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연말결산) 면세업계, 궈차오에 발등 찍히고...MZ세대 여행객 확보 중

홍선혜 기자 2023-12-29 09:00:49
국내 면세업계는 코로나이후 계속해서 침체된 성적을 기록했지만 올해부터 엔데믹에 접어들고 증국이 6년 5개월여 만에 빗장을 풀면서 반등할 기회를 노렸다. 실제 지난 8월에는 국내 면세점 방문객이 펜데믹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문인 점은 이용객수가 늘어난 것에 비해 매출은 반비례 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국제적 경기침체와 더불어 중국 젊은 층들 사이에서 자국민 제품을 이용하는 '궈차오(国潮, 애국소비)'등에 있었다. 이로 인해 그 동안 유커(단체 관광객)와 다이공(보따리상)에 많은 의지를 했던 면세업계는 예상과 다른 결과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불황타개를 위해 기업들은 면세점을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수요 끌어올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천공항 모습. / 사진=홍선혜 기자


먼저 올해 면세업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이었다. 팬데믹으로 3번이나 유찰됐으나 올해 초 재개되면서 사업권 변경 여부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번 운영방식은 기존 15개 사업권을 7개로 통합 조정하면서도 임대로 산정방식도 ‘여객당 임대료’로 바꿨다. 다만 면세점 계약기간은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 면세점 1위인 중국 국영 면세점 그룹 CDFG까지 관심을 갖게 돼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면세업계에서는 CDFG가 입찰된다면 국내 면세점과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에 대해 크게 우려했지만 예상과 다르게 CDFG는 인천공항 DF1~4 입찰에 적어낸 금액이 모두 3위에 그쳐 탈락했다. 

아울러 면세업계 1위를 달리던 롯데면세점은 타 경쟁업체에 비해 입찰가를 20% 낮게 제출하면서 재입찰에 실패했고 22년 만에 인천공항에서 방을 빼게 됐다. 롯데면세점은 내외국인 고객을 위한 글로벌 마케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거는 한편, 내실경영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3분기 실적에서 신라면세점에 매출 1위 자리를 뺏기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인천공항은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허브 공항으로서 세계 1위에 올랐던 만큼 이번 일은 파동이 적지 않을 것” 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향후 10년간 면세업계 판로가 뒤집힐 가능성에 힘이 쏠린다. 

업계는 4분기 실적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생각보다 두드러진 성과가 나오지는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해외 관광객 수는 443만 796명으로 지난해 81만 172명 대비 5배 이상 급증했다. 면세점 이용객 수도 늘어났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면세점 이용객은 206만 3989명으로 펜데믹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용객수가 매출까지 끌어올리진 못했다. 올해 8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조1366억 전년 동기 1조5701억원 대비 27.6%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줄어든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현대면세점이 47.1%, 롯데면세점은 38.6%, 신라면세점은 33.6% 신세계면세점은 15.9% 하락했다.

중국 관광객 소비 트렌드 변화...'송객수수료'도 줄어

문제는 불안한 국제 정세와 중국인의 변화된 소비 트렌드, 면세업계의 줄어든 다이공(보따리상) 송객수수료 등에 있었다. 

송객수수료의 경우 다이궁에게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면세업계는 40~45% 수준의 혜택을 부여하면서 치열한 출혈 경쟁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정상화 되면서 송객 수수료가 30% 수준으로 인하됐다. 다이궁 입장에서는 할인율이 낮아짐 셈이니 예전처럼 다량으로 구매하는 이들이 확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젊은 층들 사이에서 자국민 제품을 이용하는 '궈차오(国潮, 애국소비)'의 소비트렌드가 자리하면서 수입제품 보다는 중국제품이 품질이 더욱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원이 관광객을 안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중국인 관광객 유형이 변화된 점도 유커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단체 여행객에서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 중심의 개별 여행객(싼커)으로 바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싼커들은 백화점이나 면세점 등을 찾기보다 소셜미디어(SNS)상에서 유명한 맛집이나 인기 장소를 방문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업계도 이에 발맞춰 마케팅 전략을 틀었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 MZ세대 공략에 나선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연말을 맞이해 다양한 팝업스토어를 선보이고 고객 라운지를 리뉴얼 하고 있으며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의 경우 고객 라운지를 재단장하고 이를 기념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신라면세점은 중국에 의존도를 낮추고 일본, 중국에 이어 중요한 관광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대만에 주력할 방침이다. 아울러 개별 자유여행 관광객을 겨냥한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면세저점을 단순 쇼핑공간을 넘어 문화, 예술 체험공간으로 탈바꿈 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충성고객 확보를 위해 지난 22일부터 상시 가입이 가능한 유료 멤버십 ‘SHILLA & BASIC(신라 앤 베이직)’을 선보이고 회원 모집을 시작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에서는 개별 관광객이 K-브랜드 옷을 기념품처럼 구매한다는 점을 고려해 K패션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에 입점한 브랜드는 지난해 하반기 163개에서 현재 236개로 대폭 늘렸으며 인천국제공항에 오픈한 복합패션매장에도 68개의 국내 브랜드로 매장 안을 가득 채웠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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