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 한동훈, 연설문에 서태지 가사 인용… ‘86 운동권 특권’ 때리기

홍선혜 기자 2023-12-27 10:02:36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권 공식 데뷔 연설에서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1970년대생 'X세대'인 한 비대위원장은 26일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의 '86'(19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세대를 특권 정치세력으로 규정하며 총선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수락 연설 말미에서 “동료시민과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빛나는 승리를 가져다줄 사람과 때를 기다리고 계십니까”라며 “우리 모두가 바로 그 사람들이고,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라고 밝혔다.

이 구절은 X세대 대표자 서태지와 아이들의 곡 ‘환상속의 그대’ 가사를 각색한 것이다. 1992년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들은 노래로 기성세대를 비판하고 사회적 모순을 반감하면서 신세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수락의 변을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973년생 92학번인 한 위원장이 민주당의 86 운동권 세대와의 차이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며 총선 프레임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연설에서 "상식적인 많은 국민을 대신해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그 뒤에 숨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운동권 특권 세력과 싸울 것"이라며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론'과 '민주당 숙주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86 세대에 대해선 "수십년간 386이 486, 586, 686이 되도록"이라는 말로 한때 개혁과 젊음의 상징이었던 86 세대가 이제는 '수구 기득권'을 상징한다는 주장을 부각하면서  86세대는 물론 민주당과 이 대표, '개딸'로 불리는 강성지지층까지 비판하면서 선명하게 각을 세웠다.

이는 국정안정 대 심판론의 구도에서 벗어나 운동권 특권 청산과 정치권 세대교체론으로 총선 구도 새판 짜기에 착수한 것으로 점쳐진다.

한 위원장은 이를 반영하듯 국민의힘이 '미래와 동료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을 '운동권 다수당'으로 몰아세우고 국민의힘은 다수의 일반 시민을 대변하는 구도로 설정했다. 

그는 "진영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이 먼저이고, 국민의 힘보다 국민이 우선"이라며 "미래와 동료 시민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개딸 전체주의 운동권 폭주를 막는 것"이 총선 승리의 이유라면서도 "그것만이 우리 정치의 목표일 수 없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위대한 대한민국과 동료 시민은 그것보다 훨씬 더 나은 정치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한 위원장은 야당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실력과 자세'가 필요하다며 '정책'에 방점을 찍었다. 당내에서는 한 위원장의 발언이 지지층 확보와 정치권 세대교체론과 맞물려 확장성을 가져올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때로는 민주당과 타협과 협상을 해야 하는 정치의 영역에서 한 위원장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당내 비주류 일각에선 한 위원장의 이날 수락 연설이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정치인들과 각을 세우며 만들어 온 '검사 대 피의자' 구도를 그대로 가져온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한 위원장은 연설 중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이 2차 세계대전 중 연설에서 했던 '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심'(fear is reaction, courage is a decision)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정치 참여 의지를 다졌다.

또한 '동료시민'이란 단어를 이날 수락연설에서 10차례나 언급했으며 연설 중 한 위원장은 양손의 손가락 2개를 들어 '따옴표 제스쳐'를 곁들였고, 의원들은 '옳소' 하는 추임새와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 한 위원장은 이날 검은색 정장에 검붉은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넥타이는 훈민정음으로 쓴 용비어천가 구절이 새겨진 것으로, 그는 법무부 장관 취임식 때도 이 넥타이를 맸다. 연설할 때는 벗었지만 당사에 들어설 때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 머플러와 갈색 백팩도 착용했다.

연설장에는 붉은 바탕에 '함께 가면 길이 됩니다'라는 한 위원장의 연설문 구절이 새겨진 현수막이 걸렸다.그는 100여명의 취재진과 50명 가까운 의원·당직자 앞에서 연설을 진행했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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