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 스토리] '엔솔2.0 시대' 이끌 리더십…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배터리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 평가…질적 성장 이끌 인물로 낙점
추운 업황 속 내실다지기로 글로벌 경쟁력 제고 강화할 예정
LFP배터리 양산 시점 단축 및 4680배터리 고객사 확대 통해 경쟁력 강화
박재훈 기자 2024-02-19 09:22:26
기업은 이익 창출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경쟁에서 승리하고 지속성장을 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 결정권자인 C레벨(CEO, CFO, COO, CIO 등)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마트에프엔에서는 주요 기업 C레벨의 행보를 분석함으로써 이들 기업의 경쟁력과 미래 가치를 예측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해 LG그룹의 연말인사에서 권영수 전 부회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김동명 사장은 올해부터 새로운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력을 이끌어낼 인물로 평가된다.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사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 "질적 성장과 더불어 이기는 전략을 실행하면서 ‘성취 지향 프로페셔널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밝힌 김 사장은 엔솔 2.0 시대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배터리 업계의 전문가로 평가받는 김 사장은 ▲전방산업인 전기차시장의 둔화세 ▲커져가는 중국 배터리기업과의 경쟁 체제 ▲연구개발(R&D) 및 기술력 발전으로 질적 성장 등의 임무를 어깨에 지게 됐다. 

특히 김 사장은 지난 15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의 이사회에서 제8대 협회 회장으로 임명됐다. 김 사장은 취임사에서 "지난해 공급망의 분절과 불안정한 경기 상황 속에서도 성과를 기록했고 올해도 여건이 녹록지 않으나 공급망 재편과 기술경쟁력 확보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부터 배터리…1998년부터 업계에 몸 담아온 배터리 전문가

김 사장은 1969년생으로 연세대학교에서 금속공학 학사를 취득하고 카이스트 대학원 재료공학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그룹에 적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1998년 LG화학의 배터리 연구센터에 입사하면서다. 이후 모바일전지 개발센터장, 소형전지사업부장, 자동차전지사업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핵심사업부를 이끌어오면서 배터리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김 사장은 상무 시절부터 2~3년 가량의 시간에 성과를 인정 받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LG에너지솔루션-스텔란티스 합작공장’ 투자 발표 행사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김 사장은 2014년 상무로 승진하게 되며 모바일전지 개발센터장을 맡았다. 이후 2017년 소형전지사업부장으로 전무, 2020년에는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이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부사장으로 승진했을 당시 김 사장은 소형전지사업부장을 역임한 2017년부터 원통형EV(전기차) 배터리를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선 부분, 고객층을 확보한 것과 더불어 원가를 절감하면서 수익성을 개선시킨 부분 등에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후 부사장직을 역임했던 약 3년동안은 자동차전지사업부장으로써 주요 고객 수주 증대와 합작법인(JV) 등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 기틀을 다졌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도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배터리 업계에서 경쟁력을 제고하는 등의 업적도 인정 받았으며 LG에너지솔루션의 향후 경쟁력을 이끌어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로 낙점받았다.

유난히 추운 올해 배터리 업황…경쟁력과 수익성 제고할 방향성의 키는?

지난해 11월 무렵부터 시작된 배터리의 전방산업 격인 전기차 시장의 둔화세가 짙어지면서 배터리 업계는 올해는 힘든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둔화세가 길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자 완성차 업계는 전동화에 대한 전략을 수정하기 시작했고 이는 자연스레 배터리 업계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됐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과제 중 하나로는 LFP(리튬,인산,철)배터리의 양산시기가 거론된다. 현재 전기차 산업은 중저가 전기차를 통해 보급률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차량 가격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LFP배터리로 탑재하는 등 LFP배터리의 몸값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배터리 경쟁을 위해서는 LFP배터리와 NCM(니켈,코발트,망간)배터리 양날개를 가지고 있어야 유리하다. 지금까지 NCM배터리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던 국내 배터리업계는 이를 위해 LFP배터리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에서 수익성을 높이고 있는 중국의 배터리 업체 BYD와 CATL만 보더라도 LFP배터리가 경쟁에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사장이 15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의 이사회에서 취임사를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김 사장은 이런 시장의 상황 속에서 당초 2026년 로드맵으로 제시했던 LFP배터리 양산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촉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로드맵을 앞 당기는 것은 경쟁력 제고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로는 지난해까지 확장해왔던 완성차 브랜드들과의 협력 강화다. 향후 반등을 위한 내실 다지기는 기술력 뿐 아니라 협력관계 유지를 통해 공급하는 관계와 생산능력 준비도 포함되는 부분이다.

