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배터리업계 "中광물 즉각 배제 어렵다"…美정부에 한시적 허용 요청

LG엔솔, 핵심광물 총가치 10% 미만 '저가치' 재료는 규정에서 예외 요청
박재훈 기자 2024-01-22 16:03:25
한국 자동차업계와 배터리업게가 미국 정부에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 일부를 중국에서 조달해도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요청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관보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18일 미국 정부에 제출한 의견서에 특정 핵심광물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외국우려기업(FEOC)을 즉각적으로 제거하는 조치가 '비현실적'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중국이 2022년 전세계 구형 흑현의 100%, 합성 흑연 69%를 정제 및 생산했기 때문에 규모면에서 단기간에 다른 국가들이 중국을 대체할 국가를 모색하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

미국 정부는 IRA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배터리 부품은 올해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을 FEOC에서 조달하면 안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1일 발표한 세부 규정안에서 FEOC를 사실상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으로 규정했으며, 이는 곧 중국산 핵심광물에 의존하고 있는 전 세계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대차는 이에 "지금같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미국 정부가 한시적으로 원산지에 상관없이 배터리와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흑연 및 핵심 광물 목록을 채택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미국 정부의 중국산 핵심 광물 배제 규정이 시행되고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종은 지난해 말 43개에서 올해 19개로 줄어든 상황이다. 현대차의 경우 이미 지난해 4월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종이 없는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특정 핵심광물이 차지하는 가치가 일정 금액보다 작다면 FEOC규정에서 예외할 수 있는 '최소 허용 기준'도입도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현대차그룹이 요구한 최소 허용기준은 10%다. 

또한 원산지 자체를 추적하는 것이 사실살 불가능하기 때문에 FEOC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배터리 소재의 명단 발표도 신속하게 이뤄질 것을 요구했다.

현대차그룹은 의견서에서 "규정안을 따르는 데 필요한 조정을 하려고 전념하고 있지만 현 시장 환경을 무시할 수 없고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공급망을 조정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규정안이 시장 환경과 상관없이 즉각적인 변화를 강제한다면 현대차그룹은 최선의 노력에도 미국이 설정한 정책 목표를 따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건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와 함께 국내 대표적인 국내 배터리 기업(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들과 한국배터리산업협회도 FEOC 규정과 관련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SK온은 "중국산 흑연을 대체할 공급망 구축에는 3~4년의 시간이 걸리며 구축한다해도 북미 수요를 전부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핵심광물에 대한 FEOC 규정 적용을 2027년 1월로 유예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원료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경쟁력에 중요한 공급망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배터리 제조사가 원산지를 검증하는 것이 어렵다는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 총가치의 10% 미만을 차지하는 '저가치'재료는 FEOC 규정에서 예외해줄것을 요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예외를 요청한 저가치 재료는 ▲코발트 ▲지르코늄 ▲텅스텐 ▲이트륨 ▲티타늄 ▲흑연 ▲형석 등이다.

한국 정부도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업계의 호소에 힘을 보탰다. 한국 정부는 FEOC 규정을 기업들이 이해하기 쉽게 더 명확하게 해달며 "기업들이 직면한 사업 현실과 기업들의 세계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계획을 고려해 기업들이 새 규정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하는 조치를 도입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