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용' 픽업트럭 지프 글래디에이터 [시승기]

김효정 기자 2024-02-14 10:52:17
지프 글래디에이터 / 사진=스마트에프엔

레저용 자동차로 이만한 차량이 또 있을까.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여유 돈만 있다면'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을 만큼 강한 구매욕을 자극하는 픽업트럭이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원탑 KG모빌리티 렉스턴 스포츠(칸), 신형 모델 출시를 앞둔 쉐보레 콜로라도, 포드 레인저, 그리고 기아의 첫 픽업트럭 타스만, GMC 시에라 등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 판매량이 높지는 않지만, 더이상 자동차를 단순한 탈 것으로만 인식하지 않는 소비 성향에 제조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 중 글래이에이터는 단연 돋보인다. 경쟁 차량들이 SUV를 기반으로 제작된 반면, 글래디에이터는 오프로드의 대명사 랭글러 DNA를 고스란히 물려 받았다. 시승한 차는 글래디에이터 하이벨로시티 에디션이다. 

국내에 단 30대만 판매하는 한정판으로 첫 인상은 한마디로 '실물 깡패'다. 실제로 시승차를 보자마자 생각 보다 더 큰 차체에 한번 놀라고, 각이 잡힌 터프한 감성을 머금고 있는 레저형 픽업트럭의 웅장함에 감탄하게 된다. 하이벨로시티 에디션의 상큼한 색상은 덩치에 맞지 않게 아주 잘 어울렸다. 

지프 글래디에이터와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 사진=스마트에프엔

사진으로만 보고 머리 속으로 상상했던 '랭글러에 짐칸을 어색하게 붙여 놓았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날려 버리기에 충분하다. 이 차의 형편 없는 연비(6.5km/L)와 결코 좋은 평가를 할 수 없는 승차감 따위는 '갬성'이란 단어로 용납이 된다.

경쟁 차량에 비해 글래디에이터만의 장점은 확실하다. 바로 가장 레저형에 가까운 픽업트럭이라는 점이다. 경쟁 차량이 픽업트럭을 베이스로 레저용으로도 사용한다면, 글래디에이터는 애초에 레저형으로 나온 픽업트럭형 자동차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지프 랭글러와 판박이 모습을 보여주는 글래디에이터 전면부 / 사진=스마트에프엔  

외관 디자인은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멋짐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프로드 최강자 랭글러의 DNA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차량이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장점 하나는 확실하게 갖추고 있다. 

오프로드 아이콘과 같은 랭글러와 디자인이 팍박이 인데, 트렁크 대신 적재함을 달아 놓은 정도다. 전체 길이는 4880mm의 랭글러에 비해 훨씰 길어진 5600mm에 달한다. 휠베이스는 3490mm로 역시 랭글러(3010mm) 보다 많이 길어졌다. 그런데 이 비율이 꽤 훌륭하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옆모습. 전체적인 비율이 잘 잡혀 있다. / 사진=스마트에프엔

레저용으로 픽업트럭을 쓰려는 운전자들은 적재함 튜닝을 하지 않으면, 본체와 적재함이 뭉툭하게 이어지는 못생긴 옆모습을 참아주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글래디에이터의 옆모습은 봐 줄만 하다. 2열 공간이 충분히 확보돼 있는 데다, 적재함 길이까지 넉넉해 디자인 적으로 절묘한 대칭을 이루기 때문이다. 

랭글러의 헤리티지에 다재다능한 적재공간을 더한 글래디에이터. 앞모습은 랭글러와 거의 똑같다. 그러나 실제로 이 차는 랭글러와는 다른 베이스를 가지고 있다. 바로 스텔란티스 그룹 산하 브랜드 '램'의 픽업트럭을 그 베이스로 한다. 차량의 전폭이 랭글러에 비해 조금 더 넓고, 전고(높이)도 껑충하게 높다. 앞서 말했듯이 휠베이스와 전장 또한 훨씬 길다. 

이러한 수치의 차이가 글래이디에이터의 실물 크기를 더욱 웅장하게 보이게끔 하는 이유기도 하다. 특히 5600mm에 달하는 전장은 경쟁차량에 비해서도 확연하게 크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적재함에 4개의 스키와 4명 분의 짐을 싣고 다녀도 공간이 충분이 남아돈다.  / 사진=스마트에프엔

적재함 용량은 1005리터(가로 144cm, 세로 153cm)로 부족함이 없다. 300kg으로 인증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700kg까지 짐을 실을 수 있다고 한다. 시승하는 동안 스키장을 이용했는데 4개의 스키와 각종 짐들을 한꺼번에 넣고 다녀도 적재 공간이 남아 돌았다.