김 사장은 현재 완성차 브랜드들과의 협력관계 현황을 밝혔다. 김 사장은 지난 15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이사회에 참석하면서 GM(제너럴모터스)와 미국 IRA(인플레이션 방지법)에 따른 첨단제조 세액공제 공유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사진 왼쪽)과 메리 바라 GM 회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GM의 메리 바라 회장은 지난 7일 방한 일정 중 직접 김 사장과 협력관계에 관해 직접적인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메리 바라 회장과 테네시주에 가동을 앞두고 있는 두 번째 합작공장의 협력 건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설립해 2022년 하반기 오하이오주 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연 4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양산하고 있으며, 테네시와 미시간에 위치한 2·3공장도 가동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GM외에도 국내 완성차브랜드인 현대차와의 합작 공장인 HLI그린파워 배터리셀 공장도 4월 가동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HLI그린파워 배터리셀 공장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50%씩의 지분으로 1조5000억원을 투자한 합작 법인이다. 

지난해까지 투자를 이어가면서 확대해온 공장(북미지역 2개 단독 공장, 6개 합작공장)생산능력과 함께 완성차 브랜드 협력관계는 향후 전기차 판매 사이클이 돌아올 시기에 성장세와 수익성이라는 결과를 낼 전망이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0월 일본의 토요타에 연간 20GWh 규모의 배터리를 납품 계약을 맺으면서 주요 완성차 회사 5곳(토요타·혼다·스텔란티스·현대차·GM)과 배터리를 공급하거나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관계를 구축한 상태다.

내실다지기 위한 발판 마련 착실하게…이행과제 해결 움직임은?

신년사를 통해 김동명 사장이 밝힌 엔솔2.0의 이행과제는 크게 4가지다. ▲제품/품질 기술력 ▲원가 경쟁력 확보 ▲압도적 고객 충성도 확보 ▲미래기술과 사업모델 혁신 등이다.

이 중 압도적 복수의 과제는 4680(지름 46mm·길이 80mm)원통형 배터리의 양산을 통해 첫 행보를 보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사장은 차세대 4680원통형 배터리의 양산시점을 올해 8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올해 하반기로만 예상됐던 양산 시점이 구체적으로 거론된 것은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이 원통형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LG에너지솔루션


4680배터리는 국내에서 양산될 예정이며, 이후 중국 난징공장에서도 양산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우선적으로 가장 먼저 공급받게 될 완성차브랜드는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다. 

4680배터리는 차량 주행거리를 비롯해 비용절감면에서도 주목받는 제품이다. 앞서 테슬라는 4680배터리를 차량에 탑재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생산해낼만큼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4680배터리는 기존 테슬라가 사용했던 21700배터리 대비 에너지 용량 5배, 출력 6배 등의 개선점을 보인다. 더욱이 공정 횟수가 적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도 이점을 가진다.

