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단독❳‘목사의 성폭행’ 월드행복비전교회, 권순웅 전 총회장 ‘부적절한’ 중재 논란

권 전 총회장 “내가 속한 노회로 오라” 1천만원 컨설팅 제안 의혹
교단 목사들 ‘교회 자산’ 노린 정황…신도들 “돈만 쫓는 한통속”
예장합동 평남노회, 봄 정기 노회서 ‘천 모 목사 정직 해제’ 논의
고진현 기자 2024-01-29 12:48:16
[스마트에프엔=고진현 선임기자] 월드행복비전교회 설립자인 천 모 목사의 여신도 성폭행과 교회 자금 사적 유용 사건이 지난해 초 언론에 의해 알려져 사회적 파장과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으로 교단(예장합동·총회장 오정호 목사)은 물론 교계도 큰 충격을 받았고, 교회 신도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교회를 위해 헌신하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겪은 피해자들의 고통과 분노에 동요했다. 천 목사는 사임했다. 스마트에프엔은 월드행복비전교회 문제를 집중 취재해 연속 보도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2023년 2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월드행복비전교회는 큰 아픔을 겪었다. 신도들이 멘토로 믿고 따르던 천 모 목사의 신도 대상 성범죄와 자금 유용 비리 의혹이 동시에 터졌다.

같은 해 3월 성도들이 괴로움을 호소하는 자리를 마련하자 교회가 속했던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합동·총회장 오정호 목사) 당시 총회장이던 권순웅 목사는 자신이 속한 평서노회로 교회 소속을 옮길 것을 권유하며, 변호사 선임문제를 먼저 제안했던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권 목사는 스마트에프엔과 통화에서 “교회 정상화를 평남노회가 해야 하는데 이 사건을 정상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지나가는 말로 (제안을) 했는데, 지금은 사실 (어떤말을 했었는지)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밝혔다.

권 목사는 이 같은 제안과 함께 ‘유료 컨설팅’을 사건 해결의 방식으로 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 선임문제와 함께 금전적인 대가가 뒤따르는 방식을 제안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월드행복비전교회의 아픔과 관련, 천 목사가 저지른 '돈'과 '성' 문제는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일이었다.

사례비 월 300만원만 받고 그 마저도 다 나눈다고 했던 천 목사는 2022년 한 해에만 6억원이 넘는 돈을 교회에서 수령해갔다. 헌금의 일정 부분을 인센티브로 지급받는 방식이었는데, 측근들로 구성된 재정위원회에서 지급을 의결했다. 교인들은 긴급 감사를 실시했는데, 교회 자금의 용처를 추적해보니 금고에서 골드바 5억원, 은과 유가증권 6억원이 추가로 발견됐다.

월드행복비전교회 천 목사가 교회 공금을 이용해 사들인 것으로 추정되는 골드바.

천 목사가 직접 적은 메모지에선 금과 은의 시기 별 시가를 비교하며 어떤 비율로 구매할지 계산한 흔적이 나왔다. 교회 돈으로 영리를 축적한 것도 모자라 어떻게 해야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을지 계산을 했던 셈이다.

성적인 취향도 정상은 아니었다. 여신도들을 유사성행위에 동원했는데 평소 교육 사역을 진행하며 목사와 신도 사이의 ‘신뢰’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너는 나를 X아 줄 수 있느냐”고 반복 질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루밍 성범죄를 위해 어린 신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빙자한 ‘가스라이팅’을 치밀하게 행해왔던 것이다.

결국 천 목사는 논란이 된 모든 자산을 교회에 기부(반납)하고 사임했다. 지난해 2월 사건이 불거진 이후 3월 14일 평남노회는 천 목사를 7년간 정직 처분했다. 이 기간 동안 총회와 노회가 벌인 일들도 천 목사의 행각과 비견될 만큼 기상천외한 방식이었다.

그중에서도 정점은 2023년 3월 당시 예장합동 총회장이었던 권순웅 목사의 중재 방식이다.

당시 교회 비대위(현 운영위) 구성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권 목사는 “내가 속한 평서노회로 교회의 소속을 옮기자. 교회(권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교회) 성도인 변호인을 소개하겠다. 지금 겪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컨설팅이 필요하다” 등의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결국 권 목사가 소개한 인터넷방송 매체인 ‘하야방송’ 유성헌(대표 겸 국장) 목사에게 컨설팅 비용 1000만원 중 500만원을 먼저 지급했다. 그러나 하야방송은 언론으로서 역할과 교회를 위한 도움을 주지 않았다. 

교회 사태의 해결 과정에서 총회 차원에서 개입이 있었고, 그 방식이 부적절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대목이다.

천 목사의 사임, 비대위 구성 등과 맞물려 평남노회 측에서는 수차례 임시당회장을 파견했는데, 목사들은 하나 같이 교인들이 입은 피해의 구제, 교회 정상화 등과는 거리가 먼 해결책들을 제시했다고 한다.

첫 번째로 부임한 유장춘 목사는 천 목사가 이미 사임 의사를 밝혔음에도 사임을 ‘전제’로 ‘사실확인서’를 요구했다. 내용은 “마사지 외에 접촉은 없었다”라는 취지였다. 교인들은 당연히 찬성할 수 없었다.

이후 부임한 진병헌 목사(현 평남노회 노회장)는 전임 유 목사가 임차 중인 교회 건물을 내놨으니 새 건물을 사라고 조언했다. 목사들은 하나 같이 교회 재산을 노회에 귀속시키라거나 천 목사와 합의하라, 노회에 자금을 기부하라는 등의 문제에 집착했다.

평남노회 목사들의 주 관심사가 천 목사가 내놓고 나간 십 수억 원대의 교회 자산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같은 기조의 뿌리에는 노회를 넘어 총회 차원의 개입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번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권순웅 당시 총회장의 “내가 속한 노회로 오라”는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총회 A목사는 스마트에프엔과 만나 “이같은 발언은 당시 총회장으로서 부적절하고 대단히 잘못된 발언”이라고 말했다. 

예장합동 로고.

이런 가운데 정직된 천 목사가 속한 예장합동 평남노회는 그의 정직 처분에 대한 재심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평남노회 한 임원 목사는 통화에서 지난해 11월 임시노회에서 재판국을 구성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재판국 구성을 임시노회 때 했다”며 “재판국이 재심을 진행 중이며, 오는 봄 노회 정기회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 결과에 따라 오는 4~5월 예정된 노회 봄 정기회에서 천 목사가 구제(해벌) 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월드행복비전교회에 임시 당회장으로 파송됐던 노회 소속 목사들은 집요하게 천 목사와 신도들의 합의를 종용했다고 전했다. 이 방식이 여의치 않게 되자, 노회 차원에서 천 목사의 정직 처분을 풀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월드행복비전교회 성도들(운영위)은 조만간 기자 회견을 열어 예장합동 총회에 천 목사의 성‧횡령 비리를 묵인한 혐의로 평남노회와 권순웅 목사, 하야방송 유성헌 목사, 이 사건에 연루된 총회 소속 목사들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할 계획이다. 총회의 조사가 직전 회장으로 향하고, 평남노회와 관련 목사들에 대한 성역 없는 조사로 이어질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고진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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