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수신 경쟁 4개월 만에…금리 인하 '반전'

SBI·OK·한국투자·페퍼저축은행, 금리 0.5%p ↓
웰컴저축은행, 조만간 0.1~0.2%p 인하 계획
신수정 기자 2024-01-16 17:21:04
저축은행.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재점화된 저축은행업권의 치열한 수신 경쟁이 4개월 만에 반전을 맞았다. 당시 금리를 최고 4.4%대까지 올려 정기예금 상품을 내놓던 상위권 저축은행은 최근 금리를 0.5%가량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업권은 유동성이나 보유한 수신고를 조절하기 위해 이 같은 금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16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저축은행 등 5대 저축은행의 1년(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기준금리+우대금리 포함)는 3.5~4.0%로 집계됐다. 수신 경쟁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던 작년 10월경 4.00~4.41%의 금리와 비교해 약 0.5%p(포인트) 감소됐다. 

가장 많이 금리를 낮춘 곳은 페퍼저축은행으로, 4.41%에서 3.50%로 0.91%p 인하했다. 이어 OK저축은행이 4.41%에서 3.61%로 0.8%p, SBI저축은행이 4.00%에서 3.70%로 0.3%p, 한국투자저축은행이 4.25%에서 4.00%로 0.25%p 낮췄다. 

5대 저축은행 중 유일하게 4.0% 금리 수준을 유지하던 웰컴저축은행도 조만간 금리를 소폭 낮출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금리 정책 변화에 대해 “저축은행들이 금리를 변동하는 것은 시장 상황에 따른 것도 있지만, 대부분 각 사의 유동성에 맞춰 방향성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통상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0.8~1.0%p 높은 금리를 제공해 고객을 유치한다. 은행에 비해 손실 리스크가 커 예금 금리가 높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저축은행에 예금할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저축은행이 시중은행에 금리를 역전당하기 시작하며,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3.55~3.90%로 파악됐다. NH농협은행은 SBI·OK·페퍼저축은행보다 높은 3.90%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어 하나은행 3.65%, KB국민은행 3.64%, 신한은행 3.6%가 OK·페퍼저축은행보다 금리가 높았다. 

저축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인하하는 이유는 금리 경쟁이 출혈 경쟁으로 발전하면서 나타난 이자비용 급증 등 수익성 악화에 있다. 저축은행업권은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지나친 금리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금리 경쟁 영향으로 저축은행들의 이자비용은 급격히 늘었다. 이에 작년 3분기 5대 저축은행의 연체율도 2.81~7.29%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 총액이 –1413억원으로 적자 전환하는 상황으로까지 전개됐다. 

올해 저축은행업권이 당분간 정기예금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PF 부실 우려, 연체율 상승 등으로 업황이 이른 시일 내 좋아지긴 어렵겠다”며 “저축은행이 예금 금리를 높일 가능성은 앞으로도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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