NCM배터리의 단점으로 거론되던 가격적인 부분을 상쇄시킬 수 있는 제품인 것이다. 또한 4680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이행할 과제인 원가 경쟁력 부분에서도 합치하는 부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외에도 4680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난 몇년 동안 테슬라가 주목하고 집중하던 배터리 기술인 만큼 많은 완성차 브랜드들도 공급받기를 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 대전연구원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체적으로 내실다지기에 들어간만큼 김 사장은 기술력 향상을 위해 지적돼 왔던 기술 투자 부분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히 독자적인 기술력 향상을 넘어 글로벌적으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필수적인 부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해외 시설 확장에 나서면서 안정적인 생산능력을 구축했지만, 연구개발에서는 비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었다. 2022년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R&D비용은 8761억원이었다. 삼성SDI의 1조764억원에 비해 비용이 적은 편에 속했다. 또한 매출 대비 비중에서도 3.4%에 불과했다.

한편, 중국 CATL의 R&D비용 규모가 국내 배터리 3사의 투자비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용 투자의 모멘텀은 보다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CATL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R&D비용은 2조7500억원 수준이다. 이는 국내 배터리 3사의 3분기 R&D 비용을 모두 합친 1조7874억원 보다 약 1조원 가량 많은 수준이다.

올해 전방산업의 악화로 기술력 강화에 집중해야하는 분위기인 만큼 김사장은 지난해보다 공격적인 투자로 질적 성장을 이끌어 나가야할 것으로 보인다.

신년사에서 밝힌 셰르파의 역할 리더십…성과급에서 보여질 용단은?

지난 5일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시장의 둔화세로 인해 올해 성과급을 전년 대비 대폭 축소하는 것을 결정했다. 이로인해 LG에너지솔루션의 일부 직원들이 성과급 제도 개선을 요구하면서 트럭 시위에 나섰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이 축소된 것에 대한 반발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성과급은 기본급의 340~380%, 전체 평균 362%로 책정됐다. 지난해 성과급이 기본급의 870%, 성과에 따라 900%까지 지급했던 것과는 확연히 줄어든 수치다.


5일 오전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마련한 시위 트럭이 서울 여의도 일대를 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은 공식 입장으로 "지난 2일 회사는 CEO 김동명 사장을 비롯해 주요 경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타운홀 미팅을 갖고 성과급을 비롯 처우 개선, 조직 문화, 소통 활성화 등과 관련된 구성원 질문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소통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김 사장이 “현행 성과급 산정 방식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직원들의 의견에 공감하며, 많은 고민을 통해 1분기 내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익명 트럭집회를 통해 또 다시 요구한 것에는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위의 주최측은 IRA관련업무를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의 노동에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IRA를 포함한 재무제표상의 이익을 바탕으로 성과급을 산정해달라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측은 IRA 세액공제를 반영하더라도 성과급은 목표 대비 달성도에 기반하기 때문에 올해 성과급에는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김 사장은 성과급 논란에 대해 개선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입을 열었다. 김 사장은"성과급은 계속해온 대로 목표 대비 달성률로 평가를 했는데, IRA 포함 여부 등이 우리 구성원들이 느끼기에는 외부에 발표되는 것과 괴리감이 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성과급은 회사 출범 때부터 매년 동일한 산정 방식으로 재무성과와 경쟁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돼 왔다.

하지만, 김 사장이 앞서 전략 이행을 위한 문화로 '성취 지향 프로페셔널 조직문화’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반발심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신년사를 통해 김 사장은 "저와 회사는 앞으로 여러분의 도전을 돕는 '셰르파'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공정한 평가와 보상 체계로 목표를 달성하는데 몰입과 헌신을 한 구성원이라면 걸맞은 대우를 받고, 끊임없는 자기 발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HR 제도도 구축해 나가겠다"고 부연했었다.

하지만 실상 IRA를 포함해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IRA수혜를 위해서 일해온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시위 주최측의 입장에도 일리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시장의 상황이 어렵다는 회사 측의 입장과도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취임 3개월 만에 리더십 용단이 시험대에 오른 김 사장은 대외적인 회사의 행보를 위한 내실다지기 외에도 성과급 논란을 해결하고 직원 통합을 이루는 내실다지기도 해결해야하는 시점에 당면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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