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성과급 차등 지급…설 연휴 ‘해외여행 vs 집콕’

삼성전자·LG전자, 성과급 차이 극명
현대차·기아, 역대급 실적에 성과급 기대
LG엔솔,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급…트럭 시위 강행
신종모 기자 2024-02-09 10:15:03
국내 굴지의 반도체 회사에 다니는 A씨(37세)는 매년 설날을 이용해 가던 해외여행을 포기했다. 올해 성과급 지급률이 ‘0%’로 책정되면서다. 성과급 지급 발표 전까지 예년만큼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유럽이 아닌 동남아로 여행지를 변경했다. 하지만 막상 지급률이 발표되자 한 치의 미련 없이 예약을 취소해버렸다. 아직 미혼인 A씨는 결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매년 찾았던 해외여행을 포기한 만큼 고향집에 내려갈지 집에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국내 대기업의 성과급 지급이 완료됐다. 이들 기업 중에서도 지난해 실적에 따라 성과급이 차등 지급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됐다. 

일정 이상의 성과급을 받은 임직원들은 설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가는 반면 그렇지 않은 임직원들은 집에서 연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성과급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직원들의 성과급을 최저치로 지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DS 부문의 초과이익성과급(OPI) 예상 지급률은 0%로 책정한 바 있다. 

DS 부문은 올해 초 OPI로 연봉의 50%를 받는 등 거의 매년 연초에 연봉의 50%가량을 성과급으로 챙겨왔다. 

하지만 역대급 반도체 한파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성과급이 ‘0%’인 사업부도 나왔다. 

DS 부문의 목표달성장려금(TAI) 지급률은 12.5%로 사업부에 따라 성과급이 다르게 책정됐다. 반도체연구소와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은 25%로 가장 많은 성과급을 받게 됐으며 메모리사업부 12.5%,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는 0%다. 

아울러 삼성전자 사내에도 성과급 차이가 발생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의 OPI 지급률이 연봉의 50%로 가장 높았다. 이어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생활가전사업부와 의료기기사업부 순이었다.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연봉의 43%를 받는다. 이외에도 생활가전사업부와 의료기기사업부 12%로 책정됐다.

사진=연합뉴스


LG전자, 역대급 실적에 역대급 성과급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LG전자는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했다. LG전자의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 구성원에게 기본급(연봉의 20분의 1)의 445%∼665%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다만 LG전자는 소속 사업부에 따라 경영성과급을 차등했다. 

세탁기 글로벌 1등 시장 지위를 굳힌 리빙솔루션사업부는 최고 수준인 665%로 책정됐다. 연봉 8000만원(기본급 400만원)인 직원이면 약 2660만원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 

전장(차량용 전기·전자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기본급의 455%의 경영성과급이 지급된다.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기본급의 200%∼300%, 기업간거래(B2B)를 담당하는 BS사업본부에는 기본급의 135%∼185%로 책정됐다. 

현대차·기아 양재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기아, 역대급 성과급 기대…특별성과급까지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현대차와 기아 임직원들도 두둑한 성과급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특별성과급도 지급된다. 

특별성과급은 연구 및 사무직을 대상으로 지급됐으나 지난 2022년부터 전직원으로 확대됐다. 다. 

성과급 규모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현재 노동조합과 조율 중에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최대 매출을 기록한 만큼 전년 대비 높은 성과급을 지급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실적 발표일 이사회에서 현금 400만원과 자사주 10주 등을 합쳐 600만원 규모의 특별성과급을 지급한 바 있다.

지난 5일 오전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마련한 시위 트럭이 서울 여의도 일대를 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역대급 실적에도 성과급 ‘반토막’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급이 지급돼 직원들이 반발에 나섰다. 

일부 직원들이 사측이 성과급을 산정하는 기준에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서 성과급이 예상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 직원 1700여명은 삼삼오오 돈을 모아 지난 5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트럭 전광판 항의 시위를 전개했다.  

올해 성과급은 기본급의 340%∼380%, 평균 362%로 책정됐다. 지난해 기본급의 870%와 비교해 절반이 되지 않는다. 

사측은 “AMPC는 변동성이 큰 점을 고려해 성과지표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만 타사 대비 보상 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해 1분기 내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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