEO(최고경영자) 스스로 회사에 큰 혼란을 야기시킨 경영 리스크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자진 사퇴하십시오”라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날 집회에 모인 40여명의 동양생명 임직원들도 “책임회피 내로남불 저우궈단 사퇴하라”고 외쳤다. 

최 지부장은 시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이제 (저우궈단 대표) 임기 만료까지 3개월 남았는데, 내년 2월까지 임기를 유지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한국에 머무를 생각이 일(1)도 없으면 본인이 선택해서 떠나면 되는데, 굳이 인사권을 가진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가겠다는 게 앞뒤가 안 맞는다. 뭔가 생각하지 못한 다른 목표나 목적이 있지 않을가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최 지부장은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을 제시했다. 그는 “대표가 그전에 (동양생명) 매각을 발표하고 가려고 한다는 생각과 또 올해 준수한 손익에 따른 본인 성과급을 챙기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특히 매각 성공 인센티브가 굉장히 클 것이라 본다. 처음 대표직을 맡을 때부터 매각시키려고 온 사람이 아니냔 얘기가 많았었고, 올해 매각 추측 비용이 커지고 있는 배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3월 대표이사직에 오른 저우궈단 대표는 2024년 2월 말 임기 2년차에 접어든다. 그는 동양생명의 매각설이 재점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연임설이 나돌던 뤄젠중 전 대표 대신 대표로 선임됐다. 이에 동양생명 매각을 위한 ‘발탁인사’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하지만 그룹사 기대와 달리 저우궈단 대표는 연일 CEO 리스크를 발생시키며 매각을 발목잡고 있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의 현장점검을 통해 저우궈단 대표의 테니스장 사용권, 사택지원비 등 부당한 업무추진비(사업비) 집행 등 문제점이 적발됐다. 실적도 3분기부터 역성장하고 노사갈등도 비화되는 등 기타 악조건도 매각 불발설에 힘을 싣고 있다. 

한편, 동양생명 관계자는 이날 노조의 저우궈단 대표 퇴진 시위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노조와 대화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저우궈단 대표 임기 발언에 대해서는 "(노조 측과) 독대 중 나온 발언으로 확인이 어렵다"면서 "다만 저우궈단 대표는 (배임 혐의 관련) 금감원 최종 발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혔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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