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새 사령탑 이석희 사장, 흑자전환과 IPO 초석 마련 과제 해결할까

전기차 수요 둔화 짙어진 가운데 수익성 구조 개선 급선무
SK하이닉스 사장 출신…배터리 수율 개선·업황 타개 적임자 평가
박재훈 기자 2023-12-18 11:44:38
국내 배터리 3사가 최근 대표 인사를 마무리 한 가운데 내년도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극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석희 사장을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한 SK온도 그동안의 과제였던 수율안정화와 IPO(기업공개)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대표를 맡으면서 경영능력을 보여준 이 사장은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SK온의 과제로 꼽히던 흑자전환과 IPO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특히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라 배터리 기업들이 내적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가운데 이석희 체제의 SK온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석희 SK온 사장.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일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통해 이석희 사장을 SK온 대표이사 사장으로 신규 선임했다. 그간 지동섭 전 사장체제에서 문제로 거론됐던 SK온의 재무상황을 개선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보고 이 사장을 선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온은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 손실액 562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3분기 SK이노베이션의 사업부문별 실적에서 SK온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5%증가한 3조1727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액으로는 861억원을 기록했다. SK온 측은 역대 최소 영업손실 규모로 수율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흑자전환까지 갈 길이 멀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SK온은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리된 이후 6880억원, 2022년에는 1조7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사장의 선임이 내년 흑자전환을 위한 디딤돌을 놓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사장은 1965년생으로 서울대 무기재료공학 학·석사를 마치고 1990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인텔에서 약 10년간 근무한 반도체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후 카이스트 전자공학과 교수를 지내고 2013년 SK하이닉스로 돌아와 미래기술연구원장과 D램개발사업부문장을 거쳐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으며 2019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돼 지난해 3월까지 SK하이닉스를 이끌었다.

공장 전문가로서 경험이 풍부한 이석희 사장의 노하우를 살려 배터리 수율문제와 불안정성을 띄고 있는 업황을 타개할만한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SK온이 IPO를 단행할 시점으로 2025년을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이석희 사장 체제하에 2024년은 승부를 걸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전경. /사진=연합뉴스

우선 외형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린 해외공장 안정화가 첫 번째 과제가 될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SK온의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는 조지아 주 배터리 공장의 생산 규모를 축소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부 생산직 지원들에게 무급 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기차 시장 수요가 주춤하자 인력과 생산라인을 재조정하기 위한 조치였다.

SKBA의 조 가이 콜리어 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전기차 시장 수요에 따라 인력과 생산라인을 재조정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번 조치가 임시적이고 생산을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KBA의 조지아 주 공장은 연간 생산능력 9.8GWh(기가와트시)의 1공장과 11.7GWh의 2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총투자 규모는 26억달러(한화 약 3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상황에서는 북미 공장의 설비 증설에 속도를 조절하면서 수익 구조를 개선해야한다. 비교적 후발주자임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던 만큼 생산량 확보를 위한 타개책도 마련해야한다.

2023그린비즈니스 위크 SK온 부스내 전시된 배터리 역사이미지. 이미지 아래로 각형배터리와 SF배터리가 전시돼 있다. /사진=박재훈 기자 

외형성장에 제동이 걸린만큼 질적 성장을 위한 기술 개발에도 촉각을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국내 배터리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집중하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개발에 SK온도 박차를 가해야할 모멘텀이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SK온은 고분자-산화물 복합계와 황화물계 두 가지 종류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두가지 종류 모두 2026년 파일럿 제품을 생산하고 2028년에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경쟁사들이 연구개발비용을 확대하면서 로드맵을 앞당기고 있는 가운데 SK온도 생산일정을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삼성SDI는 조직개편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 사업화 추진팀을 신설하고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2027년으로 앞당겼다.
 
SK온은 올해 4분기에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할 구간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전기차 수요 둔화가 길어지고 있는 만큼 올해 4분기에 흑자로 돌아서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업계는 전기차 수요 둔화세에 대해 중장기적인 수요에는 문제가 없고 일시적인 수요 둔화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지만, SK온으로서는 빠르게 재무구조를 안정화하고 IPO를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속도를 내야하는 것이 분명하다.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 속에서 수익성 확대에 집중해야하는 만큼 이 사장이 자신만의 노하우로 IPO를 위한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