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 짠 SK그룹, 미래 먹거리 ‘HBM’ 시장 선점 가속

HBM 시장 점유율 1위 고수…HBM3에 이어 AI용 메모리 선점 나서
낸드 수요 여전히 부진…회복 시간 필요
신종모 기자 2023-12-21 10:28:47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반도체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불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최근 스마트폰·PC 수요가 점진적으로 살아나는 등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청주 SK하이닉스 전경. /사진=충청북도


21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HBM 시장 선점에 나설 전망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이다.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됐다. HBM3E는 HBM3의 확장(Extended) 버전이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용 초고성능 D램 신제품인 ‘HBM3E’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HBM2E와 HBM3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3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등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현존 세계 최고 성능 D램인 ‘HBM3’의 양산을 시작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에 세계 최초로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 적층해 현존 최고 용량인 24기가바이트(GB)를 구현한 HBM3 신제품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대 HBM 공급 경험과 양산 성숙도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부터 HBM3E 양산에 들어가 AI용 메모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정기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인공지능 인프라(AI Infra)’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산하에 HBM 관련 역량과 기능을 결집한 'HBM 비즈니스(Business)’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AI용 메모리인 HBM3, 고성능 D램인 DDR5, LPDDR5와 176단 낸드 기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중심으로 판매를 꾸준히 늘려 하반기 실적 개선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DDR5/LPDDR5, HBM3 등 올해부터 수요 성장세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기술과 제품 개발에 집중해 경쟁력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이미 선도적인 시장 입지와 생산 역량을 확보한 만큼 업계 1위를 유지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한일 경제협력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SK그룹


D램 시황 개선…낸드 수요 여전히 부진

앞서 최태원 회장은 지난 18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경기 자체는 지금 락바텀(최저치) 형태를 벗어난 단계”라며 “특히 D램은 나아지고 있으나 낸드 쪽은 아직 거의 잠자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동안 누적 10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AI 시장 확대로 HBM 수요가 늘며 3분기에는 D램 부문이 흑자 전환하는 등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D램은 AI 등 고성능 서버용 제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2분기 대비 출하량이 약 20% 늘어났고 평균판매가격(ASP) 또한 약 10% 상승했다. 흑자로 돌아선 D램은 생성형 AI 붐과 함께 시황이 지속해서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낸드는 수요가 여전히 부진해 공급업체 간 경쟁이 심해 회복에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시황이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사 경영실적의 개선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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