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덮친 집게 손 논란...'남혐 논란' 문제로 확산

메이플 '엔젤릭버스터' 신규 애니메이션 홍보 영상에 '집게 손' 모양 포함
게임 문제서 사회문제로...여성민우회 넥슨 본사 앞서 집단 시위
페미 논란으로 인해 게임업계 종사자들 피해...노동당국 특별점검 실시
황성완 기자 2023-12-04 11:00:37
최근 게임 업계가 때 아닌 남성 혐오 논란으로 시끄럽다. 엄지와 검지로 물건을 잡는 '집게 손' 모양 때문인데, 극단 페미니즘 성향의 커뮤니티에서 한국 남성을 조롱하는 뜻으로 사용됐던 것이 게임 캐릭터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외주 제작 업체 '스튜디오 뿌리'가 제작한 게임 홍보영상에 집게 손 모양이 부자연스럽게 많이 들어갔다는 주장이 퍼지면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 카카오게임즈의 이터널 리턴, 스마일게이트의 ‘에픽세븐’ 등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이에 게임 업계는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논란이 시작된 넥슨 직원들은 지난 주말 새벽 3시 출근을 감행해 집게 손가락으로 의심되는 게임 영상물을 전수 조사하고 삭체 조치했고, 영상들을 만든 스튜디오 뿌리 역시 두 차례의 입장문을 내고 이용자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남혐 논란이 그동안 종종 발생해 왔었고, 이러한 게임사의 조치에 대해 여성 단체가 반발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나오는 상태다.

넥슨, 페미 논란 영상 삭제 등 전수조치...국내 게임사들도 덩달아 '비상'

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가장 먼저, 논란에 중심이 된 넥슨은 자사 인기 게임인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블루아카이브 등 인기 게임을 중심으로 검수하고 있다.

페미 논란에 휩싸인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홍보 영상. /사진=넥슨

사건의 발단은 메이플스토리 게임 직업 '엔젤릭버스터'의 신규 애니메이션 홍보 영상에 집게손가락 모양이 포함됐다는 주장으로 시작됐다. 집게 손은 원래 길이가 짧다는 뜻으로 통용되지만, 극단 페미니즘 성향의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한국 남성을 조롱하는 뜻으로 사용되면서 논란을 빚어온 상징이다. 

이에 해당 영상을 제작한 외주 업체인 스튜디오 뿌리와 게임사 넥슨은 영상을 비공개하고 사과문을 냈다. 메이플스토리뿐 아니라 스튜디오뿌리와 작업한 카카오게임즈 등 게임들 역시 남성 혐오 표현이 포함된 영상 등을 내리고 사과에 나섰다.

여성민우회가 지난 달 28일 넥슨 본사앞에서 실시한 기자회견 포스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페미' 문제 급속도로 확산...여성단체, 넥슨 본사 앞서 기자회견

해당 문제는 사회문제로도 퍼지며 점차 확산되고 있다. 넥슨은 해당 사건 발발 이후 진상조사에 나섰고, 여성단체는 반발 기자회견을 넥슨 본사 앞에서 열었다. 이 기자회견은 약 5분만에 종결됐다.

한국여성민우회와 양대 노총 등 여성·노동·인권 단체들은 지난 달 28일 오전 11시 넥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0.1초 만에 지나간 자연스러운 손의 움직임을 (남혐의) 증거라고 우기는 주장이 통한다면 누가 이 혐오 몰이에서 벗어날 수 있겠나"라며 "이러한 몰이는 모든 여성을 위협하며 이들에 대한 실제적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날 참가하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칼부림하겠다'는 살인 예고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도 나선 바 있다.

아울러, 해당 캐릭터를 그렸다고 지목된 스튜디오 뿌리의 여성 직원을 향해 인신공격 등 무차별 공격이 이뤄졌다. 담당 디자이너는 스튜디오 뿌리의 40대 남성 직원으로 밝혀졌으나 여성 직원에 대한 공격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페미 논란 2018년부터 시작해 유통업계로도 확산...피해 게임사들, 외주 관리에 심혈

이러한 페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XD글로벌의 소녀전선, 스마일게이트의 소울워커, 나딕게임즈의 클로저스 등의 일러스트 논란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21년 GS리테일 'GS25 캠핑 포스터'부터 맥도날드·무신사·치킨 프랜차이즈까지 유통업계를 삼킨 바 있다. 이로 인해 유통업계들은 한동안 후폭풍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021년 GS리테일을 남성 혐오 논란의 중심으로 빠뜨린 GS25 포스터(왼쪽)와 메갈리아 커뮤니티. 

이번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게임사들은 외주사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외주업체들은 직원들의 개인 소셜미디어를 검열한 뒤 '메갈 옹호' 성향이 보이는 일부 직원들에게 사직을 권고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근로계약서를 전면 수정해 '작업물에 개인의 사상과 신념 등을 넣어 회사에 손해를 끼칠 경우 어떠한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문구를 집어넣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외주사와 별개로 게임사 내부에도 이 같은 '손가락'을 옹호하는 이들이 적지 않게 남아있는 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똑같은 사태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국, 페미로 정신적 피해 입은 게임업계 종사자들 특별점검 실시

확산되는 페미 논란에 노동당국도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게임업계 종사자들을 위해 특별점검에 나섰다.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3일 서울 지역 6개 지청과 합동으로 게임 악성 유저들의 폭은 등 괴롭힘으로부터 게임회사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오는 서울 소재 게임업체에 대해 고객 응대 근로자 등 보호조치 특별점검 및 자율점검 지도를 실시할 예정이다.

서울고용노동청은 게임업계를 선도하는 주요 게임회사 10개에 대해 오는 4일부터 31일까지 현장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폭언 등을 금지하는 문구 게시 또는 음성안내를 실시하고 있는지 ▲악성 유저들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응매뉴얼을 갖추고 실제 작동되고 있는지 ▲피해근로자를 오히려 해고하는 등의 불이익한 조치를 하지 않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한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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