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유통 결산) 다사다난했던 식품업계 정부와 줄다리기 ‘현재 진행 중’

홍선혜 기자 2023-12-22 10:40:40
올해는 물가가 급격하게 치솟으면서 식품업계에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정부는 물가안정 정책의 일환으로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했고 이로 인해 기업들이 줄이어 백기를 들었지만 줄다리기 싸움은 올해가 끝나가는 시점에도 끝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의 압박에 가격을 올리는 대신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이 잇따라 발생했고 이름 바 '꼼수 인상'을 의미하는 '슈링크플레이션'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내세우며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식품업계에 물가가 오르고 있으니 가격인상 자제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물가가 오르면 원자재 가격, 부대비용 등이 전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사실인데 정부에서는 가격을 인상 자제를 요구하니 이를 감당하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호소하면서 정부와 식품업계의 꼬리잡기는 계속됐다.

라면.제과 가격 인하

지난 6월 정부는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며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언급했고 이에 따라 농심에서 시작된 제품 가격 인하 바람이 전방위로 확산됐다.

국내 주요라면 4개사(농심·삼양식품· 오뚜기·팔도)와 제분 업계는 5% 안팎으로 가격인하를 단행했으며 롯데웰푸드·해태제과 등 제과업계도 일부 제품의 가격을 내렸다. 

우윳값 인상

7월에는 낙농가와 유업계의 원유 값 인상폭에 대한 기 싸움을 종결하고 어렵게 협상이 타결됐으나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을 오르게 됐다. 원유 가격은 ℓ당 88원, 가공유는 87원 오르며 흰우유 가격이 3000에 웃돌게 된 것이다.

10월부터는 인상 값이 적용돼 서울우유를 기점으로 우유가격이 줄줄이 비싸졌다. 서울우유의 1ℓ 용량 흰 우유 제품인 ‘나 100% 우유’는 대형 할인점과 편의점에서 각각 3%와 4.9% 수준으로 인상됐으며 남양유업은 흰 우유 맛있는우유GT(900㎖)는 출고가를 4.6%올렸다. 매일유업은 흰우유를 포함한 가공유, 발효유, 치즈 등의 유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당시 유업계는 “3000원 이하로 가격을 책정했다”며 “소비자 부담 완화와 물가 안정을 고려해 가격 인상 폭을 최소화 했다”고 입을 모았으나 정부는 “할인행사, 묶음 판매 등으로 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 해달라”고 요구했다..

소줏값 인하

12월에 들어서서는 주류업계가 하이트진로를 시작으로 지역소주도 일제히 가격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17일 발표를 통해 국산 증류주의 세금부과 기준을 경감해주는 ‘기준판매비율’을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것으로 예고한 바 있다. 

이에 가격을 내리는 업계는 “새해부터 시행되는 기준판매비율 도입에 앞서 선제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제품인 참이슬과 진로의 출고가격을 22일 출고 분부터 선제적으로 인하면서 참이슬과 진로는 기존 출고가에서 10.6% 낮아진다. 같은 날 전남 목포에 본사를 둔 보해양조는 ‘잎새주’ 출고가를 1246.7원에서 1114.1원으로 기존보다 10.6%, 132.6원이 낮췄으며 가격인상을 진행하지 않았던 ‘보해소주’도 기존 출고가 1199원에서 1071.48원으로 127.52원이 인하했다. 

무학도 소주 제품인 좋은데이의 출고가격을 기존 1247원에서 1115원으로 132원(10.6%) 하향조정했다. 다만 롯데칠성은 처음처럼과 새로에 한해 반출가격을 각각 6.8%, 8.9% 인상한다. 앞서 반출가격은 제조원가·판매비용·이윤 등을 포함한 가격을 뜻한다.

슈링크플레이션

기업들의 꼼수인상 ‘슈링크플레이션’ 대두 

정부의 가격인하 압박으로 눈을 피해 이름 바 꼼수인상으로 불리는 ‘슈링크플레이션‘ 현상도 대두됐다. 슈링크플레이션이란 줄어들다는 의미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즉 기업들이 소비자가 가격인상을 체감하지 못하게끔 제품 가격은 동결하는 대신 용량이나 품질을 낮춰 판매하는 전략을 일컫는다. 

한국소비자원은 참가격에서 관리하는 가공식품과 언론보도 등을 통해 언급된 상품에 대한 슈링크플레이션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가공식품 209개 중 최근 1년(2022년 12월∼2023년 11월) 사이 3개 품목 19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바프'(HBAF)의 허니버터아몬드 등 견과류 16개 제품, CJ제일제당의 백설 그릴 비엔나(2개 묶음 상품),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체다치즈 20매 상품과 15매 상품 등의 용량이 적게는 7.7%에서 많게는 12.5%까지 줄었다.

몬덜리즈 인터내셔널의 호올스 7개 상품과 가정배달용 제품인 연세대학교 전용목장우유 2개 상품의 용량이10.0∼17.9% 줄었다. 

언론보도를 통해 슈링크플레이션이 언급된 제품 10개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실시했는데, 올해 용량을 줄인 제품은 9개였다. 동원에프앤비의 양반 참기름김·들기름김, 해태 고향만두, 오비맥주의 카스 캔맥주(8캔 묶음), CJ제일제당의 숯불향 바베큐바, 풀무원의 올바른 핫도그 등 핫도그 4종의 용량이 1.3∼20.0% 줄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정부는 지난 13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슈링크플레이션 실태조사 결과 및 정보 제공 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제품 포장지에 용량 변경 사실 표기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소비자 알 권리 확대에 중점을 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생필품 용량·가격·성분 변경 사항을 포장지, 홈페이지 등에 고지하지 않을 경우 '사업자 부당행위'로 판단키로 했다.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 거래행위 지정 고시' 개정을 통해 이를 어긴 기업은 제품당 과태료 최대 3000만원을 부과하게 된다.

정부는 고시 개정까지 3, 4개월 걸리는 점을 고려해 제품 용량·가격 변경 시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유도하는 '자율협약'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형마트 등 대규모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시하는 단위가격 표시의무 품목을 현재 84개에서 더 늘리고, 온라인에서도 같은 제도를 적용할 방침이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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