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시장 출사표 던진 오리온…ADC 파이프라인 가속도 붙을까?

오리온, 레고켐바이오에 5500억원 투자해 지분 25% 확보…최대 주주 등극
기존 경영진·운영 시스템 유지…"지속 성장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바이오 분야 경쟁력 박차"
황성완 기자 2024-01-16 12:09:51
오리온그룹이 제약사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의 최대 주주로 등극하면서 오랜 숙원이었던 바이오 사업에 진출한다.

회사는 이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며, 글로벌 식품바이오 기업으로 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도 오리온의 바이오 시장 진출에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가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 관련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평가다. 
오리온 용산 본사 전경.

오리온, 레고켐바이오에 5500억원 투자…지분 25% 확보로 '최대주주' 등극

16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전날 레고켐바이오에 55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5%를 확보하고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공시 내용을 살펴보면 이번 지분 인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구주 매입을 통해 이뤄지며, 인수 주체는 홍콩 소재 오리온 계열사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으로 중국 지역 7개 법인의 지주사다.

오리온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5만9000원에 796만3283주를 배정받고, 구주는 창업자 김용주 대표이사와 박세진 사장으로부터 기준가 5만6186원에 140만주를 매입하여 총 936만3283주를 확보함으로써 전체 지분의 25% 이상을 갖는 최대주주가 된다. 대금 납입 예정일은 오는 3월 29일 이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를 계열사로 편입하며, 기존 경영진 및 운영 시스템은 변함없이 유지한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은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레고켐바이오와 함께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며 "최대주주로서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CI.

오랜 숙원 이뤄낸 오리온…"지속 성장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바이오 분야 경쟁력 박차"

이로써 오리온은 오랜 숙원이었던 바이오 사업에 드디어 진출하게 됐다. 오리온은 지난해 11월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자회사로 신규 출범했다. 오리온바이오는 오리온홀딩스와 하이센스바이오의 합작사다. 양사의 비중은 오리온 60%, 하이센스바이오 40%로, 사업 초기 단계인 오리온바이오는 치과질환 치료제 사업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오리온은 앞서 2020년 중국 국영 제약사인 산둥루캉과 합작사 '산둥루캉하오리요우'를 세웠다. 합작사는 중국 현지에서 진단키트와 백신 위주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약 900억원 규모의 결핵백신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하이센스바이오와 협력해 치과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난치성 치과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2상에 들어가 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차세대 항암제로 칭송받고 있는 ADC로 전 세계에서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ADC는 암 항원에 반응하는 항체와 암을 죽일 수 있는 항암제를 링커로 연결해서 암세포를 찾아가 소위 독약 폭탄을 터뜨리는 차세대 항암 기술이다. 난이도 높은 고형암(유방암, 간암, 폐암 등 장기에 붙어 자라는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약으로 꼽히며 이미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뜨겁다.

ADC 의약품 시장 역시 점차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스에 따르면 전 세계 ADC 의약품 시장은 2022년 59억달러(약 7조3219원)에서 연평균 22%씩 성장하며, 2026년 131억달러(약 16조2517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오리온은 이번 레고켐바이오 지분인수로 글로벌 빅파마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ADC 항암 치료제 시장에도 한 발을 내딛게 됐으며, 지속 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와 신사업인 바이오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가 2005년 설립된 제약사로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술과 합성신약 분야 연구개발 역량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2015년부터 현재까지 기술 이전 계약은 총 13건으로 기술이전료만 8조7000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앞서, 오리온은 최근까지 국내 바이오사인 알테오젠 인수를 두고 협상을 벌여왔지만 막바지 조건을 둔 이견으로 결렬된 바 있다. 이번 거래 성사에 명운을 건 오리온 측은 '독립 경영'을 전폭 보장하며 김 대표 핵심 경영진의 마음을 움직였다. 기존 레고켐바이오 연구진의 기술개발을 유지하면서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청사진을 내걸어 레드켐바이오 경영진을 설득해 거래를 성사시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업계, 오리온 바이오 사업 진출에 긍정적…"ADC 파이프라인 가속도 기대"

오리온의 바이오사업 진출에 동종업계들도 긍정적인 분위기다.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인수 등 ADC 사업 진출로 인해 파이프라인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ADC는 차세대 항암제 플랫폼으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으며, 항암제 분야에서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제약사들도 M&A 및 라이센싱,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ADC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는 ADC 관련 파이프라인을 25개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인수로 ADC 파이프라인 개발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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