3490mm의 휠베이스는 승객석의 2열 뒷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해 준다. 2열 무릎 공간도 충분한 여유가 있고, 뒷좌석 등받이도 리클라이닝은 되지 않지만 적당한 기울기로 눕혀져 있다. 2열에 앉은 동승자들이 왕복 300km 이상을 이동했지만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러한 부분도 레저용 픽업트럭으로 접근하기에 아주 좋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넉넉한 2열 좌석 모습. 등받이 각도도 적당하다. / 사진=스마트에프엔

2열 공간부터 이야기하다 보니 순서가 뒤바뀌었는데, 1열을 둘러보면 기존 랭글러와 동일하다. 투박함을 숨길 수 없고, 수납공간이나 마감 수준 또한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와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단촐(?)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또한 열악하다. 센터페시아와 패널 역시 조잡하게 느껴질 정도인데, 이는 랭글러의 감성을 아는 이들이라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창문을 개폐하는 윈도 스위치는 도어가 아닌 센터페시아 아래쪽에 자리잡고 있다. 이는 원하면 간단한 렌치를 활용해 도어를 뜯어내고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치다. 천장 또한 랭글러와 마찬가지로 조립식 루프기 때문에 오픈카처럼 수동으로 떼어낼 수 있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실내 / 사진=스마트에프엔

생각 보다 뛰어난 승차감...연비는 감안해야

주행 느낌은 랭글러 루비콘과 비슷한 듯 또 다르다. 현세대 랭글러와 달리 글래디에이터는 3.6L V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스텔란티스 그룹의 펜타스타 엔진으로 그룹내 여러 자동차에 쓰여왔던 만큼 내구성이 검증됐다. 최고출력은 284마력, 최대토크는 36kgf.m으로 나름 매끄러운 주행 감성에 출력 또한 부족하지 않다.

제원상 출력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무게와 덩치카 큰 탓인지 실제 도로 주행에서는 한 템포 굼뜨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다. 특히 자율주행(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상태에서 앞 차량이 옆차선으로 이동하거나 갑자기 속도를 높일 경우, 글래디에이터는 세팅된 속도를 맞추기 위해 무척 애를 먹는다. 차로유지 보조 기능이 빠진 것도 아쉽다.

물론 2.7톤의 견인능력이 있고, 제로백도 덩치에 맞지 않게 8초대로 우수하다는 것은 칭찬할 만 하다. 

또한 랭글러에 비해 확실하게 정숙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언급했듯이 엔진 수치 대비 동력 손실도 없다고 할 수는 없고, 어디까지나 랭글러에 비해 더 낫다는 것일 뿐 투박한 승차감과 풍절음 등 전반적인 소음 수준이 경쟁 차종에 비해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장점이라면 도로의 속도 방지턱을 넘을 때는 확실히 스트레스가 덜 하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실내 / 사진=스마트에프엔

연비는 좋지 않다. 연비를 중요시 하는 운전자라면 이 차는 사면 안된다. 공인연비는 복합 6.5Km/L인데, 시승하는 내내 평균 연비는 7.1~7.6km/L 정도가 나왔다. V6 자연흡기 엔진에 공차 중량(2305kg)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차를 운행하는 소비층에게 연비는 핵심 구매조건이 아니다. 대신 픽업트럭으로 구분되므로, 자동차세(연간 2만8500원) 혜택을 통해 주유비를 아낀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지프 글래디에이터의 연비는 복합 6.5Km/L다. 장거리 위주로 시승을 했는데 평균 연비는 7.1~7.6km/L 수준을 보였다. / 사진=스마트에프엔

이 차의 최대 강점은 '오프로드 브랜드' 그 자체다. 2륜 하이, 4륜 하이, 4륜 로우 등 구동계를 조작하는 레버가 변속 레버 옆에 위치해 있다. 일상 주행은 2H 혹은 4H 오토를 쓰면 되고, 본격적인 오프로드에 들어가면 4L로 바꿔서 이 차의 강력한 구동력을 느낄 수 있다. 시승하는 동안 적당히 울툴불퉁한 비포장 시골길 500여 미터를 달린게 전부지만, 확실히 오프로드에서의 종합적인 주행능력은 렉스턴 스포츠에 비해 한단계 위에 있다는 느낌이 온다.  

이것은 오랜 세월 지프가 축적한 오프로드 노하우와 설계 능력, 그리고 하체를 보면 알 수 있다. 스텔란티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글래디에이터는 험로 돌파 능력을 확보하고자 255/75R17 규격 머드 터레인 타이어(MT) 타이어와 산악자전거·모터사이클 등에서 노면 충격 흡수 능력을 보여준 폭스 쇽업쇼바를 장착했다. 특히 오프로드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폭스 쇽업쇼바가 오프로더의 주행성능과 승차감을 잡아준다고 한다. 바로 이 쇼바 때문에 앞서 언급했던 랭글러와는 다른 (더 나은) 승차감을 제공해 주는 이유기도 하다. 

폭스 쇽업쇼바가 최상의 오프로드 주행을 지원해 준다.  / 사진=스마트에프엔

오프로드를 즐기는 이들에게 이만한 레저용 차량을 또 없을 것이다. 기능성을 떠나 단순히 예쁜 '패션카'로 구매해도 만족감은 상당할 것이다. 넉넉한 적재함까지 갖춰져 있으니 랭글러의 트렁크 공간에 대한 불만도 해소된다. 개인적으로는 승차감 또한 나쁘지 않았다. 머드 터레인 타이어를 온로드 타이어로 교체한다면 소음, 승차감, 연비도 좋아질 것이다. 

글래디에이터에 적용된 머드 터레인 타이어. 온로드 타이어로 갈아 끼우면 소음, 승차감, 연비 향상을 할 수 있다 . / 사진=스마트에프엔

다만 첫 출시 당시 6990만원이었던 가격이 현재는 7990만원으로 1000만원 인상됐다. 글래디에이터를 구매하려는 이들에게 이러한 가격 정책은 지갑을 열까 말까 고민하게 만든다.

김효정 기자 hjkim@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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