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너무 비싸"...프랜차이즈 치킨 외면하는 소비자들, '가성비' 눈 돌린다

홍선혜 기자 2024-01-03 10:23:03
물가가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서민 음식이라 불렸던 치킨은 최근 2만원대로 치솟으며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을 더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bhc가 2년 만에 치킨값을 인상하면서 치킨 3사 (BBQ, bhc, 교촌치킨) 가격이 모두 올랐다. 여기에 배달비 까지 감안한다면 이제는 치킨 한 마리당 3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지난 달 27일 치킨 프랜차이즈 bhc는 주문 중개 수수료 및 배달 대행 수수료,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 원부자재 값 인상 등의 이유로 뿌링클 등 대표 인기 제품과 더불어 85개 제품의 권장 소비자 가격을 최대 3000원씩 대폭 인상했다. bhc의 가격조정은 2021년 12월 이후 약 2년만이다.

CU에서 고객이 치킨을 구입하고 있다.  / 사진=BGF리테일 


교촌치킨은 지난해 4월 인상폭을 최대 3000원으로 상향조정하면서 대표제품인 허니콤보가 2만원에서 2만3000원으로 비싸졌다. 당시 교촌치킨은 10년간 주요 원자재 가맹점 납품가를 동결하는 등 노력을 이어갔지만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 가격 조정이 불가피 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BBQ는 2022년 5월 주요 제품 값을 2000원 올리면서 올해는 인상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치솟는 올리브유 값에 지난 9월 올리브유 50%, 해바라기유 49.99%를 섞은 블렌딩 올리브오일을 개발·도입하기도 했다. 이는 황금올리브 출시 후 18년 만의 결정이다. 

이러한 이유에 따라 기업들은 견디기 힘든 와중에 내린 결정이라 해명하지만 치킨값 외에도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인지라 소비자들은 가중되는 부담감에 하소연하는 입장이다. 더불어 비싸진 치킨가격에 프랜차이즈 치킨을 외면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교촌치킨의 경우 당시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들에게 뭇매를 맞았는데 상반기(1~6월) 기준 매출이 지난해 동기간 대비 15.6% 줄어들었다. 

BBQ는 레시피를 바꾼 후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황금올리브라고 써놓고 해바라기씨유를 넣는게 말이 되냐”, “소비자 기만이다” 등의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메뉴명 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장 최근에 가격을 올린 bhc는 일각에서 가격인상 요인이 아이러니 하다는 의견이 오갔다. bhc는 최근 자체 튀김유인 '고올레인상 해바라기씨유' 가격을 대폭 인하하면서 bhc 튀김유 가격은 2년 만에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낮췄다.

당시 bhc측은 “이번 가격 조정은 해바라기유 원재료의 국제 시세가 다소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치킨제조 중 가장 많은 비용과 주 재료가 되는 튀김유 가격은 내리면서도 원자잿값 등이 올랐다는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는 것이 앞뒤 맥락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치킨값 오르면 소비자 외면 '악순환' 반복...가성비로 눈 돌릴 수 밖에

그 동안 치킨값이 오를 때 마다 소비자들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고 고스란히 기업들의 매출로 직결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전체 치킨 가맹점들의 평균 매출은 전년 대비 2.2% 감소한 273억 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악화 개선을 위해 기업들이 제품값을 올릴 때 마다 소비자들은 또 다시 반발했고 악순환은 반복됐다.

실제로 BBQ가 치킨 가격을 올렸을 당시 프랜차이즈 치킨을 보이콧하는 ‘노치킨’ 운동이 번지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과정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형국이다.

직장인 박모(28)씨는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주말마다 치킨 시키고 맥주 한잔 하는 것이 낙 이었는데 가격이 너무 오르다 보니 부담스러워서 편의점 치킨이나 시장통닭을 자주 사 먹는다”고 전했다. 

주부 안모(39)씨는 “아이들이 치킨을 좋아해서 자주 사주고 싶은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그나마 배달비라도 줄이려고 번거롭지만 방문포장으로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날이 갈 수 록 비싸지면서 틈새공략으로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가성비 PB 치킨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격은 평균적으로 1만원 미만 혹은 1만원대 초반으로 형성돼 고물가에 피로를 느낀 소비자들이 눈을 돌렸고 이로 인해 브랜드 치킨 이탈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A업체가 올리면 B가 올리듯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는 것을 일종의 담합이라 볼 수 있다"며 "가격을 올리면 당장 매출이 늘어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에게 불이익을 가져온다 소비자들은 편의점 치킨 등 조금이라도 저렴한 대안을 찾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실제 가격을 올린 외식업체 전체 매출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라며 "소비자들은 앞으로 퀄리티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프랜차이즈 치킨 보다는 가성비 PB치킨이나 밀키트 등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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