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페널티' 받는 신혼·출산가구…"열악한 대출조건 때문에, 혼인신고 못했다"

1인 가구보다 못한 기혼가구 대출조건
"금융 정책이 미혼 장려·저출산 부추겨"
신수정 기자 2023-12-21 07:00:03
결혼 및 출산 시 주택구입자금 및 전세자금 대출 등 정부의 정책 금융상품에서 사실상 불이익을 받는 이른바 ‘결혼‧출산 페널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저출산이 국가적 위기로 지목되고 있음에도, 정부의 금융 정책이 미혼을 장려하고 저출산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21일 본보가 미혼, 동거‧사실혼, 신혼, 기혼, 유자녀, 다자녀 등 가구 유형별로 한국주택금융공사 및 주택도시기금의 ▲디딤돌대출 ▲버팀목전세자금 등 정책 금융상품의 소득조건을 비교한 결과, 미혼·동거(사실혼)에서 신혼부부 신분으로 넘어갔을 때 맞벌이 부부일 경우 각 대출의 소득조건이 불리해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혼부부는 혼인신고일 기준 7년 이내의 부부나 융자 추천서 신청일로부터 3개월 이내 결혼 예정인 예비부부를 지칭한다. 

신혼부부의 대출 소득조건은 미혼·동거(사실혼)일 때보다 디딤돌대출의 경우 6000만원에서 8500만원으로, 버팀목전세자금의 경우 5000만원에서 7500만원으로 각각 2500만원 완화되지만, 맞벌이 부부 2명의 연소득을 합산해 적용할 시 대출 소득조건에 부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가령, 연소득 6000만원의 직장인이 미혼의 신분에서는 디딤돌대출이 가능하지만, 연소득 2500만원이 넘는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면 8500만원 이하라는 소득조건에 맞지 않아 디딤돌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주택도시기금과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구입·전세자금 대출 소득조건 비교. 그래픽=신수정 기자

자녀가 없는 기혼 가구의 소득조건은 디딤돌대출의 경우 연소득 6000만원 이하다. 이 경우 부부 2명이 각각 연소득 3000만원 이하를 받았을 경우 대출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 이는 20대 사회초년생이 받는 임금에 해당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이 이뤄지는 25~29세의 중위소득은 연소득 3000만원이고, 초혼이 이뤄지는 30~34세의 중위소득은 연소득 4010만원이다. 부부가 각각 연소득 4000만원을 버는 맞벌이 가구는 연소득 합산 8000만원으로 디딤돌대출을 받지 못한다. 실제 ‘2021년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초혼 신혼부부의 맞벌이 비중은 54.9%며, 부부 합산 평균 연소득은 8040만원으로 나타났다.

유자녀·다자녀 가구의 소득조건은 디딤돌대출의 경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버팀목전세자금의 경우 6000만원 이하로 각각 1000만원이 완화되지만, 역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반면, 미혼·동거(사실혼) 가구는 대출에 매우 유리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1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연소득 2493만4704원이다. 중위소득의 2배 이상을 벌더라도 대출을 실행할 수 있다. 

이에 청년층 사이에는 ‘결혼‧출산 페널티’라는 신조어가 나오는 등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사회적 문제로 인해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거나 결혼하고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위장미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 신혼부부는 "결혼한 지 1년이 넘었지만, 대출을 고려해 혼인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비혼주의가 크게 늘었다. 통계청이 지난 8월 공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 조사 결과, 19~34세 응답자 중 결혼을 하지 않고 비혼 동거에 동의하는 비중은 2012년 61.8%에서 2022년 80.9%로 늘었다. 설상가상, 결혼 후에도 자녀를 갖지 않는 ‘딩크족’을 고려하는 청년 비중은 2018년부터 꾸준히 늘어 53.5%에 달했다. 

정부는 내년 ‘신생아특례대출’과 ‘청년주택드림대출’ 등 출산·신혼부부를 위한 새로운 대출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신생아특례대출은 연 1.6%~3.3% 금리 수준으로 주택구입대출과 전세대출이 가능한 상품이다. 대출 대상자는 신청일 기준 2년 이내 출산한 무주택 가구가 대상으로 ‘2023년 출생아’부터 해당되며, 부부 합산 기준 연소득 1억3000만원, 자산 5억600만원 이하면 신청이 가능하다. 

‘청년 주택드림 대출’은 내년 2월 출시되는 ‘청년주택드림청약통장’과 연계된 대출 상품으로, 대출 대상은 만 39세 이하 무주택자이며 미혼 7000만원, 기혼 1억원 이하의 연소득 조건에 부합하는 가구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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