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회장 '개혁' 첫발…실적 부진 CEO 수시로 바꾼다

홍선혜 기자 2024-03-12 14:15:19
정용진 회장이 승진한 이후 내달부터 신세계그룹은 성과 보상 기반 임원진의 수시 인사를 단행한다. 그 동안은 연말 정기 인사체계로 진행해왔지만 앞으로는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경영상 오류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까지도 수시로 교체가 이루어지게 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내부에서 마련한 핵심성과지표(KPI)를 토대로 이르면 다음달부터 임원진 수시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12월 경영전략실 개편 때부터 내부적으로 핵심성과지표(KPI)를 마련해 왔다. 이는 정 회장이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PI는 성과 측정의 정성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정량적인 지표를 중심으로 조직 또는 개인의 성과를 계량화한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 경영전략실을 개편하면서 산하에 ’KTF‘(K태스크포스)와 ’PTF‘(P태스크포스) 등 두 개 전담팀을 신설하고 신세계식 KPI 수립과 인사 제도 개편을 진행했다.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보좌하는 경영전략실 본연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기민한 의사결정과 실행을 위한 준비를 한 것이다.

'체계적인 성과 시스템' 구축...신세계그룹 위기 해결책 첫걸음

정 회장은 그룹 주요 계열사가 직면한 실적 위기를 타개하려면 경영 전략에 앞서 체계적인 성과 시스템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신세계 그룹은 작년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신세계건설의 재무구조도 악화되면서 위기가 고조됐다. 이커머스 계열사인 SSG닷컴과 G마켓역시 적자는 면치 못했고 비 유통군인 신세계건설역시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또 앞서 언급한 쿠팡과 알리의 역습으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전체 매출(약 29조4000억원)에서 쿠팡(약 31조8000억원)에 추월당했다.

특히 신세계 건설은 지난해 하반기 부채비율이 900%가 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에서 신세계건설, SSG닷컴, G마켓 등의 CEO 교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사진=신세계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시스템 도입으로 성과 보상시스템도 강화할 방침이다. 신세계는 주요 그룹 중에서도 성과 보상시스템이 다소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신세계 성과보상제의 기본 틀은 등급제다. 예를 들어 이마트가 A등급을 받으면 개인 성과와 관계 없이 직급별로 똑같은 성과급을 받는 방식이다. 개인별 성과 차를 인정받지 못하다 보니 굳이 다른 직원보다 더 열심히 일해 좋은 성과를 낼 이유도 없었던 셈이다.

임원 연봉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20%로 다른 그룹(평균 약 50%)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정 회장이 지난해 11월 경영전략실 개편 이후 두 번째 가진 전략회의에서 “철저하게 성과에 기반한 인사ㆍ보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대대적인 인사시스템 개편을 주문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영 보폭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정식 개장을 앞둔 스타필드 수원 점검 등의 현장 경영을 펼쳤다. 회장으로서 사업 추진력을 높이기 위한 경영진 회의를 앞으로 더 자주 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경영전략실을 ‘컨트롤 타워 기능 강화’ 목표로 개편한 이후 정용진 회장은 ‘철저한 성과 중심의 인사 체계’를 강조했다”며 “현재 그룹 내에 평가보상제도 개편을 위한 ‘P-TF’을 운영 중이며 해당 팀을 중심으로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으나 과거보다 임직원의 업무 의욕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기업 경쟁력 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수시 인사’는 과거에도 이뤄졌던 부분이나 앞으로 좀 더 면밀하고 기민한 인사를 시행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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