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94)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_2세대 항공사_에어부산 ①

2024-01-10 05:11:01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절차가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최근 부산에서는 지역항공사 소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부산지역에서는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블록딜(주주 간 지분 대량 매매)’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 지분을 통째로 사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시민단체가 에어부산의 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도대체 에어부산이 어떤 존재이길래 이처럼 ‘에어부산 구하기’를 지역사회에서 나서고 있는 걸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7년 전으로 되돌아가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 2000년대 중반이후 부산경남지역에서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 본격적인 행보는 2007년 부산시와 부산상공계, 대만 부흥항공 등 3자 공동으로 부산거점의 민간항공사 설립이 추진되면서 시작됐다. 부산지역 상공계가 주축이 돼 자본금을 마련하고, 부산시가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형태였다. 여기에 대만 부흥항공이 항공기운항 등 운영노하우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설립자본금은 당시 지역항공사 가운데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500억원으로 정했다. 즉 국내 최대 규모의 지역항공사 설립이 추진됐다. 자본금은 법인 설립시 200억원으로 시작해 취항 전까지 추가로 300억원을 증자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이에 따라 부산 상공계에서는 롯데호텔부산, 세운철강, 윈스틸, 비아이피, 동원개발, 부산은행, 넥센 등 7개 기업이 초기에 참여해 항공사설립추진위원회를 꾸렸다. 이들 7개사는 모두 지분을 참여하며, 대만 부흥항공도 외자유치 형태로 참여시키기로 했다.

항공사 명칭은 ‘부산항공’으로 정했다. 신정택(세운철강 회장)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의 주도로 김승웅 롯데호텔부산 대표가 부산항공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부산항공은 초기에 150석 규모의 항공기 5대를 도입해 2009년 상반기에 부산~인천, 부산~제주 노선을 운항하고, 2~3년 후부터 국제선에도 취항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2007년 8월1일 부산시청에서 허남식 부산시장, 신정택(세운철강 회장)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김승웅(롯데호텔부산 대표) 부산항공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 등 3자가 참여한 가운데 부산항공 설립을 위한 업무제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부산에 본사를 두고 설립된 영남에어와 함께 복수항공사 시대가 열리게 되자 부산지역에서는 “수백억원대의 초기투자와 안전성은 물론 경제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항공산업에 두 업체가 동일지역을 연고로 항공사 설립을 추진, 중복투자와 함께 과열경쟁이 우려된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부산항공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부산항공은 한달여 후였던 9월초가 되자 갑자기 회사 이름을 ‘부산국제항공’으로 바꿨다. 사명 변경에 대한 특별한 설명은 없었지만, 부산항공이라는 이름이 이미 사용중이어서 부득이 공식출범을 앞두고 변경한 것이었다. 기등록된 ㈜부산항공은 1993년 7월 김해공항~해운대 노선을 운항하는 도심헬기 운항사업자로 선정된 업체였다. 부산항공은 이후 헬기 도입과 헬기 탑승터미널 등을 이행하지 못해 결국 사업은 무산됐다.

부산시와 부산지역 상공인이 주축이 된 새로운 K-LCC (주)부산국제항공은 2007년 9월6일 공식 출범했다. 초대 대표이사에는 신정택(세운철강 회장) 부산상의 회장이 선임됐다. 설립에 참여한 주주업체는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 겸 KNN 회장, 송규정 윈스틸 회장, 김종각 동일 회장, 허용도 태웅 대표, 김희근 삼한종합건설 대표, 윤양현 비스코 대표 등 임원진 7개사를 포함해 부산롯데호텔, 부산은행,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등 총 10개사가 참여했다. 이들 주주사는 주금납기일인 2007년 8월31일까지 5억여원씩 총 50억4000만원의 초기 자본금을 납입하고, 향후 200억원대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취항예정일은 2009년 6월로 결정했다. 부산국제항공은 “제주항공에 제주도가 합작출자 했던 것처럼 부산국제항공에 부산시의 출자를 요청해 부산시가 검토하고 있다”면서 "정기 항공운송 면허를 획득하기 전까지는 주주회사들이 균분 지분을 유지하지만 이후 증자과정에서 자금력 있는 최대주주를 내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부산국제항공은 주주회사에 참여한 부산롯데호텔을 통해 롯데그룹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지만 롯데그룹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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